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전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필자 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전 서울시 디지털 보좌관  

연재를 시작하며
 

물음이 생겼다. 

‘디지털은 소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터넷도 모바일도 우리가 선택했다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적응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시간일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코로나19 같은 두렵고 낯선 존재다. 이번 연재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 백신’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함께 위 물음에 대한 물음동지가 되어 답을 찾아 갔으면 한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아니다’는 말처럼 디지털이라는 격랑의 바다로 출항하려 한다.

16강 진출 확률이 9% 누군가에는 9%밖에 안되는구나 하면서 포기했지만 9%나 된다는 믿음으로 함께 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은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16강 진출 확률이 9% 누군가에는 9%밖에 안되는구나 하면서 포기했지만 9%나 된다는 믿음으로 함께 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은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중꺾마

우리의 카타르 월드컵은 16강에서 멈췄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과거 월드컵이 끝나고 시시비비를 따지면서 서로 상처를 내던 것과는 다르다. 성공과 실패가 아닌 성장의 관점에서 보니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축적의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성공하는 것이니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진화하고 성숙해 가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이 우리 안에 갈피처럼 남긴 것은 손흥민의 어시스트도 조규성의 헤더골도 아닌 ‘#중꺽마’다. 중국어 같이 이 말을 대한민국 사람이면 한번쯤을 들어 봤을 것이다. 외계어 같지만 우리를 하나로 만든 말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 ‘#중꺾마’ 외계어가 하루하루 삶을 견뎌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다.

16강행을 결정하는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 전반에 선제골을 내줬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였던 우리나라이기에 후반에 주눅들만도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지칠 줄 몰랐다. 그렇게 김영권 선수의 골과 연장 시간 황희찬 선수의 역전골이 터졌다. 그렇게 ‘도하의 기적’을 이뤘다. 16강 진출 확률이 9% 누군가에는 9%밖에 안되는구나 하면서 포기했지만 9%나 된다는 믿음으로 함께 한 사람들이 있었다. 전반 5분 첫 골을 허용하고 ‘그럼 그렇지’ 하면서 잠든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선수들의 꺾이지 않은 마음은 이런 믿음과 희망이 함께 달린 결과였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꺾마와 연관검색어처럼 이야기되는 선수가 손흥민 선수다. 손흥민 선수는 과거 ‘내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이야기 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월드컵전에 출판한 책이 다시 역주행을 하고 차주 유퀴즈 출연 사전 영상이 공개되면서 월드컵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특히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서 7년간 슈팅을 못하게 하고, 양발 축구를 하기 위해서 왼손으로 신발끈을 매개한 지독한 기본다지기는 ‘손흥민 정신’이라 불릴 만하다. ‘밥숟가락이 깜깜한 방안에서 입안에 저절로 들어갈 정도의 경지가 돼야 한다’는 말은 손웅정 씨가 얼마나 지독한 기본주의자인지 보여준다.

소셜미디어는 미디어성을 가지고 있지만 미디어 보다는 소셜에 방점을 찍고 봐야 한다.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커버리지나 영향력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소셜미디어는 미디어성을 가지고 있지만 미디어 보다는 소셜에 방점을 찍고 봐야 한다.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커버리지나 영향력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SNS를 오픈 했는데 왜 사람들이 모르지요?’ ‘왜 입점을 했는데 판매가 없지요?’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소셜미디어에 개인 계정을 오픈한 것을 방송국과 신문사 차린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머스 플랫폼 입점을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 입점한 것처럼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을 효율의 관점과 오프라인의 반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소셜미디어는 미디어성을 가지고 있지만 미디어 보다는 소셜에 방점을 찍고 봐야 한다.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 커버리지나 영향력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진다. 디지털은 단순한 오프라인의 반영이 아니다.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다. 오프라인 유명인이 디지털 세계에서 같은 영향력을 갖지 않는다. 디지털 세계 영향력자가 오프라인에서 셀럽이 아닌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오프라인에서도 관계를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먼저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를 해야 상대방도 관심을 갖는다.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쳐줘야 호감을 갖는 것처럼 댓글도 달아 줘야 내 담벼락에 방문을 한다. 그렇게 ‘구독’ ‘좋아요’ 댓글달기가 반복되면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고 커뮤니티 안에서 요청을 해야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소에 교류가 없다가 갑자기 결혼식이나 돌잔치 초대장을 받는다면 어떨까? 디지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소셜미디어는 미디어보다는 관계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까지 제주살이를 했다. 제주도 한달살이 집을 구하기 위해서 집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네이버 한달살이 커뮤니티에 올렸다. ‘바닷가와 가까운 호젓한 곳이면 좋겠고, 목욕을 좋아해서 욕조가 있거나 사우나 근처면 좋겠습니다. 한달살이 목적은 쓰던 책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게시판에 커뮤니티에서 요구하는 양식으로 글을 올렸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복붙댓글이었다. 내가 올린 본문을 읽고 올린건지 기계적 댓글이 빠르게 올라왔다. ‘아는 분이 작갑니다. 글이 잘 써지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근처에 유명한 탄산수 사우나가 있고 그곳 50% 할인권을 드릴 수 있습니다.’ 긴 댓글은 아니지만 복붙 댓글 속에서 단연 돋보였고 그 댓글을 올린 분의 아이디로 과거 커뮤니티 활동을 보면서 더 신뢰가 가는 분께 연락을 드렸다. 디지털을 기능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

디지털 상공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한 속도다. 아울러 소비자를 기능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진심이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상공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한 속도다. 아울러 소비자를 기능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진심이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다. 입점 못지않게 입점 이후 평판관리와 관계관리가 중요하다. 거창한 전략과 전술에 앞서 사람 냄새 나게 해야 한다. 디지털의 효율과 속도는 좋은 것을 강화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나쁜 것을 빠르게 확산시킨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 상공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한 속도다. 아울러 소비자를 기능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진심이 필요하다. 홍대 ‘진짜 파스타’는 소방관과 결식아동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그 진심이 확산되면서 먹방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하면서 돈쭐을 맞았다. 정글 같은 시장에서 견뎌내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 만만한 디지털 전환이 되어야 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이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인플루언서를 초대해서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손익도 맞지 않는다. 자신의 가게나 논밭뷰로 매끄럽지는 않지만 진심을 담아서 진행하는 라이브커머스야말로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다. 그립을 통해서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고기아빠’는 달변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 커머스에 왕도는 없다. 결국은 각자의 결을 가지고 누군가의 아류가 되는 미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차별적 우위점을 갖고 하면 된다. 정부도 보여주기식 일회성 라이브커머스 지원이 아니라 지원 받고 나서도 지원받은 소상공인이 스스로 디지털 커머스를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KPI(핵심성과지표)로 삼는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커머스가 소상공인을 주눅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만하게 느껴지게 해야 한다.

혜성처럼 되는 디지털 전환은 없다.

“흥민이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계약했을 때,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었다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 표현을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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