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Z세대의 직장생활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Z세대의 콜포비아입니다. 다른 세대들도 업무상 전화를 걸기 전 긴장된다고 하는데 왜 유독 Z세대에서만 콜포비아가 부각되는 걸까요. / 게티이미지뱅크
Z세대의 직장생활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Z세대의 콜포비아입니다. 다른 세대들도 업무상 전화를 걸기 전 긴장된다고 하는데 왜 유독 Z세대에서만 콜포비아가 부각되는 걸까요.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직장을 다니기 전 ‘전화’를 얼마나 많이 해봤는지 묻는다면 저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답할 겁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에게 하는 전화 외에는 스마트폰의 ‘전화’ 기능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죠.

아주 가끔 대학 사무실이나 관공서에 전화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준비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준비된 말과 질문을 메모장에 적어두고 심호흡을 하죠. 휴대전화에 입력된 전화번호가 정확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침내 전화를 겁니다. 이후 일정하게 반복되는 통화연결음은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곤 했습니다.

저는 분명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전화를 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고 대화를 시작하면 사실은 별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고 해도 말이죠.

◇ 전화 통화보단 메신저에 익숙한 ‘Z세대’

Z세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콜포비아(Call Phobia)’입니다. 콜포비아는 전화(Call)와 공포증(Phobia)의 합성어로 전화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사실 ‘콜포비아’라는 단어 자체는 오래전부터 쓰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 생긴 단어니까요.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지난 2019년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콜포비아 현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결과 성인남녀 중 46.5%가 전화 통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는 답변은 대학생 그룹(47.3%)이 직장인 그룹(44.8%)보다 소폭 높게 집계됐습니다.

이들이 콜포비아를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메신저 앱과 문자 등 텍스트를 활용한 의사소통에 익숙해졌기 때문(49.2%)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말실수를 할까봐(35.5%) △말을 잘 못해서(28.4%) △전화 관련 트라우마가 있어서(18.0%) 등이 뒤따랐습니다.

이들 중 53.8%가 전화를 걸기 전에 통화 스크립트를 짜본 경험이 있다고도 답했습니다. 제가 전화를 걸기 전 준비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응답자 중 67.6%는 앞으로 콜포비아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업무상 전화를 걸기 전 긴장하는 것은 사실 Z세대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해 본 40~50대도 긴장감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업무상 대화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실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마치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말을 더듬지 않고 싶은 것처럼 말이죠.

유독 Z세대만 그런 것도 아닌데 Z세대의 ‘콜포비아’가 부각되는 건 기성세대와 Z세대가 살았던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누구나 신입사원이 돼서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걸어야 할 때 미숙해보이고 싶지 않아 긴장합니다. 하지만 전화 외에 대안이 없다면 하기 싫어도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Z세대의 삶에는 전화 외에도 대안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텍스트로 해결할 수 있고 항상 텍스트를 활용해왔으니 전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최근 기업들은 Z세대 신입사원의 콜포비아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전화 매뉴얼을 가르치는 연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전화공포증을 없애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컨설팅 업체 ‘더 폰 레이디(The Phone Lady)'는 금융권 기업과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전화 경험이 부족한 Z세대에게 대화연습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만난 20대 C씨는 기록이 남는다는 점과 정리된 정보를 깔끔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메신저의 장점으로 꼽습니다. 전화통화가 효율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 따져보면 메신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메신저가 장점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기자가 만난 20대 C씨는 기록이 남는다는 점과 정리된 정보를 깔끔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메신저의 장점으로 꼽습니다. 전화통화가 효율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 따져보면 메신저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메신저가 장점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 Z세대가 ‘굳이 전화?’라고 묻는 이유

C씨(20대‧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년 정도 행정업무를 담당하면서 주로 메신저를 이용해왔다고 답했습니다. 대면이 필요한 경우와 상대방이 전화를 선호하는 경우 외엔 대체로 메신저로 소통했다고 합니다.

그는 메신저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나중에 되짚어보는 것이 용이하다”고 답했고 “또한 상대방이 내게 정보를 요구했을 때 시간이 필요한 경우 굳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할 필요 없이 정리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씨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화통화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콜포비아를 가중시키는 것 같다”면서 “생활 속에서는 전화를 하지 않아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많지만 업무상 전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두려움이 커진다”고 설명했죠.

전화보다 텍스트를 선호하는 Z세대를 보며 기업은 감정적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C씨는 해당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는 “종종 메신저에 적힌 텍스트에 감정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업무전달 및 정보전달을 하는 데 감정적인 측면이 크게 중요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 내부에서 소통을 원하는 것이라면 전화가 아니라 ‘대면’이 훨씬 유의미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공간의 분위기와 그 사람의 표정까지 읽을 수 있지만, 전화는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텍스트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죠.

저는 이에 일부 동의하고, 일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도 어떤 방향의 소통이든 전화보다는 대면이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정보전달의 측면에서는 메신저가 전화보다 논리정연하게 정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일 수도 있습니다만 ‘전화통화’는 취재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상사와의 소통이라고 해도 메신저가 모든 걸 담아낼 수는 없다고도 보고요.

하지만 저도 C씨와 마찬가지로 메신저에 익숙한 사람이라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도 ‘전화’였습니다. 상사와의 통화는 ‘내가 아는 사람’과의 통화니까 수월해도 취재를 위해 필요한 통화는 ‘모르는 사람’과의 통화니까요. 그래서 한 번의 전화를 걸기까지 준비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한 준비였죠. 지금은 그래도 몇 개월 전보다 쉬워졌답니다.

최근 Z세대에 대한 논란이 많아지고 있지만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생각보다 많은 Z세대들은 기성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전화의 필요성에 대해 기성세대만큼 동의하지는 않아도 필요한 경우 스크립트까지 써가면서 전화를 할 정도로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Z세대가 스스로 성장하기를 조금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