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37개 단체로 구성된 ‘2022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이날 서울역 광장 계단 앞에서 추모제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40여명의 관계자들이 광장에 나왔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문제를 말했다. / 조윤찬 기자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37개 단체로 구성된 ‘2022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이날 서울역 광장 계단 앞에서 추모제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40여명의 관계자들이 광장에 나왔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문제를 말했다.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서울역=조윤찬 기자  무연고 사망자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지자체는 장례를 치를 수 있지만 해당 조례가 없는 지자체에서는 장례 없이 바로 화장하게 된다. 이 때문에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전국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무연고자 공영장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인과 생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지만 법률상 장례를 치를 수 없게 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관계단절·장례비용·법률상 연고자 부재 등 무연고 원인 다양

12일 서울역 광장 계단에는 서울지역 거리, 쪽방, 고시원에서 무연고로 사망한 432명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들이 장미와 함께 놓여졌다.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37개 단체로 구성된 ‘2022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이날 서울역 광장 계단 앞에서 추모제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40여명의 관계자들이 광장에 나왔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문제를 말했다. 특히 무연고 사망자 문제는 노숙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시신처리 현황은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3,136명 △2021년 3,488명이다.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증가해왔다. 서울의 경우 무연고 시신처리는 △2017년 513명 △2018년 566명 △2019년 531명 △2020년 670명 △2021년 789명으로 나타났다.

무연고는 실제 인간관계가 없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고자가 장례를 진행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시신 인수를 거부, 무연고 사망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주변에 법률상 장례를 주관할 사람이 없어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장사법 제2조(정의) 16호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손자·손녀) △부모 외의 직계존속(조부모) △형제·자매 △사망하기 전 관리하고 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 등으로 정의했다. 위에 나열된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은 원칙상 연고자가 아니다. 이 때문에 사실혼 관계이거나 조카 등 친척인 사람이 있어도 고인은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통해 유가족과 지인이 애도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과 지인이 없더라도 장례는 진행된다. 다만 공영장례 조례가 마련된 지역에서 실시된다.

‘장사법’ 제12조(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해 봉안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유골은 5년의 봉안 기간 후 유택동산에 자연장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의 ‘2022장사업무안내’ 지침을 보면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시신 처리 위임서를 받아 장례를 진행한다.

◇ 홈리스행동 “공영장례에 지역 격차 없도록”

12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황성철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 장사 업무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이기 때문에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 따라 애도의 지역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 조윤찬 기자
12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황성철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 장사 업무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이기 때문에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 따라 애도의 지역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 조윤찬 기자

기자회견에 참여한 황성철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의 애도 받을 권리 보장’을 주제로 발언했다. 황성철 활동가는 △애도의 지역 격차 해소 △무연고 사망자 증가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먼저 황성철 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 장사 업무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소관 업무이기 때문에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에 따라 애도의 지역 격차가 발생한다”며 “공영장례를 못하는 지역에서는 빈소를 차리지 못하고 바로 화장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가 지난 2018년 3월 22일에 제정된 이후 서울 시민 중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 처리 능력이 없는 사람 △쪽방촌 등에서 고독사한 경우 등을 대상으로 ‘그리다’ 장례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서울시는 공영장례지원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서울시는 같은 해 5월 10일부터 서울시립승화원에 공영장례 전용 빈소를 마련했다. 2019년 3월 6일 서울시는 저소득층 장례지원과 무연고자 장사서비스 통합 지원을 위해 ‘나눔과나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통합 콜상담센터(대표번호 1668-3412)를 개설했다.

황성철 활동가는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제12조(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 4항은 “무연고 시신을 처리하는 경우 장례의식 등 최소한의 존엄이 보장되도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신설된 조항이다. 황성철 활동가는 이전에는 중앙정부가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에 관여할 근거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사법 제33조의4(장사지원센터의 설치 등) 1항 3호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을 명시해 보건복지부의 업무가 추가 됐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들, 고인의 장례 자기결정권 보장 위해 장사법 등 개정 요구

12일 서울역 광장 계단에는 서울지역 거리, 쪽방, 고시원에서 무연고로 사망한 432명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들이 장미와 함께 놓여졌다. 시민단체들은 매년 늘어가는 무연고 사망자 관련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윤찬 기자  
12일 서울역 광장 계단에는 서울지역 거리, 쪽방, 고시원에서 무연고로 사망한 432명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들이 장미와 함께 놓여졌다. 시민단체들은 매년 늘어가는 무연고 사망자 관련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윤찬 기자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중앙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성철 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구조의 변화를 꼽고 있다”면서 “법률상 가족은 있지만 그 가족이 재정적 어려움이나 관계 단절 등의 이유로 장례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나의 장례를 준비하고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내 뜻대로 장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생전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이 있다면 ‘가족 대신 장례’가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법률은 아니지만 장례에 대한 고인의 자기결정이 이뤄지도록 정부 지침이 마련된 상태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인 ‘2022 장사업무안내’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에 자신의 장례를 주관할 개인이나 단체를 지정할 수 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주관자 지정’ 제도다. 이는 사망자의 장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20년 2월 ‘장사업무 안내’ 지침부터 도입됐다.

지자체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며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사망자가 생전에 공증문서나 유언장에 장례주관자를 밝히거나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사실혼 배우자, 친척, 지인 등)가 신청하면 된다.

해당 지침이 있기 전까지 장사법이 정한 연고자를 제외한 사람은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이제는 장례주관자 지정을 통해 사실혼 배우자나 조카 등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다만 장사법이 밝힌 연고자에 해당하는 가족 모두의 장례 포기가 있어야 한다. 유가족들과의 신속한 연락이 필요한 이유다.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대안이 생겼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법률로도 명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무원이 해당 지침을 모르거나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지침이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시 주무관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저희한테 문의한다. 서울시 구청 공무원들은 지침을 모를 일이 없다”면서 “타 지자체 경우 (지침을) 모를 수 있다”고 밝혔다.

장례주관자를 명시한 고인의 유언장에 대해 그는 “내부 심의를 하는 데 필요한 참고 자료 역할만 할 수 있다. 민법은 유언의 장례에 관한 사항은 참고사항이라고 규정한다. 법적인 강제력을 가질 수 없는 사항을 공증해주지 않으려고 할 거고 설령 공증해주더라도 법원에서 반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장사법만 아니라 민법, 가족관계등록법, 의료법을 바꿔 무연고 사망자 장례주관자 지정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장사업무안내(정부 지침)

2022.05.04 보건복지부 

무연고사망자 10년 동안(2012-2021) 3배 늘어

2022.05.06 용혜인 국회의원 발표자료

서울시 5월부터 무연고·저소득층 '장례의식' 지원

2018.04.30 내 손안에 서울

서울시, 전국 최초 ‘공영장례 - 그리다’ 통합 콜 상담(1668-3412) 개설

2019.03.06 서울시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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