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전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필자 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전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연재를 시작하며
 

물음이 생겼다.
 

‘디지털은 소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터넷도 모바일도 우리가 선택 했다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적응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시간일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코로나19 같은 두렵고 낯선 존재다. 이번 연재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 백신’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함께 위 물음에 대한 물음동지가 되어 답을 찾아 갔으면 한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아니다’는 말처럼 디지털이라는 격랑의 바다로 출항하려 한다. [편집자주]

사진은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폴란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메시가 폴란드 슈쳉스니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하고 있다. / 뉴시스
사진은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폴란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메시가 폴란드 슈쳉스니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하고 있다. / 뉴시스

▮ 월드컵은 블랙홀이다.

클리셰(cliche) 같아서 카타르 월드컵이야기를 피하려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데 나까지?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알았다. 마치 폭우가 내리는 날 우산도 안 쓰고 비 한 방울 안 맞고 가겠다는 호언장담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12월 1일 새벽 3시가 지나는 이 시각, 마감에 쫓기면서도 유튜브에서는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가 무한 반복되고 있고, TV는 잠시 후 4시부터 진행될 아르헨티나와 폴란드전을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카타르 월드컵은 모든 일상을 지난 이야기처럼 만들고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10·29 이태원 참사의 기억도, 지하철과 화물노동자들의 생존의 목소리도 우리들의 인식에서 축구공 넘어가듯 패스되고 있다. 나 또한 월드컵 이야기를 피하고 싶었지만 월드컵을 피하려는 생각이 월드컵에 빠지게 하는 무한루프에 괴로워하고 있다.

▮ 공은 둥글다

월드컵은 같은 룰로 같은 경기장에서 국가의 대표들 간 공인된 싸움이다. G7 국가와 FIFA 랭킹이 일치하지 않는다. 아울러 FIFA 랭킹조차 승패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월드컵의 매력이다. 독일을 이긴 일본이 코스타리카에 덜미를 잡히고, 잉글랜드에 6대2로 진 이란이 웨일즈를 2대0으로 이겼다. 개최국 카타르는 2연패로 16강 조기 탈락했다. 개최국 16강 탈락은 이변이라고는 하지만 월드컵 진출 경험이 없는 카타르의 탈락은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였다. 프랑스에 4대1로 대패한 호주는 아프리카 복병 튀니지, 덴마크를 꺾고 아시아국 최초로 16강에 진출했다. 대회 최대이변 아르헨티나를 2대1로 격파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폴란드, 멕시코에 연패 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우르과이와 비기고 가나에 3대2 아쉬운 패배로 중국집 메뉴판 보다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어떤 대표팀보다 다이나믹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손흥민, 김민재 선수의 부상투혼과 이강인, 조규성 선수 같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그 어떤 드라마도 줄 수 없는 풍성한 상상, 설렘과 기쁨을 주고 있다. 칼럼이 게재되는 날 있을 포르투갈전을 2골차 이상으로 이겨서 경우의 수를 무력하게 만들었으면 싶다.

말 많았던 오프사이드 논란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카타르 월드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사진)’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 FIFA
말 많았던 오프사이드 논란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카타르 월드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사진)’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 FIFA

▮ 디지털 월드컵

이런 다양한 이변과 클리셰(cliche) 같은 결과 못지않게 ‘디지털 축구’는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볼거리중 하나다. 축구팬이라면 알겠지만 축구에서 가장 이견이 많은 판정이 ‘오프사이드’다. 이긴 팀도 진 팀도 오프사이드 논란은 경기 후 찜찜한 기억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에서 오프사이드 오심은 축구팬들 마음에 오래 남아있다. 오프사이드는 순식간에 공격팀 선수와 수비팀 선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오프사이드 폐지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오프사이드 규칙이야 말로 축구를 지속가능하게 만든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다. 축구칼럼이 아니니 오프사이드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다른 글을 통해서 이야기 하겠다. 이렇게 말 많았던 오프사이드 논란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카타르 월드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에 설치된 12개의 추적 카메라로 운영된다. 각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나눠 인식하고, 초당 50회 빈도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오프사이드 판정 시간도 기존 평균 70초에서 25초로 단축됐다. FIFA 랭킹 3위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랭킹 51위)에 2대 1로 역전패 했다. 이런 대이변 뒤에도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 아르헨티나는 총 4골을 넣었지만 번번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아르헨티나는 무려 10개의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최대한 활용해 ‘축구의 신’ 메시 등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을 ‘멘붕’에 빠뜨리며 무력화시켰다. 전술의 승리였다.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면서 늘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석연찮음을 남겼던 오프사이드 판정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월드컵의 진화라 부를만하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2014년 유럽연합은 디지털을 기술혁신으로 인한 산업성장의 관점이 아닌 전 지구적 문제나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는 사회혁신적 관점을 ‘디지털 사회혁신’이라 정의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을 도입도 ‘디지털 사회혁신’의 정의 안에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에게 공공데이터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방식으로 공개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많은 ‘코로나 앱’, ‘마스크 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민이 직접 만든 서비스가 쏟아졌다. 사진은 지난 2020년 3월, 인하대 장승민ㆍ문영진 컴퓨터공학과 4학년 학생, 이민규 생명과학과 3학년 학생이 개발한 ‘코로나 닥터’ 앱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이 앱은 지도 하나에 확진자 위치 정보는 물론, 지역별 선별진료소와 격리 병원 등이 표시되어 있으며 특히 특정 확진자의 이동경로 등 코로나19 관련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 뉴시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에게 공공데이터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방식으로 공개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많은 ‘코로나 앱’, ‘마스크 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민이 직접 만든 서비스가 쏟아졌다. 사진은 지난 2020년 3월, 인하대 장승민ㆍ문영진 컴퓨터공학과 4학년 학생, 이민규 생명과학과 3학년 학생이 개발한 ‘코로나 닥터’ 앱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이 앱은 지도 하나에 확진자 위치 정보는 물론, 지역별 선별진료소와 격리 병원 등이 표시되어 있으며 특히 특정 확진자의 이동경로 등 코로나19 관련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 뉴시스

▮ 디지털, 기술혁신과 함께 사회혁신 관점 필요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 발생 초기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들이 대 혼란을 겪었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확진자 동선,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국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 과거 같으면 정부가 주도해 앱이든 웹을 개발하고 국민들에게 들어와서 확인하라는 조치가 일반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공공데이터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방식으로 공개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많은 ‘코로나 앱’, ‘마스크 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민이 직접 만든 서비스가 쏟아졌다. 학생, 교사, 디자이너, 공무원, 비영리 활동가 등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 모두가 시민들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사회문제해결 방법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다. 시민이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가는 ‘시빅해킹(Civic Hacking)’의 사례이자 ‘디지털 사회혁신’의 사례로 이야기 되고 있다.

사실 이런 ‘디지털 사회혁신’ 월드컵이 있다면 아시아 대표로 나가야 될 나라가 대만이다. 대만은 코로나19 팬데믹 방역과 대국민 소통에 디지털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모범적 나라다. 특히 대만의 디지털 장관인 오드리 탕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마스크 공급 디지털 지도를 만들고, 대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함께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위험지역을 알리는 경보시스템을 빠르게 제작해 ‘디지털 사회혁신’의 성공사례로 전 세계에 공유됐다. 우리나라도 이런 대만의 ‘디지털 사회혁신’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다. 디지털 장관(Digital Minister)은 대만에만 있는 독특한 위상의 부처다. 오드리 탕이 트위터에 올려놓은 설명에 의하면 디지털 장관은 전체 정부부처들이 디지털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각 부처별로 최소 1명씩 디지털 장관실로 파견되어 일한다. 최대 32명까지 파견받을 수 있다. 디지털 사회혁신 기획조정실이 불릴 만 하다. 각 부처에는 Participation Officers(PO, 개방정부연락인開放政府聯絡人)이라 부르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대중의 참여를 위한 디지털 혁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장관의 역할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서로 다른 부처 간의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다.

디지털 기술혁신의 산업과 성장을 이끌어 왔다면 디지털 사회혁신은 문제해결의 진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디지털 상공인 시대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문제 또한 이런 열린 구조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기술혁신의 산업과 성장을 이끌어 왔다면 디지털 사회혁신은 문제해결의 진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디지털 상공인 시대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문제 또한 이런 열린 구조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 디지털 사회혁신 강국, 대만

디지털을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많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혁신이 가져올 달콤한 미래 이야기는 대표적 디지털 클리셰다. 누군가는 디지털을 기술혁신이 아닌 사회혁신의 도구로 이야기하고 상상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만정부가 2016년 디지털 장관에 35세 오드리 탕을 임명하고 디지털 사회혁신을 통한 디지털 민주주의로 진화 성장해 가는 것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대만 디지털 장관실은 국민 의견을 실시간으로 청취하고 정책을 설정하는 ‘거버넌스 테크(Governance Technology)’ 시스템, 총통 배 디지털 해커톤, 시민이 정책에 대해 정부 관료와 직접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조인’ 등 다양한 ‘디지털 사회혁신’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부가 가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사회적·정치적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오드리 탕 장관이 강조하는 것이 투명한 공개다. 보통의 정부주도 공모 사업과 국민 참여 사업이 정보 불균형에서 진행된다. 그것은 참여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반쪽 참여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전제 되지 않은 각종 공모와 참여는 국민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혁신의 근간은 정부와 국민이 정보균형 상황에서 쌍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혁신의 산업과 성장을 이끌어 왔다면 디지털 사회혁신은 문제해결의 진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디지털 상공인 시대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문제 또한 이런 열린 구조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지금은 디지털 상공인 생태계를 이끄는 정부의 디지털 사회혁신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르헨티나가 후반 시작하자마자 첫 골을 넣었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를 보는 재미가 솔찮다. 정부가 디지털 상공인들의 골(목표)을 메시처럼 넣어주길 바란다. 축구에 중원이 중요하다. 디지털 상공인은 디지털 경제의 중원이다. 중원이 살아야 이긴다.

PS. 본문에 인용하지 못한 대만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 인터뷰 내용을 부록처럼 공유한다. 여전히 TMI다.


‘2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는 사람들이 정부를 믿도록 기대하기보다 정부가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을 적용하여 공개함으로써, 단순히 어떤 정책을 만드느냐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을 왜 만드는지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예산을 공개함으로써 모두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규제는 예외없이 두 달 전에 온라인에서 토론을 통해 해당 규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고, 더 나아가 적합하지 않은 규제라고 판단될 경우 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정부가 자신들을 믿고 있다라고 느끼게 된다.
 

둘째는 IT 기술을 사람들이 이미 있는 곳으로 가져가야지, 사람들에게 IT 기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민간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커뮤니티가 있고, 모임이 있다. 수요일에는 소셜이노베이션랩을 무료로 제공한다. 공간을 무료로 제공할 뿐 아니라 음식도 한다. 무료로 공개하는 대신 이곳에서 모임을 주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베풀면 다음에는 그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된다. 또한 지역의 전문가를 만날 때도 오라고 하는 대신 직접 그들의 지역으로 찾아간다. 우리는 IT 기술을 통해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두 가지 원칙이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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