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발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 문화공원에서 열린 G20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발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 문화공원에서 열린 G20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국가와 모두 만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균형 외교에서 가치 외교로 중심축을 옮기며 중국과의 관계는 숙제로 남았다. 또 국내의 산적한 과제 역시 해결해야 한다. 

◇ 한반도 문제 관여국 모두와 정상회담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동남아 순방을 다녀왔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미국과 일본 정상을 만났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선 중국 정상을 만나는 등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수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5개월여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한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북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 추가 조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관련해 우리 기업에 차별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미일정상회담에서는 3국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는데, 이 협력의 주요 내용은 대북 공조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북한 미사일 정보를 3국이 실시간 공유하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아울러 경제 보복 등의 위협에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미일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공동성명 역시 의미가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이에 대해 “과거 북한에만 국한된 내용을 넘어 경제·기술, 지역·글로벌 도전과제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최초의 성명”이라며 "대북 공조를 넘어 역내 및 글로벌 차원의 도전에 대처하는 포괄적 협력 관계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첫 정식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약식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일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에 관해서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가지는 않았다”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기투합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성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새로운 한중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이를 위해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윤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이 역내 어느 국가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 미·일·중 만났지만 ‘한계점’도 남겨

윤 대통령이 순방 중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 모두 만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3국 정상과의 만남은 한계점과 과제를 분명히 남겼다.

우선 윤 대통령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했다. G20 정상들은 “세계가 또 냉전에 빠지는 것을 용납하지 말자”고 뜻을 모았으나,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는 선명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 편으로 좀 더 가까워졌다. 이른바 ‘균형 외교’에서 ‘가치 중심 외교’로 전환한 셈이다. 

이같은 행보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숙제로 남겨줬다. 이는 시 주석과의 회담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시 주석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했다. ‘진정한’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갔다는 것은 현재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는 ‘진정한’ 다자주의가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또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조한 것도 미국 측에 가까워진 우리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다시 만나 IRA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IRA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원론적인 답변에 가깝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윤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냈다. 당시 서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기업에 대해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고 한다. 이번 회담에서의 발언 역시 서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일정상회담 역시 양국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논의하지 않았고, 단지 ‘해법을 찾아보자’는 긍정적인 분위기였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게다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은 우리 국민에게는 예민한 이슈임에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기투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의 도발로 한미일이 ‘철통 공조’ 의지를 다졌고, 이같은 상황은 중국을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중 정상이 마주 앉은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호응이 있으면 적극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측이 변화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사실상 동참 의사가 없음을 밝힌 셈이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남한이) 지속적으로 잘 설득해보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이 전폭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했다”고 했다. 

이제 윤 대통령은 순방 후속 조치가 과제로 남았다. 국내에 산적한 현안 역시 존재한다. 2023년도 예산안을 정부안에 가깝게 통과시키는 게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의석수를 생각해 본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태원 참사 수습 역시 과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 역시 참사 수습과 연계돼 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현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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