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완 대표가 이끄는 손오공이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마주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김종완 대표가 이끄는 손오공이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마주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토종완구업체 손오공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실적 부진 속에 지난해 주인이 바뀐데 이어 이번엔 경영권 분쟁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재도약이 시급한 시점에 먹구름이 잔뜩 낀 모습이다. 전문경영인에서 시작해 오너경영인에 오른 김종완 대표이사가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 갈 길 바쁜 손오공, 정기주총 앞두고 예사롭지 않은 가처분 신청

손오공은 지난 30일 ‘소송 등의 제기·신청’을 공시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인천지방법원에 손오공에 대한 ‘주주명부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이는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에 해당한다. 주주명부열람은 주주에게 주어진 권리로, 이와 관련된 가처분 신청 역시 주주에 의해 제기되곤 한다. 또한 이 같은 가처분 신청은 적대적 M&A나 소액주주운동 등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다. 이를 통해 주주명부를 확보한 뒤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주명부열람 가처분 신청은 통상 분쟁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경영권 관련 송사에 휩싸인 손오공은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미약한 수준이다. 현 최대주주인 김종완 대표이사의 지분이 6.27%에 그친다. 반면,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소액주주 보유 지분은 90%를 넘는다. 경영권 분쟁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지난해 최대주주가 전격 변경된 바 있는 손오공으로서는 혼란을 거듭하게 됐다. 1996년 설립된 손오공은 2016년 12월 미국의 글로벌 완구업체 마텔이 창업자인 최신규 전 회장의 지분을 사들이며 한 차례 주인이 바뀐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마텔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김종완 대표 등에게 매도하면서 또 다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손오공은 최신규 전 회장과 결별한 이후에도 그가 설립한 초이락컨텐츠컴퍼니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했었다. 손오공의 핵심 상품인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의 지적재산권을 초이락컨텐츠컴퍼니가 보유 중인 가운데, 양사가 유통계약을 이어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같은 협력관계는 2021년 8월을 기해 종료됐다. 

손오공 입장에서는 최근 2년여간 창업자와 완전히 결별한데 이어 두 번째 주인이었던 글로벌 완구업체의 품에서도 떠나게 된 셈이다.

실적 부진 또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1,29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매출액은 이후 △2017년 1,040억원 △2018년 991억원 △2019년 734억원 △2020년 852억원 △2021년 754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 역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다시 적자전환하며 수익성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손오공은 여러모로 어수선한 가운데 경영권 분쟁 조짐까지 마주하게 됐다. <시사위크>는 손오공 측에 이번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구체적 배경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공시를 통해서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대응할 예정”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다만, 시기를 고려했을 때 이번 가처분 신청 제기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위한 준비로 보여진다. 이는 손오공을 둘러싼 갈등이 머지않아 수면 위로 본격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김종완 대표는 최신규 전 회장 시절부터 전문경영인으로서 손오공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시기에 오너경영인으로 변신한데 이어 경영권 분쟁이란 까다로운 당면과제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김종완 대표가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손오공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
2023. 1. 3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손오공 ‘최대주주 변경’ 공시
2022. 10. 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손오공 ‘2022사업연도 3분기 분기보고서’ 공시
2022. 11.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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