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자전거 제조업체의 대표주자인 삼천리자전거가 3분기 적자전환했다. /삼천리자전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년간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며 ‘우량기업’으로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던 삼천리자전거에서 예사롭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섰던 실적이 급기야 적자전환한 것이다. 업계 차원에서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성장 궤도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우량기업부’ 승격했는데… 3분기 ‘적자전환’

코스닥 상장사인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3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3분기 연결기준 2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0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6% 감소했다.

이보다 눈길을 끄는 건 영업손익 및 당기순손익이다. 먼저, 영업손익은 3분기 4억5,000여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익 역시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손익까지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최근 행보에 비춰보면 예사롭지 않은 변화다.

2012년을 기점으로 연간 매출액 규모가 1,000억원대에 안착했던 삼천리자전거는 2018년과 2019년 매출액이 각각 796억원, 871억원으로 떨어지고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바 있다. 이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2018년 169억원, 2019년 82억원이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매출액이 1,200억원대로 껑충 뛰고,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되찾았다. 이에 힘입어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5월 코스닥 시장 내 소속부서가 중견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승격되며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일정한 조건에 따라 △기술성장기업부 △중견기업부 △벤처기업부 △우량기업부로 구분해 지정하고 있다. 이 중 최상위인 우량기업부는 △자기자본이 700억원 이상이거나 최근 6개월 평균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본잠식 없이 최근 3년간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이 3% 이상이면서 당기순이익 평균 30억원 이상 △최근 3년간 매출 평균 5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삼천리자전거는 올해 들어 매출액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흐름을 보이더니, 급기야 적자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사업여건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가 지난 2년간 앞선 부진을 딛고 준수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전거 이용 인구가 늘고, 특히 배달용 자전거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방역조치가 대거 완화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뜻밖에 찾아왔던 호재도 막을 내리게 됐다. 여기에 원자재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이란 악재가 더해지면서 삼천리자전거는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삼천리자전거의 향후 전망이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자전거는 친환경 이동수단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유자전거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전기자전거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기자전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공유자전거 서비스 업체와의 협력 관계 구축 및 자전거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국내 자전거 사업부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중국 OEM 생산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 등은 삼천리자전거가 극복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시장 상황이나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 엔데믹과 전기자전거 및 공유자전거 시장 확대라는 기로에 서 있는 삼천리자전거가 안정적인 실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삼천리자전거 ‘2022사업연도 3분기 분기보고서’ 공시
2022. 11.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천리자전거 2019년~2021년 사업보고서 공시
2022. 11. 14.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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