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Z세대는 회식을 싫어하고, 기성세대는 이런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일부는 옳고 일부는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프레임으로만 바라본다면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서로에 대한 편견만 갖게되지 않을까요?/ 게티이미지뱅크
‘Z세대는 회식을 싫어하고, 기성세대는 이런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일부는 옳고 일부는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프레임으로만 바라본다면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서로에 대한 편견만 갖게되지 않을까요?/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여기는 회식을 하지 않나요?” 아직 수습기간일 때 저는 문득 선배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질문은 선배를 통해 팀장님과 부장님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일사천리였죠. 코로나19로 2년 간 회식이 없었다가 오랜만에 회사에서도 팀 내 회식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저의 첫 직장입니다. 처음으로 경험해본 회사 회식은 꽤 즐거웠습니다. 술은 각자 알아서 원하는 종류로 원하는 만큼. 맛있는 저녁과 술을 곁들여 선배 기자들의 경험담도 듣고 신입으로서 생기는 고민들도 나눴기 때문이죠.

◇ 회식에 대한 편견

‘Z세대는 회식을 싫어하고, 기성세대는 이런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직장 내 회식에 대한 Z세대와 기성세대의 입장을 미디어에서 다룰 때 주로 그려지는 구도입니다.

이 문장은 일부는 옳고 일부는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Z세대 중 많은 이들이 직장 내 회식문화에 거부감을 느끼곤 합니다. 일부 기성세대들은 이런 신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Z세대들은 회식에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일부 기성세대는 어떤 Z세대든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해당 구도에 대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마치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았거든요. 세대 특성을 설명하는 데 대결구도가 필요한가요? 이런 프레임으로 인해 기성세대가 Z세대에 편견을 가질 뿐 아니라 Z세대도 기성세대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회식 이야기를 꺼내면서 ‘요즘 친구들은 회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던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회식에도 거리낌이 없고 게다가 ‘금요일’도 괜찮다니, 제가 예외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단 저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제가 만난 A씨(20대‧여)는 공기업에서 인턴을 하면서 회식 술자리를 경험해봤습니다. A씨는 “오히려 윗분들이 저희 세대 눈치를 많이 보기도 한다”면서 “강권은 절대로 안 하려하고, 좋은 술이나 비싼 술이 있으면 한 번 맛 봐보라는 정도의 권유만 했다. 술을 못 마시면 물도 괜찮다고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각했던 것보다 수직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Z세대는 회식 자리나 어른들과 어울리는 걸 안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결국 나이대별로 나눠지게 됐다”면서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은데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 중 ‘생각했던 것보다’라는 말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입사원이 처음으로 회식을 하기 전 예상하는 ‘직장 내 회식’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저는 입사하기 전 ‘회식’에 대해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편하지 않은 △실수하면 안 되는 △업무의 연장선 등의 수식어를 덧붙여 생각했습니다.

A씨에게도 물어봤습니다. 그는 “어른들이랑 (술을) 마시는 건 학교에서 (또래와) 마시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그래서 원하지 않아도 먹고 싶은 양 이상으로 마시게 될 것, 중간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걱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Z세대도 학교를 다니면서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회식을 경험합니다. 선후배들과도, 나이 차이가 꽤 되는 동료와도 즐겁게 술자리를 가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Z세대가 ‘회식을 싫어한다’는 표현은 회식 자체에 대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경직된 분위기의 전통적인 회식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죠.

Z세대만 유독 회식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불편한 회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
Z세대만 유독 회식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불편한 회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

◇ ‘불편한 회식’에서 ‘즐거운 회식’이 되기까지

오비맥주 한맥이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지난 10월 전국 2050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회식 관련 직장인 인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11일 한맥이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83.4%)은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회식문화가 없다면 회식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가장 싫어하는 회식’에 대해 직장인들은 △불편한 사람과 함께하는 회식(50.7%) △ 지나친 음주를 강요하는 회식(43.5%)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회식(39.2%) 등으로 응답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사실 Z세대만 회식을 유달리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불편한 회식’을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식’을 논할 때 주로 근거가 되는 것은 친밀감 형성을 통한 협력과 화합입니다. Z세대도 이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저는 저녁 술자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긴장감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공간인데 무조건 공적으로만 행동할 수는 없다고도 보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회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오비맥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드러운 회식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 것(61.4%) △귀가 시간이 자유로운 것(49.3%) △주량을 존중해 주는 것(36.6%) 등이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개인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A씨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전혀 바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회식을 하면 불협화음이 난다”며 “기성세대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요즘 세대는 이렇다던데’하면서 ‘그렇다면 건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들어오면 스스로도 회사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필요가 있지만, 회사도 신입사원에게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유교문화인 한국 사회에서 신입사원이 직장 상사나 기성세대에게 다가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에서도 못한다고 밉보이고 싶지 않은데 괜히 말을 잘못 꺼낼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특성을 알아가야 합니다. 이름과 나이를 물어본 다음에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묻는 것처럼 말이죠. ‘요즘 세대는 이렇다던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취향을 물어보며 한 발 더 나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Z세대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흔쾌히 답할 것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오비맥주 ‘한맥’이 2050 직장인 1000명에게 묻다…“회식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2022.11.11 오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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