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이장님이 없었다면 우리의 빈집 수리는 더욱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 청양=박우주
이장님이 없었다면 우리의 빈집 수리는 더욱 난항을 겪었을 것이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20대 우리의 첫 신혼집은 시골 빈 집이었다. 귀농과 신혼이 겹친 상황,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파트에서만 살고 음악만 해왔던 우리는 눈 내리는 2월, 보일러도 안 나오는 빈집을 고치기 시작 했다. 우리에게 빈집은 잠깐 지내다가는 곳이지 계속 살 생각은 없었고, 빨리 탈출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돈이 덜 드는 방향으로 수리를 했다.

싱크대를 바꿀 수 없으니 시트지로 꾸미고, 방문도 페인트로 칠하고, 화장실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없어 사와서 설치했다. 현관 도어락도 설치하고, 첫 신혼집이니 꾸미고 싶은 마음도 들어 조명은 레일조명으로 바꾸고 깔끔하게 빈집을 꾸몄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한 우리는 이러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들이다.

이사할 준비를 끝낸 후, 이삿짐 옮기는 것은 화물차 운전을 하는 친구와 동네 동생이 함께 도와 줬다. 인천에서 청양까지 와서 같이 먹고 자고 2일정도 집일을 도와준 고마운 지인들이다. 

우리의 첫 집은 담장이 무너져있었다. 무너진 대로 살까 생각도 했지만 밖에서 집 마당이 너무 훤하게 다 보였다. 그래서 임시 가벽을 새우기로 했다. 가벽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냥 차광막으로 집을 가리는 거였다. 

빈집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나니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궁금해서 오셨다. 이장님도 걱정이 되셨는지 오셔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장님이 도와주셔서 깔끔하게 빈집 수리 작업이 된 거지 우리끼리 했다면 100% 엉성했을 거다.

빈집을 수리하는 목적은 우리가 잠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어서 수리를 꼭 해야 하는 부분은 수리를 하고, 아닌 부분들은 차광막으로 가려버렸다. 외양간이 있었던 집이어서 외양간도 차광막으로 다 가려버리고 그 안에 집의 쓸모없는 것들을 넣어 뒀다. 

첫 빈집에서 잠시만 지낼 생각이었던 우리는 최대한 돈이 덜 드는 방향으로 수리를 진행했다. / 청양=박우주
첫 빈집에서 잠시만 지낼 생각이었던 우리는 최대한 돈이 덜 드는 방향으로 수리를 진행했다. / 청양=박우주

집 내부정리는 끝났고 외부 정리를 하는데 텃밭자리가 있어서 어떻게 관리해야하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장님 부부가 오셔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이때는 몰랐다. 텃밭 관리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래도 하나하나 완성돼가는 모습에 너무 뿌듯했다. 

이렇게 수월하고 깔끔하게 모든 것이 해결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빈집을 수리하면서 겪은 두 가지 사건 때문에 모든 것에 마냥 설레던 우리는 신중하고 깐깐해졌다.

첫 번째 변기 사건.

빈집 수리 하는 중 변기를 설치했는데 물이 안내려갔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지고 설치 해봐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0만원을 내고 사람을 불렀다. 그 사람은 변기는 이상 없고 어디가 막힌 거 같다며 배관 뚫어주는 곳에 연락하라고 했다.

배관 뚫어주는 곳으로 연락해 15만원을 주고 전문가가 왔다. 그분은 어디가 막힌 게 아니라 기압차이 때문에 물이 안 내려간 거라며 변기 아래 있던 고무링을 빼고 다시 설치했다. 그랬더니 물이 잘 내려갔다. 

제일 처음 와서 잘못된 진단을 내린 사람에게 연락했더니, 그래도 자기 시간을 내 간 거라고 5만원밖에 못 돌려준다는 이야기만 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근데 어쩌겠는가. 그냥 반 가격만 환불받고 넘어갔다. 그날 이후 업자를 부르고 돈을 지불하는 것에 불신이 생겼다.

두 번째 누수 사건.

물을 쓰지 않아도 수도계량기가 돌아갔다. 집에 누수가 생긴 것이다. 몇 십 년 된 오래 된 집이라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수업체에 연락했다. 

찾아온 업자는 장비를 착용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집안에서 물이 새고 있고, 방치하면 큰일 난다고 했다. 전체를 다 바꿔야하니 최소 250만원 정도 든다고 해서 집주인하고 얘기해봐야 한다 말하고 보내려고 하니 갑자기 출장비 20만원을 달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 주인하고 얘기하고 확실하면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업자는 끝까지 안가고 돈을 달라며 마당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와이프는 소리를 질렀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의 말을 하니 결국 갔다. 

집주인과 인터넷을 찾아보니 상식적으로 집 내부에선 누수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 누수는 대부분 수도파이프 연결 이음새부분에서 일어난다. 이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이장님은 이 집을 지을 때부터 계셨기 때문에 수도구조를 어느 정도 아셨다. 1시간 굴삭기 작업을 10만원에 하기로 하고 집 외부의 땅을 팠다. 이음새부분이 나왔고, 물이 새고 있었다. 수리를 하니 계량기가 돌지 않았다. 250만원 수리비가 10만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250만원이 든다던 누수 문제는 이장님의 도움으로 10만원에 해결됐다. / 청양=박우주
250만원이 든다던 누수 문제는 이장님의 도움으로 10만원에 해결됐다. / 청양=박우주

빈집을 염두에 두고 귀농을 한다면, 일단 빈집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빈집은 집주인들이 완벽하게 수리를 해서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역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천천히 고치고 있기는 하다.) 빈집을 내놓으려는 사람이 돈을 들여 수리를 하고 임차인을 받더라도 문제는 언제나 생길 수 있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빈집을 내놓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빈집에 대한 거래를 할 때는 서로 신중해야 하고 상의도 많이 해야 한다. 오래 살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수리를 하고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처럼 잠시 지내다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매년 계속 생기는 문제들과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가 빈집에 살았을 때 고생한 게 한둘이 아니다. 집에서 개구리를 보고, 쥐를 보고, 지네가 발바닥을 물고, 노래기가 하루에 50마리씩 나오기도 했다. 폭우가 내리던 날에는 지붕 누수로 기둥을 타고 들어온 물을 새벽에 계속 닦아낸 적도 있다. 특히 갑자기 문제들이 발생하고, 빠르게 해결되지 않다보니 빈집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는 귀농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귀농귀촌 과정에선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들이 무수히 일어난다. 이를 감당하려면 긍정적인 마인드와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강인한 멘탈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겨낼 수 있다. 귀농귀촌을 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 중엔 책임을 본인에게 돌리지 않고 세상 탓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그걸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하는 ‘귀농 혐오자’들도 있다. 나는 자신의 선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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