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입주 희망자 110명 상대로 이중계약·사실은폐, 총 120억여원 편취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 상대 사기, 피해자들 고통 고려해 중형 선고”

최근 피해자 110여명으로 부터 총 120억여원을 가로챈 전세사기범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뉴시스
최근 피해자 110여명으로 부터 총 120억여원을 가로챈 전세사기범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빌라 입주를 원하는 입주예정자들을 속여 총 120억여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전세사기범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일 법원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5단독(남인수 부장판사)은 사기‧업무방해‧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임대회사 대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9억9,400만원을 함께 명령했다.

다만 추징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업무방해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 및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등은 몰수가 가능하지만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합법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될 시에는 몰수가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피고는 여전히 범죄행위를 반성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의 고소가 없었다면 사업을 계속해 소위 ‘보증금 돌려막기’ 수법으로 보증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었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사기 수법으로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서민 등 주거취약계층을 상대로 총 120억여원을 편취한 점,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실상 전 재산과 같은 보증금을 상실하면서 경제적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수사당국에 의하면 A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경기 광주시 소재 빌라 입주 희망자 110명에게 담보신탁 등기를 말소시켜주겠다고 속이고 이중계약 사실을 은폐하는 등의 수법으로 전세보증금 총 120억여원을 가로챘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전세보증금 액수를 시세보다 부풀린 이른바 ‘업계약서’를 이용해 세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자금 9억9,400만원을 대출받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을 가지고 인근 빌라들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보증금 일부를 빌라 신축 자금 등에 사용했고 결국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집단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4년여간 총 52회에 걸쳐 진행된 공판을 통해 A씨의 범죄사실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에 따른 전세가율 증가로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피해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미 구속기소된 ‘세모녀 전세 사기’ 주범 B씨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세모녀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는 당초 51명에서 355명으로, 총 피해 액수는 약 298억원에서 790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전세사기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 9월 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정부는 현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임차인과 임대인간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선순위보증금 등 정보제공에 관한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과 임대인이 이에 대해 의무적으로 동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체결 전 임대인에게 임대인의 납세증명서 제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며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앞서 임대인의 체납 정보, 선순위보증금 등의 정보를 임차인이 요구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그러나 해당 대책은 강제성이 없어 임대인들이 얼마든지 정보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등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덩달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격 비중)까지 올라 전세사기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임차인의 전 재산과 같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전세사기 및 소위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개선
2022.11.21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 
2022.9.1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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