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안전운임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해당 조항이 ‘노동자 보호’라는 기존의 취지와는 무색하게 노조와 기득권을 지키는 법안으로 변질됐기 때문에 ‘구조적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약속’을 강조하며 안전운임제 연장에 적극적이다.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깊어지면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일몰법’이 처리될 지 관건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성 의장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부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해야하기 때문에 안전운임 일몰제라고 해서 이것 하나 연장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이것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에게 최소한 운임을 보장함으로써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과속 등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법은 ‘3년 한시’ 적용 대상이어서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는 지난 11월 ‘화물연대 파업’의 명분이 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폐지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당정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제안했으나, 화물연대는 ‘전면 폐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며 파업을 강행했다. 정부·여당은 이를 기점으로 해당 법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파업을 막기 위한 제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한 만큼 이전 제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가 실제로 일하는 화물차주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데도 목소리를 높였다. 성 의장은 “중간에서 구전을 떼거나 번호판 장사하는 회사가 불로소득을 해서 차량 한두 대로 운행하는 이분들에 대한 소득이 그만큼 착취되는 것”이라며 “이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단계 화물 운송이 현재 만연돼 있다”며 “운송과정에서 다단계가 아니라 중간단계를 단순화시켜야 적정한 운임이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당의 문제 제기는 궁극적으로 ‘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성 의장은 “일몰에 관계없이 개혁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불평등한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열심히 일하는 차주들한테 기회가 가고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을 다각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말을 드린다”며 “더 준비해서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물류 혁신이 오고 올바른 개혁이 이뤄지게 국민들께서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연내 일몰법 처리 약속도 난망

국민의힘이 안전운임제 연장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민주당의 반응은 냉랭하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연장이 ‘정부의 약속’이었던 만큼 정부·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 내용이 담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다만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인 상황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정 합의 정신에 기초해 노조가 파업을 했든 안 했든 간에 국민의힘과 국토부는 용와대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적어도 3년 연장 정도는 당연히 이번에 통과시켜야 한다”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체계 자구 심사를 제외한 내용을 건드리지 않는 심사를 해 일몰인 오는 12월 31일 이전에는 본회의에 올라가 통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사실상 해당 법안을 ‘일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만큼, 여야 간 대치는 극심해질 전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단 일몰시키고 난 다음 제대로 된 제도를 재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성 의장의 입장에 힘을 실은 대목이다. 민주당이 법안을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합의되지 않은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다 보니 지난 22일 내년도 예산안 합의와 함께 약속한 ‘일몰법 처리’도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안전운임제뿐만 아니라 ‘8시간 추가근로연장’에 대한 여야의 이견도 상당한 상황이다. 이날 여야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협상에 나섰지만, 다른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과 연계되며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8일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와 추가연장 근로제에 대한 ‘주고받기식 협상’을 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치가 딜을 하긴 했지만 (이번엔) 무게가 좀 다른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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