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 초기부터 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해온 우리는 2년차에 포장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상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 청양=박우주
귀농 초기부터 부가가치 창출을 고민해온 우리는 2년차에 포장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상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지원사업을 쫒아 귀농하면 실패 한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지원사업에 의지하면 실패한다. 하지만 지원사업을 잘 활용하면 성공은 못하더라도 잘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처음에 지원사업을 염두에 두고 귀농을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100% 지원을 해주는 농업지원정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이력이 좋아야 하고, 높은 경쟁률도 뚫어야 한다. 오늘은 우리 부부가 선정된 3가지 지원사업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우리 부부가 농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한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이다.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3년 동안 년차별로 매월 100만원, 90만원, 80만원을 지원해준다. 귀농 1년차에 우리는 무조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선정해줘야지 누굴 주겠어?”라는 자신감 속에 서류를 냈다. 결과는? 청양은 인구가 적어 경쟁률도 높지 않았는데 서류 탈락이었다.

다행히 탈락한 이유를 찾아 다음해 다시 도전했고, 서류를 내고 합격을 해서 면접을 보고 선정이 됐다. 모아놓은 자금이 많거나 연금을 받는 것이 아닌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는 청년농부기 때문에 청년창업농 지원이 없었다면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지원받은 금액은 식비와 생활비 같은 가계비 지출에 사용했다. 

청년창업농에 선정이 되면 3년의 지원이 끝난 뒤 3년 동안 농업 외 돈벌이 일을 할 수 없다. 단순알바의 경우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가능하고, 오직 농업에서 수익을 내야한다. 즉, ‘3년 동안 지원해 줄 테니 최대한 정착 해봐라’는 지원금 인거다. 

그래서 선정이 되고 시간이 지나 포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지원받은 금액은 갚아야 한다. 이해가 된다. 3년을 지원해준다고 모두가 정착에 성공하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부 중 한 명이 선정되면, 다른 한 명은 외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농이 아니라면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한 명은 다른 일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될까’라는 고민도 한다.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근데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긴 싫다. 최대한 도전해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두 번째. 우리는 부가가치에 대한 부분을 귀농 1년차 때부터 고민했다. 작은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가공 판매라고 생각했다. 처음 농사를 짓고 여기서 나올 수 있는 금액을 최대치와 최소치로 계산해봤다. 최소치로 계산한다면 매년 마이너스가 될 것이고, 최대치로 계산해도 조금 플러스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노지재배의 단점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농사는 하늘이 지어 주는 것’이란 말처럼 행여나 잘못된다면 우리는 계속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방법을 찾았고, 첫해 구기자를 활용한 티백과 분말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 방법들이 쉽지는 않았다. 소규모 농장이 가공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청양군에는 청양군민만 이용할 수 있는 가공센터가 있어서 갖춰야 할 조건을 해결하고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워낙 작은 농장이라 경쟁력이 없었다. 경쟁력이라고 하면 우리의 귀농스토리 뿐이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사람들이 보자마자 사고 싶게 만드는 포장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귀농 2년차에 우리는 1년차에 쌓은 농업이력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포장지 지원사업에 신청했고, 선정됐다.

덕분에 약 1,500만원의 지원금으로 디자인 개발, 개별상품 포장지, 선물세트를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보통의 구기자 재배 농부들처럼 건구기자만 판매했다면 포장지 지원사업에 선정됐어도 큰 효과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귀농 1년차부터 부가가치를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은 구기자 티백, 구증구포구기자, 구기자분말, 건구기자, 구기자 선물세트 일반형·고급형 등 총 6개의 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귀농창업자금을 이용해 귀농의 첫 번째 꿈이었던 땅을 살 수 있었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귀농창업자금을 이용해 귀농의 첫 번째 꿈이었던 땅을 살 수 있었다. / 청양=박우주

세 번째는 집과 땅이다. 우리는 귀농을 하며 첫 번째 꿈이 있었다. 내 땅과 내 집을 갖는 것이다. 방송출연을 해도, 인터뷰를 해도 항상 이렇게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1,500평 이상의 땅에 하우스 3동과 바로 옆에 집을 짓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귀농인 혜택은 5년이 지나면 받을 수 없다. 5년이 지나면 귀농인이 아니라 원주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귀농 3~4년차에는 우리 땅과 집을 구하고 싶었다. 물론 전제가 있긴 했다. 농업에 가능성이 있다면 3~4년차에 땅과 집을 구매하고, 가능성이 없다면 역귀농도 생각했다.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고 2021년에 땅을 구매하고 집을 지었다. 

귀농창업자금과 귀농주택자금이라는 게 있다. 귀농인이고 조건에 맞는다면 땅을 구매할 때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귀농주택자금은 7,5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대부분 내가 아는 주변 농부들은 3억까지 대출을 받아 땅을 사고, 시설을 짓고, 대농으로 시작을 한다. 근데 옆에서 볼 때 힘들어 보였다. 나는 그렇게 살기 싫었다. 농업에만 매진해서 사는 삶은 내가 추구하는 재미있는 삶이 아니다. 최대한 빚을 안내고 살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은 땅은 귀농창업자금으로 구매하고, 집은 내가 직접 짓는 것이었다.

귀농 3년차 9월에 귀농창업자금을 신청하고, 서류를 내고, 사업설명을 해서 선정이 되고, 약 1,300평 땅을 구매했다. 이어 바로 위에 400평 정도되는 땅을 개인 자금으로 구매하고 그 다음해에 30평 집을 지었다. 여기서 중요한 농업인 혜택이 하나 있었다. 개인 자금으로 구매한 땅은 대지가 아닌 논이었다. 그런데 농업경영체가 있는 무주택자 농업인이라면 집을 지을 수 없는 용도여도 집을 지어서 대지로 바꿀 수 있었다.

우리는 각종 귀농 지원정책과 농업 지원정책이 없었다면 정착하기 힘들었을 거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들을 정말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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