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대한전선이 주식병합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대한전선
코스피 상장사인 대한전선이 주식병합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대한전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스피 상장사 대한전선은 지난 22일 ‘주식병합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겁니다.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의결되면 현재 12억4,000여만주인 대한전선의 발행주식 총수는 10분의 1인 1억2,400여만주로 줄어들게 됩니다.

주식병합은 무엇일까요?

주식병합은 발행주식 총수와 액면가만 변동되는 것으로, 증자나 감자와 달리 자본엔 변화가 없습니다. 이번 대한전선의 경우,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하면서 액면가는 100원에서 1,000원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우리나라 상법은 자본을 ‘발행주식의 액면가 총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주식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대신, 액면가는 10배 늘어나기 때문에 주식병합에 따른 자본 변화는 없습니다. 즉,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겁니다. 주가도 마찬가지로 조정되기 때문에 시가총액 역시 달라지지 않고요.

주식병합의 반대 개념으로는 주식분할이 있습니다. 주식병합과 달리 기존 주식 1주를 여러 개로 나누고, 액면가 및 주가도 비율에 맞춰 낮추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죠. 삼성전자는 과거 주가가 200만원을 훌쩍 넘었는데, 주식분할 이후 주주가 되기 위한 문턱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주식병합을 왜 하는 걸까요?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는 주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유통주식수는 주가 상승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반대로 유통주식수가 적은 소위 ‘품절주’는 주가의 단기 등락폭이 큰 편입니다.

대한전선은 2004년 고(故) 설원량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중대 위기를 겪은 바 있습니다. 이후 채권단 관리 하에 있다가 사모펀드 품에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단행했고, 2021년 호반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죠. 호반그룹 품에 안긴 뒤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가 이어졌고요. 이 과정에서 발행주식 총수와 유통주식수가 부쩍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이에 주식병합을 통해 발행주식 총수 및 유통주식수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 주가 안정 및 기업가치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게 대한전선 측 입장입니다.

주식병합을 통해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가시적 변화는 주가입니다. 대한전선의 주가는 현재 1,400원대에 형성돼있는데, 주식병합을 하면 1만4,000원대가 되죠. 물론 어디까지나 착시효과이지만요. ‘싸구려 주식’이란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대한전선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앞서 살펴봤듯, 주식병합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발행주식 총수 및 유통주식수의 변동이 주가에 미칠 영향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수준이죠. 주식병합 후 주가가 비싸다고 인식돼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대한전선이 주식병합을 무사히 실행에 옮기고, 이를 통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대한전선 ‘주식병합결정’ 공시
2023. 2. 2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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