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펼쳐진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의 격돌이 무승부로 일단락됐다. / 영풍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펼쳐진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의 격돌이 무승부로 일단락됐다. / 영풍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가 75년의 동행을 뒤로하고 갈등에 휩싸인 가운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의 격돌이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다만, 양측이 다시 손을 맞잡긴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주총 이후에도 갈등과 논란이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 배당안은 가결, 정관 변경안 부결… ‘무승부’로 일단락

지난 19일, 고려아연은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이날 정기주총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의 ‘격돌’이 예고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설립했으며, 이후 3세대에 걸쳐 양가의 동행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핵심 계열사이자 양가가 다소 복잡하게 얽혀있는 고려아연을 둘러싸고 지분경쟁 양상이 이어진 것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 양가 중 고 최기호 창업주의 후손인 최윤범 회장 일가가 경영을 주도해왔다. 반면, 소유 측면에서는 고 장병희 창업주의 후손인 장형진 고문 일가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런 가운데, 장씨 일가 측은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늘렸고, 최씨 일가 측은 여러 대기업들과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이들을 통해 우호지분을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서로를 견제하는 양상은 뚜렷했다.

그러다 고려아연의 정기주총이 다가오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됐다. 양측이 정기주총 주요 안건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며 공시와 입장문 및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연일 공방전을 이어간 것이다.

핵심쟁점은 두 가지였다. 먼저 장씨 일가 측인 영풍은 고려아연이 내놓은 배당안이 부족하다며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씨 일가 측인 고려아연은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꾸준히 해왔으며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이 중요하다며 이를 일축했다.

고려아연 측이 추진하고 나선 정관 변경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기존 정관상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가능하도록 규정돼있었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국내 법인에게도 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영풍은 주주권익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며 영풍도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을 앞서 실시한 바 있다고 맞섰다.

이러한 대립 이면엔 지분경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장씨 일가 측은 고려아연에서 지급하는 배당금을 지분 확대 자금으로 활용해왔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 확보와 밀접한 사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나란히 하나씩만 뜻을 이뤘다. 지난 19일 전체 발행주식의 90.31%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배당안은 그대로 가결댔고,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먼저, 배당안은 출석주주의 과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보통결의 사안인데, 앞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쪽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반면, 정관 변경은 출석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해야 가결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따라서 장씨 일가 측만 반대해도 부결될 수 있었다. 실제 이날 정관 변경안은 출석주주의 53.02%가 찬성했으나 특별결의 가결 요건엔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정기주총에서의 격돌이 무승부로 일단락된 가운데, 양측의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양측의 팽팽한 지분 구도로 인해 어느 한 쪽도 확실하게 승기를 잡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히 양측의 지분 확대 경쟁이 향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결과’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319800577
2024. 03. 1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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