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 이후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감소… 전월세 전환율 증가
전문가 “시장 회복시 임차인 보호 위해 현행 제도 유지한 채 부분적 개선해야”

현행 임대차3법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 뉴시스
현행 임대차3법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연이은 금리인상에 따라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하락하면서 그간 집주인이 주도했던 임대차시장이 세입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특히 전세가격 하락으로 역전세난 및 전세사기 우려가 커지면서 계약 만료가 다가온 세입자들은 보다 싼 전세를 찾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임대차3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임차인 보호 위해 만든 ‘임대차3법’ 여러 문제점도 동반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세입자 보호 및 서민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시행된 임대차3법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등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됐고, 전월세신고제는 2021년 6월 1일을 기해 실시됐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계약 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을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토록 하고 있다. 또 임대차계약 또는 최종 임대료 등을 증액한 뒤에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상대로 1년 이내 증액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단 각 지자체는 주택시장 상황‧여건 등을 고려해 5% 안에서 임대료 상한선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 기존 2년 계약 만료시 1회 연장해 최대 4년(기존 2+연장 2년)간 계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세입자는 계약 만료 1~6개월 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통보해야 한다.

다만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직계 존·비속이 2년간 실거주할 때에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계약 당사자인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보증금·임대료 등을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해당 주택 소재지의 시·군·구청에 신고토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의 권리가 이전에 비해 보장됐지만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임대차3법이 시행됐던 2020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2+2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동결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는 관행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5% 이상 보증금을 올릴 수 없게 되자 일부 집주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자신이나 직계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직접 주거하겠다고 나섰고 이로 인해 세입자들과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들어 전혀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집값·전세가격이 하락하자 이자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채 보다 싼 다른 전세나 월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임대차3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임대차3법을 현행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어 주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 뉴시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 뉴시스

◇ 전문가 “임대차3법, 정책 일관성 위해 유지해야… 부분적 개선은 필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선 그동안 우리나라의 임대차시장은 임대인이 갑의 위치에서 시장을 주도한 반면 임차인은 을의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그나마 임대차3법 실시로 임차인도 어느 정도 보호장치를 갖출 수 있게 됐으나 아직까지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최근 아파트등록임대를 부활시키는 등 임대사업자에게 다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임차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은 축소됐는데 이같은 상황에서 임차인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임대차3법을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집값‧전세가격 하락 등 시장 상황이 변했다고 임대차3법을 수정하려 한다면 정책의 일관성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아울러 금리인상 기조가 끝난 뒤 금리인하로 전환되면서 저금리 시대가 올 경우 임대차3법 수정으로 인해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는 현행 임대차3법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단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됐다고 여겨지면 임대차3법 개선을 논의해볼만 하다”고 전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수석위원 역시 임대차3법 현행 유지에 힘을 실었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대차3법을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고 변경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금리인상 시기가 하락세로 전환되면 집값과 전세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라도 현 임대차3법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임대료 5% 상한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부분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올해 2월 이후 전월세전환율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한국부동산원
올해 2월 이후 전월세전환율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한국부동산원

현행 임대차3법이 미흡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한국도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임대차시장 내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이 소폭 낮아졌다고 해서 임대차3법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대차3법 중 전월세신고제는 현재까지도 전면 시행에 나서지 않은 채 올해 5월 31일까지 유예된 상태”라며 “동시에 전월세신고제 누락에 따른 과태료 부과도 오는 5월 31일까지 유예되고 있어 임대차3법의 제도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임대차3법 시행 전까지 그간 임대차시장은 임대인 우위로 돌아갔다. 따라서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5% 상한제 등은 문제없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각 지자체가 임대료 상한선을 5% 이하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각각의 상황을 고려해 임대차3법에 더 넓은 범위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임대차3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내 사인간 거래에서 임대료 5% 상한제 적용 등을 조정의 여지를 적게 줬다는 점”이라고 문제삼았다.

이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각각의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만약 정부가 개편 방향을 추진한다면 여지를 두고 각각 법률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대료 5% 상한제는 3~10% 적용이라던지 계약갱신청구권 범위 2+2에서 2+1로 조절 등 각각 상황별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조율해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지해 팀장은 “임대차 시장은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임차인이 유리하고 저금리 상황에서는 임대인이 우위에 서는 등 환경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며 “임차인 보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는 현행 임대차3법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2020.7.30 국토교통부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지역별 전월세전환율)
2023.1.3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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