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벌떼입찰‘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2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벌떼입찰‘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사가 시공 능력이 없는 다수의 회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이른바 ‘벌떼입찰’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26일 원 장관은 과거 ‘벌떼입찰’이 이뤄졌던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한 공동주택 단지를 방문해 “앞으로는 일부 특정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일부 건설사들이 페이퍼 컴퍼니로 존재하는 계열사를 무더기로 만들어 공공택지 당첨 확률을 높이는 편법‧불법 행위를 일삼았다”며 “이같은 위법 행위는 공공택지가 소수 업체에 몰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곧 건설업체 간 공정 경쟁질서 저해, 기업들의 투자‧비용지출 왜곡 등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공공택지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대대적 조사 및 시정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1사 1필지’ 제도 10월 중 도입

‘벌떼입찰’이란 건설사가 관계사나 심지어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까지 동원해 여러 이름으로 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행위를 뜻한다.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5년 공공택지 낙찰 후 2년 이내 전매를 금지한 데 이어, 2020년엔 계열사 간 택지 전매도 제한했다. 그럼에도 입찰 참가자격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제도 허점을 이용한 벌떼입찰이 이어져왔다.

벌떼입찰에 대한 지적은 지난 8월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기울어진 청약제도로 인해 벌떼입찰 건설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는데 국토부가 처벌이나 제재를 가한 적이 있느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잘못된 필지들에 대한 제재 방안 또는 환수조치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민국 의원실이 국토부와 LH에서 제출받은 ‘LH 공공택지 벌떼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특정 건설사 5개사가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물량 178필지 가운데 67필지(37%)를 낙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이들이 공공택지 물량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이유로 ‘벌떼입찰’을 꼽았다.

이에 국토부는 ‘벌떼입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비롯해, 강도높은 사정을 예고했다. 

26일 국토부 발표를 종합하면, 우선 국토부는 공공택지 계약 당시 입찰용 페이퍼컴퍼니 등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를 이미 취득한 건설사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택지를 환수하기로 했다.

또 ‘벌떼입찰’ 발생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해 1개 업체만 1개 필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1사 1필지’ 제도를 내달 중 도입한다.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밀억제권역 등 규제지역의 300세대 이상 택지를 상대로 오는 2025년까지 ‘1사 1필지’ 제도를 시행한 뒤 성과점검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택법을 개정해 LH 등 공공택지 공급자가 당첨업체를 선정한 즉시 지자체에 해당 업체의 페이퍼 컴퍼니 여부 등을 점검 요청하고 지자체는 30일 이내 점검 결과를 LH에 통보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시 처벌 대상자를 차용자, 알선자, 공모자까지 확대키로 했다. 그동안에는 대여자만 제재해왔다.

◇ 실효성·형평성 과제 될 듯  

이외에도 택지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을 때에는 택지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앞으로 3년간 택지 공급을 제한한다.

택지 공급 계약 등 관련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대리인의 범위를 재직 2년 이상 소속 직원으로 한정했다. 여기에 이들 직원은 위임장과 함께 근로계약서 등 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한편 국토부는 최근 3년 간 LH로부터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101개사의 총 133필지를 상대로 추첨 참가자격 여부, 택지 관련 업무 직접 수행 여부 등을 집중 점검했다.

그 결과 총 81개사(현장점검 완료 10개사, 서류조사 실시 71개사) 111필지에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 ‘벌떼입찰’ 의심 정황을 찾아냈다.

국토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벌떼입찰’ 의심 정황이 드러난 10개사는 소관 지자체에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이들 10개사에 대해선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국토부는 수사결과 10개사가 계약 당시 등록기준을 미달했던 것으로 밝혀지면 계약을 해제하고 택지를 환수할 방침이다.

서류조사상 ‘벌떼입찰’ 의심 정황이 드러난 71개사는 LH와 각 지자체가 합동점검을 펼쳐 점검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의뢰 및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키로 했다. 

여기에 ‘벌떼입찰’ 의심 정황이 드러난 총 81개사 중 실제 법규 위반 업체는 사전 청약 참여 때 제공하기로 했던 인센티브도 축소 적용한다.

또한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 받은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해 부당지원‧담합 등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항에 해당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원희룡 장관은 “3기 신도시 등 향후 대규모 공공택지에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설사 브랜드들이 다양해지고 보다 특색있는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져 소비자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토부 발표를 놓고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분양 시장이 침체된 상황인만큼 도급 경쟁력에 취약한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떼입찰 의혹을 받는 업체들의 경우, 어떻게 혐의를 입증할 지도 관건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 국토부, ‘공공택지 벌떼입찰 근절 방안’ 발표 자료 / 국토교통부, 2022년 9월 26일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id=95087234

 

-  ‘LH 공공택지 벌떼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국토부·LH) /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 2022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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