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다누리호 달 궤도 진입 성공 발언에 박수를 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다누리호 달 궤도 진입 성공 발언에 박수를 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통령실이 28일 한국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이 한반도가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대외 정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한 인태 전략은 미국 등의 전략과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이 보였다.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면서도 중국을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對)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인태 전략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인태 전략은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과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을 원칙으로 9개의 중점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해당 전략에는 미중 갈등 사이에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딜레마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는 인태 전략 보고서에 중국을 ‘인태 지역의 번영의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라고 규정했다. 이는 미국과 ‘보편적 가치’를 함께 하겠다고 했지만, 이웃에 있는 중국과 밀접하게 협력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미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을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현상변경 세력으로 간주했고, 일본은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했다. 캐나다의 인태 전략에서도 중국을 ‘갈수록 질서를 어지럽히는 글로벌 파워’라고 했다. 그만큼 중국의 행보를 우려스럽게 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연대해 기존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미국의 기조에 발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주요 협력 국가’라고 명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중국은 이사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고, 경제적으로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과의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포용’ 원칙 내세운 이유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인태 전략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포용”이라며 “어떤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어느 특정 국가를 통제 내지는 견제하거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미국과 달리 지정학·지경학적으로 밀접한 중국과의 협력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인태 전략의 3대 협력 원칙 중 하나인 ‘포용’ 원칙에 따라 중국을 ‘주요 협력 국가’로 명시한 셈이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을 경쟁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은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전략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인태 전략은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해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중관계에서 ‘규범과 규칙’을 중시하겠다는 점도 명확히 한 셈이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자유, 법치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가 도전받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정 국가를 겨냥·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중국을 염두에 두고 “보편적 규범과 가치를 위협하는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규탄하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즉 윤석열 정부는 미국·일본 등과 달리 중국을 ‘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이 가치동맹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혔다. 결국 이번 정부 역시 미국과는 ‘가치 동맹’, 중국과는 ‘경제적 실익’을 선택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략적 모호성을 상징하는 원칙이 ‘포용’인 셈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2022. 12. 28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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