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재건축 사업 첫 발 뗀 것에 의의… 금리인상 여파로 시장에 영향 주지 못해”
서울시 “심의 이후 진행 상황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 없어… 향후 강남구청과 절차 등 논의”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뉴시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 1979년에 준공돼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단지로 손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19년 만에 서울시의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에서라도 훈풍이 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한 단계 앞으로 나가게 됐다는 점에는 의의를 두면서도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인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극히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19년 만에 궤도 위 

지난 19일 서울시는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가결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 은마아파트는 지하철 대치역과 학여울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구 노른자 땅 중 한 곳으로 1979년 준공된 28개동 4,424세대 노후 아파트다.

심의를 통과한 은마아파트는 향후 33개동 5,778세대(공공주택 678세대 포함)로 건립될 예정이다.

최고 35층(118.4m)으로 건폐율과 법적 상한 용적률은 각각 50%, 299.9% 이하가 적용된다. 단지 내 공공주택은 49∼84㎡ 규모다.

서울시는 공공기여를 통해 은마아파트 인근에 보차 혼용 통로를 만들고 근린공원(1만3253㎡), 문화공원(4081㎡), 공공청사 등을 조성키로 했다. 

앞서 지난 2003년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예비안전진단 과정에서 세 번이나 탈락했고 2010년이 돼서야 적정성 검토를 거쳐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부여 받았다.

지난 2017년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는 최고 49층으로 건설하는 정비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35층 제한 규제’를 근거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는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수정한 정비안을 같은 해 다시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보류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좌초되는 듯 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35층 제한 규제’를 해제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후 소위원회 자문 등을 거친 끝에 5년만에 재상정된 은마아파트 정비 계획안은 지난 19일 ‘수정가결’ 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대상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대상지 /서울시

◇ 박원갑 수석전문위원 “금리인상 폭풍, 재건축 시장에 끼치는 영향 없다고 봐도 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본격 부동산 경기 하락장이기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가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현재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 내 최대 변수로, 다른 변수를 모두 잡아 먹을 정도로 시장이 금리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표적 규제 중 하나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풀려면 법안을 제정해야 하는데 이는 여야간 국회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언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따라서 이번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에 따른 약발은 부동산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여경희 수석연구원 “단기적 호재, 시장 상황으로 인해 큰 이슈 되지 않아” 

여경희 부동산R144 수석연구원은 “일단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며 “다른 재건축 사업도 동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나 지역·단지별 속도에는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아직 사업초기 단계인 점, 금리인상·경기침체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 재초환·분상제(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큰 이슈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뒤이어 “그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그러나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까지 장기적으로 갈 길이 먼 만큼 시장에서 크게 의미를 두거나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적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부연했다.

◇ 이은형 연구위원 “서울 전역 정비사업 활성화 촉진에 영향 못 미칠 것”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은마아파트가 서울시의 재건축 사업 심의를 통과한 것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확대라는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고 층수 35층으로 심의를 통과한 것은 장단점이 모두 공존한다”며 “지나친 고층화와 공사비 증가를 피했다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나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단지를 추구하는 민간의 관점에서는 단점이 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다만 현재의 정비사업환경, 공사비 증가요인들과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감안했을 때 은마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 촉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 집값이 더 내려야한다는 얘기를 비롯해 부동산하락론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 상황에서 서울 지역의 정비사업 활성화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뿐만아니라 재초환과 정밀안전진단 문제도 여전히 정비사업의 장애요소로 남아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끝맺었다.

◇ 서울시 “심의 내용 관할기관에 통보… 향후 시행인가 등 강남구청과 협의 예정”

서울시는 심의 이후 일정에 대해선 아무 것도 정해진 사안이 없다고 전하면서 이후 은마아파트 정비사업 과정에서 관할기관인 강남구청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알렸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심의 ‘수정 가결’ 결과에 대해 해당 관할기관인 강남구청에 통보하게 된다”며 “이를 전달 받은 강남구청은 관련 서류 작성 후 고시 및 재공람 공고 등의 절차에 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는 조합원들 동의를 얻어 조합 설립이 결정되면 조합 설립 신청을 강남구청에 하게 된다”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향후 시행인가라던지 절차적인 부분에 대해 시와 강남구청이 협의해 정비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 개최결과 / 서울시 2022년 10월 19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인터뷰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인터뷰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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