강훈식, 박용진,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강훈식, 박용진, 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이재명‧박용진‧강훈식 세 명의 후보로 압축됐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박용진‧강훈식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두 후보는 컷오프 후 전화 통화를 통해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기와 방법에 있어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일화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불리며 탄탄한 세력으로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재명 후보는 선두주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9일 ‘국민통합 정체교체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저는 모든 영역의 기득권으로부터 총공격을 당하고 있다. 그것이 저는 새로운 기회요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기득권에 빚진 것이 없기 때문에 국민께 드린 약속을 초심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위험 요인인 ‘사법리스크’와 선을 그었다. 출마 선언 때 적극적으로 항변한 것과 달리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협약식’ 이후 기자들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참고인 사망에 대해 거듭 질문했음에도 침묵을 지켰다.

앞서 이 후보는 출마 선언 후 기자들의 사법리스크 질문에 “국민의힘이 고발하고 거기에 동조해서 검찰·경찰이 수사하면 사법 리스크라고 한다. 고발당하면 사법 리스크인가?”라고 반문하며 “제가 10여 년간 비 오는 날 먼지 날 만큼 탈탈 털리고 있는데 저한테 먼지만큼의 흠결이라도 있었으면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는 오히려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 될 것을 우려했다. 강 후보는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찰 수사결과가 전당대회 직전 발표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대해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될지 추후 봐야겠지만 오히려 이 후보에게 표가 더 몰릴 수도 있겠다”며 “민주당 전대 전에 그런 걸 발표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고 염려했다.

박 의원은 또 “그 영향이 이 후보에게 나쁘게 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좋게 갈 수도 있다”며 “이 후보에게 더 많은 마이크와 관심이 집중되고, 정치탄압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저나 강훈식 의원은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전당대회가 끝날 가능성도 상당히 많다. (윤석열 정부는) 정치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들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이나 경찰이 민주당 전당대회 한복판에 정무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반명 연대’ 실현될까

97세대인 박 후보와 강 후보는 본선 진출이 확정된 직후부터 이 후보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단일화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비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박 후보는 “(강 후보는) 예비경선 이후 단일화하자고 얘기했고 저는 단일화와 관련해 시종일관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강 후보와 논의할 것이다. 오늘 저녁밥이 넘어가기 전에 긴밀하게 통화하겠다”고 밝혔고, 강 후보도 “저도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화 받겠다”고 화답했다.

29일 오전 박 후보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고 강 의원과 만나볼 생각”이라며 “강훈식 의원과 단일화는 첫 권역별 투표가 실시되는 8월3일 이전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3일부터 강원·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지역 순회 투표가 시작되는데, 단일화로 인한 사표를 줄이자는 전략이다.

그는 “구체적인 얘기는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당심과 민심이 괴리되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컷오프에 적용한 당원 여론조사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을 강 의원과 단일화에 적용하는 것도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는 “단일화를 한다며 시간만 끌고 말아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전 빠를수록 좋고 당심과 민심을 반영하는 어떤 방식이든 좋다”며 “단일화와 관련된 실무협의 단위도 빠른시간 내 구성되길 바란다. 첫 권역별 투표가 진행되는 8월 3일 이전 단일화 결과가 나오는 게 가장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단일화의 효과에 대해서는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0% 정도인데, 이분들이 단일화를 통해 투표에 참여한다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강 후보는 단일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른 단일화 드라이브에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29일 오전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은 강 후보는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에 필요한 것은 각자 비전과 반성을 내는 것이다. 난 지금도 내 비전과 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그 비전과 비전이 만날 때 단일화 시너지가 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소위 ‘반명 단일화’만으로 민주당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단일화보다는 비전을 얘기해야 할 시간이다. (단일화는) 열어놓고 얘기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재명-박용진) 두 분 다 대통령 후보였는데 내게 여론조사를 얘기하는 건 어제 (컷오프서) 당선돼 아직 국민에게 내 비전과 내용을 설명하지도 못했는데 좀 가혹한 거 아니냐”고 항변했다.

박 후보가 강조하는 8월 3일 이전은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기에 촉박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단일화를 위한 ‘맞짱 토론’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국민이 볼 것이다. ‘이쪽이 더 비전이 있구나, 파괴력이 있구나’ 이런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거 없이 그냥 얘기하는 건 의미가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대해서도 “그런 방식 자체가 오히려 젊은 세대, 새로운 세대가 나와서 결국 여론조사하고 어떤 룰에 맞춰서 하자는 것 자체가 제가 볼 때는 파격이 아니다, 이변이 아니다”며 “박 후보가 제 손을 들어주면서 새로운 민주당, 미래의 민주당으로 가자고 해야 가슴 뛰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이견을 보였다.

두 후보의 만남이 주말 중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첫 권역별 투표 전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본선이 시작되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판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한 달이나 되는 레이스는 생각보다 길다”며 “지금은 이재명 의원 밖에 안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비슷하게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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