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2일, 고려아연은 ‘수시공시 의무 관련사항’을 공시했습니다. 이는 공정공시에 해당하는 공시인데요. 공정공시란,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기관투자자 등 특정 대상자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공평하게 같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상장사들은 공시규정에 따라 반드시 공정공시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됩니다.

고려아연의 공시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을 골자로 합니다. 향후 3년간 별도실적 기준 30% 이상의 배당성향 유지를 목표로 하고, 연 1회 중간배당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끕니다.

고려아연이 이처럼 배당 정책과 관련해 공정공시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3월 그리고 지난해 2월에도 별도실적 기준 30% 이상의 배당성향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공정공시를 한 바 있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대상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것과 중간배당 도입까지 추진하는 것이죠.

지난 수년간을 돌아보면, 고려아연이 배당에 인색했던 것도 아닙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연결기준 배당성향이 10%에 미치지 못했으나, 2014년 들어 20%대에 진입하더니 이를 꾸준히 유지했죠. 또한 2018년을 기해 배당성향이 30%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46.27%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별도기준보다 조금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배당에 적극적인 편이었습니다.

즉, 앞서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당을 실행해온 고려아연이 한층 더 박차를 가하고 나선 모습입니다.

고려아연의 이 같은 행보는 특히 최근 상황과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끕니다.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공동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그룹의 계열사입니다. 양 공동창업주 일가는 대를 이어 공동경영을 이어왔는데요. 최근 들어 이상기류가 감지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양 집안이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지분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난 거죠. 양측이 여러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10%가량이었던 지분 차이는 3~4%내로 좁혀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양 공동창업주 일가와 무관한 일반주주의 ‘표심’이 상당히 중요해졌습니다. 당장 오는 3월로 예정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양 집안이 이사 선임 등을 두고 맞부딪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죠. 특히 올해는 최창근 회장, 내년엔 최윤범 부회장과 장형진 회장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따라서 고려아연의 주주친화적 행보는 이러한 지분 경쟁 양상과 연결 지어 해석 가능합니다. 이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최창근 회장·최윤범 부회장 일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표대결’을 염두에 두고 주주들의 ‘표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거죠. 고려아연이 배당정책 관련 공정공시를 통해 주주친화적 행보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최윤범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합니다.

즉, 고려아연의 주주친화적 행보 뒤엔 양 공동창업주 일가의 지분경쟁과 팽팽한 긴장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지분경쟁 양상이 실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게 될지, 주주친화적 행보가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