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로 호평을 이끌어낸 강윤성 감독.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로 호평을 이끌어낸 강윤성 감독.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연출/각본 강윤성)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범죄도시’(2017) 강윤성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한 것은 물론,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의 25년 만에 드라마 출연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대세’ 손석구와 이동휘‧허성태‧김주령‧손은서‧류현경‧이규형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시즌1가 공개된 ‘카지노’는 매 회차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을 이끌어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공개 첫 주 기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강윤성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카지노’의 시작부터 캐스팅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오는 15일 공개되는 시즌2에 대해 “더이상 인물 설명은 없다”면서 “훨씬 더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해 기대감을 높였다.

-첫 시리즈 연출이었다. 또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 기분이 어떤가.

“가장 살 떨렸던 작품이다. 입봉작은 사실 전초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예매율이 너무 안 좋았다. 오픈하는 전날 밤에 제작사 대표랑 술 한 잔 하면서 자포자기했다. 어렵게 데뷔했는데 이렇게 가는구나 싶었다.(웃음) 영화 개봉이 더 긴장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카지노’ 공개가 더 살 떨리더라. 공개 전에 주목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오픈하는 날에 배우들과 다 같이 봤다. 최민식 선배는 못 오고 다른 배우들과 같이 봤는데 훨씬 더 마음이 편하더라. 집에서 혼자 봤으면 조마조마했을 거다.”

-한 번에 공개되는 다른 OTT 콘텐츠와 달리, 매주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공개 방식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지속적으로 (시청자를) 붙잡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 번에 봤다가 (시청자가)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더라. 범죄물은 한 번에 끌고 가는 게 힘이 좋다. 나눠서 공개가 되면 힘이 빠지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화제성 면에서는 좋았던 것 같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계속 유지되는 측면에서는 지금 공개 방식이 나은 것 같다. 원래 작품이 공개되면 댓글이나 기사도 안 본다. 여러 소소한 것들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가능하면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는 너무 궁금하더라. 그래서 계속 찾아봤다.(웃음)”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한 ‘카지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한 ‘카지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처음 지인의 소개로 필리핀 카지노 정킷방(원정도박여행)을 운영하는 분을 만나게 됐는데, 그분이 말하는 정킷방의 세계가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그분을 통해 많은 취재를 했고, 어떤 사건들이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1대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로 파견 나갔던 경찰을 만났다. 오승훈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관련된 이야기, 처음 파견됐을 때 심경이나 여건, 사건을 해결해나갔던 과정을 취재했다. 그런 이야기를 섞고 픽션을 가미해서 전체 이야기를 만들었다.”

-차무식도 모티프가 된 인물이 있나.

“카지노 정킷방을 운영하는 분이 모티프가 됐지만, 최민식 선배가 캐릭터를 별도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모티프는 됐지만 색이 다른 새로운 캐릭터였다. 차무식은 누구에게는 선인, 누구에게는 악인이 될 수 있는데 선과 악을 이야기하려고 하진 않았다. 경계선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의 삶이 좋았다. 이 인물의 삶을 전체적으로 따라가는 이야기였으면 했다. 단순히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만을 다뤄서는 감동이 없겠다고 생각해서 차무식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 배를 그려내고자 했다. 그래야 마지막까지 갔을 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싶었다.”

-선과 악, 캐릭터의 경계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항상 빌런에 대해 동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사람이 왜 나쁜 사람이 됐고 왜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빌미를 넣어주면 나쁜 짓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그 지점을 조심하는데, 차무식의 전사를 가져오면서 어떻게 보면 나쁜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이지만 삶을 전투적으로, 사선에 선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로 그냥 봐주셨으면 하는 차원이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를 던질 생각은 없었다. 그저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포인트였다.”

‘카지노’로 호흡을 맞춘 최민식(왼쪽)과 손석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로 호흡을 맞춘 최민식(왼쪽)과 손석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이 25년 만에 택한 드라마였다. 긴 호흡에 대한 부담감이나 어려움을 토로하진 않았나.

“정말 베테랑이라고 느낀 게 하루에 14신을 촬영한 적이 있다. 말도 안 되는 분량이다. 대사만 해도 15페이지에서 20페이지다. 그런데 그걸 다 외워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을 다 끝냈다. (최민식) 선배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다. 촬영장에도 1시간 정도 일찍 오고 전날에는 만나든 통화를 하든 촬영에 대해 논의한다. 그만큼 노력을 쏟아붓는다. 특히 ‘카지노’는 차무식 분량이 너무너무 많잖나. 끝까지 지치지 않고 촬영을 하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더 존경하게 됐다.”

-차무식의 젊은 시절도 최민식이 직접 연기했다. 초반에는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성인 시절 이렇게 나뉘는데 학원을 운영하는 성인시절의 차무식부터는 최민식 선배가 개입돼야 연속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했다. 페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사용했다.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을 디에이징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길게 쓰는 건 ‘카지노’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짧게 쓰면 굉장히 효과적인데 길게 작업하다 보니까 디테일함에 있어 부족함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젊은 사람으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배우의 연기가 뒤받쳐 줘야 하는데, 최민식 선배가 그런 면에서 최선을 다해줬다. 너무 과하게 들어가면 가짜 같고 너무 안 하면 티가 안 나고 해서 적정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손석구의 활약도 돋보인다. 영화 ‘범죄도시2’,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주목받기 전에 캐스팅했는데, 과정이 궁금하다.

“제작사 대표가 영어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가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하더라. 아이디어도 너무 좋았다. 사실 손석구의 전작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 어떤 스타일인지 몰랐는데 되게 라이브하고 진짜 같은 연기를 잘 하더라. 그 강점이 오승훈 캐릭터에 맞겠다 생각했다. 원래 차무식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있으니 또 다른 강력한 사이코 같은 형사로 오승훈을 생각했는데 손석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냥 평범한 회사원 같은 사람이 와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게 더 드라마틱하겠다는 결론이 났다. 손석구가 좋은 제안과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나중에는 자기 대사도 직접 써오고 영어와 관련된 것들도 입맛에 맞게 수정했다. 손석구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강윤성 감독이 시즌2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강윤성 감독이 시즌2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오프닝 타이틀 영상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제작사가 있었는데 나방이나 곤충 이미지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카지노에 욕망을 좇아 몰려드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었나.

“작명이었다. 건달1, 건달2, 이런 것 말고 이름을 만든 캐릭터가 170명이더라. 매회 10명 이상의 인물이 나오다 보니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까먹게 되더라. 어디에서 나오는지 헷갈렸다. 그래서 생긴 노하우가 이름표를 만들어서 몇 화에 출연하고 무엇을 하는지 간략하게 적어놓고 작업을 했다. 또 하루에 찍어야 할 분량이 너무 많더라. 다른 생각 없이 촬영에 집중해서 하려고 했다.”

-‘범죄도시’부터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이번 ‘카지노’까지 그동안 선 굵은 남성중심 서사, 범죄드라마를 선보여 왔다. 이유가 있다면.

“여성의 심리를 잘 모른다. 여성의 심리나 로맨스에서 나오는 여자들의 감정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결혼 생활을 한지 20년이 됐는데도 우리 집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웃음)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편하다. ‘카지노’에 등장한 여성캐릭터도 여성의 심리에서 접근했다기 보다 남자가 바라보는 여자를 그렸다. 여성 시청자들이 봤을 때 불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스토리 전개에는 그렇게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시즌2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시즌1은 인물 설명과 카지노의 생리, 카지노에 대한 이야기가 앞부분을 차지했고 6부부터 사건이 시작됐다. 시즌2는 사건 위주로 달린다. 더이상 인물 설명은 없다. 이야기가 긴박하게 돌아갈 거다. 여러 사건이 맞물려서 진행된다. 훨씬 더 속도감 있게 전개될 거다. 많은 기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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