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 “30만 수도권 주민 발 묶을 수 없어… 극단적 이기주의 수용 불가”

국토부가 공금유용 의혹을 받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등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 뉴시스
국토부가 공금유용 의혹을 받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등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 반대' 집회 과정에서 공금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수사의뢰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에 나선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서울특별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를 점검한 결과 총 52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하고 수사의뢰(4건)‧과태료 부과(16건)‧시정명령(7건)‧행정지도(25건) 등에 나섰다고 밝혔다.

재건축추진위 등은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GTX-C 노선안 변경을 주장하며 2021년경부터 정부를 상대로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초 은마아파트 일부 단지 외벽에는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논란이 됐다.

또 재건축추진위 소속 일부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에 GTX 노선 우선사업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측은 법원에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GTX-C 사업노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GTX-C 노선에 대한 모든 안전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책임을 지겠다”며 “(GTX-C 노선이)매일 30만명이 이용하는 발이 될 예정인데 누가, 무슨 자격으로 가로막느냐”며 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일방적인 주장 및 선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토부가 행정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재건축추진위 등의 GTX-C 노선 변경 요구는 그치지 않았고 결국 작년 11월 말 국토부는 재건축추진위가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반대집회·시위 등에 사용했다며 재건축추진위 측에 행정조사를 통지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청, 외부전문가(변호사·회계사),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의 GTX 반대집회 비용집행의 적정성과 함께 운영실태 전반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국토부 등은 점검결과 △장기수선충담금 관련 6건 △용역계약 관련 13건 △예산회계 관련 11건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 행정 관련 18건 △정보공개 관련 1건 등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주요 적발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재건축추진위 등의 GTX 집회비용의 경우 안전 대응·조치 비용은 입주자 동의를 거쳐 잡수입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관리규약을 근거로 서면동의 결과(과반수 찬성)를 공고하고 잡수입에서 집회비용 9,700만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입주자 과반수가 찬성했다는 서면동의 결과는 공고했지만 세대별 서면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는 없어 실제 입주민이 동의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더불어 잡수입으로 집회 참가자에게 참가비를 지급했으나 참가자가 집회 당일에 참가했다는 입증자료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재건축추진위는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대행시킬 때 재건축추진위 업무대행에 한정해 용역 계약이 가능함에도 조합 업무대행까지 포함해 입찰공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업체와의 계약은 공고와 다르게 재건축추진위 업무대행에 해당하는 부분까지만 체결하는 등 일반경쟁입찰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서울시는 이번 합동점검 과정에서 적발한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의 위법사항은 관계 법령에 따라 수사의뢰 등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동시에 재건축추진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업비 예산안을 주민총회에서 사전 의결토록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벌칙규정도 마련하면서 전체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시정비법 개정을 신속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전날 원희룡 장관은 SNS를 통해 GTX-C 노선 변경을 주장하는 재건축추진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희룡 장관은 “‘집 한 채의 만분의 일의 지분’을 가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관계자의 근거 없는 선동 때문에 매일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30만 수도권 주민의 발을 묶어 놓을 수는 없다”면서 “단순히 아파트 지하에서 터널공사를 한다는 것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재건축추진위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은 해야 하지만 GTX가 내 발밑으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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