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의 귀농은 새로운 삶과 도전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랑에서 시작됐다. /박우주
우리의 귀농은 새로운 삶과 도전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랑에서 시작됐다. /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나는 농사와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다. 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나오고, 10대 때부터 꿈을 좇아 실용음악과 드럼전공에 수시 합격했다. 대개 음악을 전공하면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10대 때부터, 또 음악을 시작 할 때부터 음악학원 원장 즉 사업을 하는 것을 언제나 목표로 삼았다.

그 꿈은 군대를 전역하고도 여전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학원을 하려면 말을 잘해야 될 것 같아 텔레마케터 일도 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 싶어 음악심리치료사 자격증도 공부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거 같아 당시 강북에서 가장 큰 음악학원에 직원으로 들어갔다. 

어릴 적부터 음악학원 운영을 꿈꿨던 나는 제법 큰 학원의 강남 사옥을 담당하는 자리까지 오르며 치열한 삶을 살고 있었다. /박우주
어릴 적부터 음악학원 운영을 꿈꿨던 나는 제법 큰 학원의 강남 사옥을 담당하는 자리까지 오르며 치열한 삶을 살고 있었다. /박우주

그곳에서 기초적으로 학원 돌아가는 것을 익혔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하루도 빠지는 일 없이, 조퇴나 반차도 없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사원에서 직원, 부팀장, 팀장을 거쳐 최연소 부장 타이틀까지 달게 됐다. 그리곤 새로 지어진 강남 사옥을 맡아 직원관리부터 신규상담, 학부모상담, 대학교 특강 등을 하며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내 꿈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를 전공한 직원이 한 명 들어왔다. 그 직원은 나의 부사수로 일을 배우고, 일을 잘해서 몇 년 뒤 팀장까지 하게 됐다. 그렇다 그 직원은 지금의 내 아내다. 일을 하며 서로 의지하고 대화도 많이 하다 보니 정이 들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 

너무 오래 음악만 해온 아내는 지금의 삶에 대한 의문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박우주
너무 오래 음악만 해온 아내는 지금의 삶에 대한 의문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박우주

아내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음대를 졸업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음악을 해서인지 음악 관련 일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대형 음악학원이였기 때문에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었고, 힐링이 필요할 때면 주말에 자연의 소리만 들려오는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둘 다 새소리를 참 좋아했고. 사람에 치어 살아서인지 사람이 없는 곳도 좋아했다.

어느 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는 지금 일을 평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똑같은 하루하루, 바쁜 삶,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고 한 가지에 몰두하는 삶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세상에 찌든 것인지,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나는 아내가 말하는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20대 후반으로 아직 젊은데도 그것이 내 인생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나는 10대 때부터 꿈꾼 나의 꿈을 포기하기 싫었다. 아내와 진지한 대화를 하면 할수록 답은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내 꿈을 선택할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무슨 청춘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인데 거짓 하나 없는 나의 이야기다.

나는 귀농강의를 하러 갈 때 이야기 하곤 한다. “제 귀농은 와이프를 너무 사랑해서 생긴 일입니다”라고. 난 내 꿈을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할 다른 것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박우주
앞으로의 삶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박우주

그 시기가 2017년 12월 초였다. 이미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직장에 다닐 이유가 없었다. 곧장 퇴사를 한다고 이야기했고, 한 달여 동안 인수인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귀농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음악 관련 일을 해야 할까? 우리는 10대 때부터 배운 게 음악밖에 없는데 다른 공부를 해야 할까?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사업을 해야 하나? 아주 많은 고민들을 한 시간이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2~3시간의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을 했다. 다행인건 나는 검색을 참 잘하는 편이다. 앞으로 할 귀농 이야기에서도 검색 때문에 도움이 된 게 엄청나게 많다.

많은 검색을 통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 그 기준은 4가지였다. 1.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일 2.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 3. 앞으로 비전 있는 일 4. 평생 할 수 있는 일.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다. 또 TMI 일수도 있지만 나는 초·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개그맨으로 통하는 유쾌한 아이였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진지함이 가득한 로봇 같은 삶을 살았다. 실제로 일을 할 때 로봇 같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재미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지금까지도 재미있는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검색하던 중 우리는 ‘청년창업농’이란 걸 접하게 됐다. 매월 100만원, 90만원, 80만원씩 연차별로 3년 동안 청년농부를 지원 해주는 사업이었다. 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을 돕기 위한 사업으로, 무엇보다 자금을 빌려 주는 게 아닌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있어 안정적이고 적합한 기회 같았다. 그것을 토대로 농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귀농이 앞서 설정한 4가지 기준에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삶, 그리고 새로운 도전은 귀농이었다. /박우주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삶, 그리고 새로운 도전은 귀농이었다. /박우주

이후에도 인수인계를 위해 출퇴근하는 시간에는 검색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1월 10일 퇴사를 했다. 가족들에게 퇴사했다고 말하고, “귀농을 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뒤집어졌다. 나중에 아버지께 들어보니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검색을 통해 알아본 내용으로 설명을 했다. “고령화로, 청년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인구감소로 학원보다 비전 있는 일이다” “정부 지원정책도 있다” 등이다. 남자 둘을 키우는 집이라 그런지, 아니면 항상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게 해준 부모님이어서 그런지, 다행히 설명을 듣고는 잘 알아보라고 하셨다.

아내 역시 똑같이 가족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결과는 눈물바다였다. 아마 나에게 자식이 있었어도 똑같았을 것 같다. 기껏 예술고등학교와 음대를 나오도록 뒷바라지 해줬더니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고? 

아내 집안은 난리가 났다. 며칠 뒤 나는 아내 집에 소환됐다. 사실 문제가 많았다. 둘이서 귀농을 하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가족들을 만난 적도, 결혼 이야기가 오간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농을 한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았다. 아내의 가족들을 만나 우리 가족에게 했던 말들을 다시 했다. 그때 장인어른이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허락은 하지만 인정은 안 한다.” 

이 말이 지금의 나로 성장 시킨 명언이다. 

그렇게 양가 허락을 받은 우리는 이제 온라인 검색만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발로 뛰며 귀농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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