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대표 예비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대표 예비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 정견발표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입을 모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찾으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장에서는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투표가 열렸다. 8명이 출마한 당 대표 예비후보 중 3명이, 17명이 출마한 최고위원 예비후보 중 8명이 선정된 후 다음 달 28일 전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치르게 된다.

◇ 김대중·노무현·문재인 계승 강조

이날 8명의 당 대표 후보들은 너나없이 본인의 정당성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박용진, 김민석, 이동학, 이재명, 강훈식, 강병원, 박주민, 설훈(후보순) 의원 중 7명이 세명의 전 대통령을 부르짖으며 민주당 정신의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출마선언문에서 이재명·설훈·박용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했고, 박주민·박용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한 후보는 없었다. 이에 비해 이날 정견 발표에서는 이동학 의원과 박주민 의원을 제외한 5명의 후보가 한번 이상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정견발표를 통해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분 대통령이 열어주신 길을 따라 국민과 함께 승리하는 민주당의 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한 후보인만큼 “지난 대선패배, 그리고 대선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며 “무한책임을 져야 함에도 인정한다. 당대표 출마가 제 정치적 미래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택임도 잘 안다. 책임을 지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팀이 이겨야 MVP도 있는 것처럼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다. 길고 깊은 고민 끝에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 책임지기로 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제안하셨던 공수처법을 23년만에 통과시켰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신, 검찰개혁을 70년 만에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뤄냈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기에 꿋꿋이, 묵묵히 걸었다”며 본인의 능력을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DJ를 4번, 노 전 대통령을 5번 언급하며 가장 정통성을 강조한 후보가 됐다. 그는 신민당 대통령 후보 시절 노동현실을 고발한 김대중,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거리에서 싸운 변호사 시절 노무현을 소환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시대 우리도 김대중, 노무현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뜨겁게 반응하는 사회연대정당이 되어야한다. 그래야 우리가 김대중과 노무현의 후배임를 자처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김대중의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 다시 거듭나자. 노무현이 꿈꾸었던 사람사는 세상으로 함께 나가자. 문재인이 만들려 했던 포용사회를 향하는 민주당이 되자”고 말했다.

전임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한 예비후보도 있었다. 강훈식 의원은 본인이 대중적 인기가 있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위치에서 당을 위해 헌신한 점을 강조하며 “문재인의 대변인으로 2017년 대선 승리를 함께 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40대 기수론의 파격, DJP 연합이라는 파격, 부산사람 노무현을 광주가 선택했던 파격, 민주당 승리의 역사는 그 파격들로 만들어져 왔다”며 “새로운 얼굴이자 바닥부터 올라온 유일의 당대표 후보, 계파를 초월하여 오직 능력으로 인정받아온 후보, 유일한 비수도권 당대표 후보 강훈식이 당대표가 된다면 파격이고, 그 파격으로 내후년 총선승리와 정권 재탈환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강병원 의원은 “김대중의 현실감각, 노무현의 국익제일주의, 문재인의 품격을 남기고 당을 새롭게 재창조하자”면서 “직장인 강병원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노무현 캠프를 찾아가 노무현의 수행비서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헌신을 배웠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저는 1985년, 김대중 선생의 비서로 정계에 나와 민주당의 일원이 됐다”며 과거 인연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주당에서 잘 컸다고 자부한다. 민주당은 저에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이제 설훈을 키워준 민주당에 은혜를 갚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정견발표를 한 김민석 의원 또한 “파릇파릇한 20대일 때 김대중 대통령님 모시고 처음 정치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당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은 그는 “세와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와 명분”이라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선택할때 우리가 그들이 세가 많아서 선택했느냐. 그들이 사가 아니라 공을 중시한다는 그 믿음 때문에 선택한거 아니냐”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투표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예비후보들 입모아 ‘반윤’ 직격

8명의 예비 당대표 후보 중 박용진·박주민 의원을 제외한 6명의 예비후보 모두 윤석열 정부를 지적하며 여소야대 정국에서의 ‘강한 민주당’을 내세웠다.

이재명 의원은 직접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무능, 무책임, 무기력 이 3무 정권에 맞서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되 반민생과 퇴행, 독선과 오만에는 흔들림 없이 맞서 싸우겠다”며 “민생 아닌 정쟁에 몰두하는 집권여당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제대로, 확실하게 견제하겠다. 압도적 다수의석을 주신 국민의 명령을 따라 더 나은 국민의 삶,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최대치로,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강훈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거칠 것 없이 맞서 싸우는 당대표가 되고 싶다”며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기성 정치인들은 ‘구상유취(口尙乳臭)’라며 비웃었다”며 “하지만 결국 40대 기수들은 박정희 정권과 겁 없이 싸워 이겼다. 지금 40대인 저에게 당대표에 도전해서 싸우라는 당원들의 요구 역시, 저 무능하고 폭압적인 윤석열 정부와 겁 없이 싸울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라 생각한다. 어떤 거리낌 없이 제 모든 것을 다 걸고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권 출신의 설훈 의원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검찰이라는 칼을 손에 쥐고, 경찰까지 복종시키려고 한다. 독재체제의 서막이다”며 “어쩌면 박정희, 전두환보다 더 독하게 민주당을, 그리고 국민을 겁박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위기 의식을 고조시켰다.

이어 “제가 앞장서 윤석열 정부의 독재를 막아내겠다. 군사 독재자 전두환과 온몸으로 맞서 싸워봤던, 저 설훈이 적임자다. 저 설훈을 방패로 삼아달라”며 “저 설훈을 선봉에 세워달라. 전두환을 대적하던 패기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국민을 지켜내고 민주당을 지켜내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동학 의원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쓴소리를 내부총질이라며 쫓아내는데 열을 올리고 있고, 윤핵관 활개시대를 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의원은 “윤석열 정권 엉터리 아니냐”며 “우리가 뭉치기만 하면 얼마든지 견제하고 바로잡고 리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의원은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기보다 반면교사로 삼았다. 그는 “국민 절반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다. 냉정한 현실이다”며 “인정해야 우리의 길이 보인다. 우리 당의 가치를 분명히 하고 공존과 경쟁의 원리로 다양한 국민의 삶을 챙기는 실력있는 민주당이 되자. 수권정당으로 우뚝 서자”고 정권 재창출의 목표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비판한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분노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별개라며 상대의 실패에 기대는 ‘반사이익정치’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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