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화물연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뉴시스
정부·여당이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화물연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한 끝에 안전운임제를 일몰시켰던 정부·여당이 대안으로 ‘표준운임제’를 꺼내들었다. 안전운임제와 달리 운송사 및 화주에 대한 강제성 및 처벌을 완화한 것이 핵심인데, 화물연대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화주·운송사 제재 완화한 표준운임제

정부·여당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개최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통해 지난해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정부·여당이 마련한 방안은 크게 △화물 운송산업 체질 개선 △안전운임제 근본적 개편 △화물차주 처우 개선 △화물차 교통안전 실질적 강화를 골자로 한다.

먼저, 화물 운송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으면서 지입료 등만 수취하는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키고, 지입차량을 실소유자인 지입차주 명의로 등록하도록 해 소유권을 보호하기로 했다. 이는 지입제가 화물 운송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악습이라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대책이다.

아울러 번호판 사용료 수취와 같은 부당금전 요구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한편, 화물차주에 대한 운송사의 부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불공정 계약사례를 구체화해 계약무효는 물론 각종 행정처분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시장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유도하고, 탄력적인 공급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제 등 각종 공급 규제도 혁파하겠다고 발겼다.

정부·여당은 지난 6일 국회에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갖고, 지난해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 뉴시스
정부·여당은 지난 6일 국회에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갖고, 지난해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 뉴시스

최대 쟁점인 안전운임제 근본적 개편 방안으로는 우선 명칭부터 표준운임제로 바꾸기로 했다.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송사 간에 주고받는 운임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했던 만큼 강제성 없이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운송사와 화물차주 간에 주고받는 운임은 강제해 화물차주를 보호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화주에 대한 처벌 규정은 사라지게 되고, 운송사에 대한 처벌 규정도 곧장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서 시정명령을 내린 뒤 과태료를 순차적으로 상향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된다.

이와 함께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 공적자료를 활용해 보다 객관적으로 원가를 산정하고, 원가 구성 항목도 사전에 규정해 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한 운임위원회 의사결정구조도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이밖에도 화물차주 처우 개선 및 화물차 교통안전 실질적 강화를 위해 △유가-운임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 도입 △운송거래 과정 투명화 △화물차 휴게시설·차고지 및 복지사업 등 지원 △운행기록장치(DTG)를 활용한 교통안전 모니터링 △판스프링 등 낙하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 △과적에 대한 화주·운송사 책임 강화 △화물차 교통안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대책이 담겼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의 이번 방안이 미봉책에 불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주최로 진행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의 이번 방안이 미봉책에 불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주최로 진행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 뿔난 화물연대 ‘끈질긴 투쟁’ 예고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마련된 표준운임제 도입을 비롯한 방안이 화물 운송시장의 악습을 뿌리 뽑는 한편, 시장기능을 회복시키고 화물차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화물연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이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당일 성명을 통해 “이번 방안은 화주자본 입장만 반영한, 근본적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시혜적이고 실효성 없는 미봉책일 뿐”이라며 “시장의 병폐를 없애고 화물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시장의 근본적 문제 및 화물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실표성 있는 방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화물연대 측은 “정부는 여러 이해관계자 및 민간전문가와 함께 물류산업 발전협의체를 운영하며 개선방안을 논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청회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화물연대는 협의체에 성실하게 참여해 안전운임제 지속 및 확대를 포함한 의견을 수차례 제시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선지속 후논의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오로지 화주의 입장만이 반영됐다. 정부는 이미 화주 의견을 반영한 방안을 정해두고 있었고, 협의체는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또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인가, 화물연대 무력화 방안인가”라고 지적하며 “국토부는 ‘화물차 운송산업이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화물노동자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를 대화상대로 여기지도 않으면서 화물운송시장을 개선하고 화물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기만적일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주요 이해관계자 중 하나이자 정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화물연대가 정부·여당이 마련한 방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의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에 맞서 안전운임제 사수 및 제도개악 저지를 위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국토교통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발표
2023. 2. 6. 국토교통부
화물연대 ‘”표준운임제=안전운임제 폐지“ 시혜적이고 실효성 없는 미봉책! 윤석열정부의 정상화 방안 반대한다!’ 성명
2023. 2. 6.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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