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분양 예정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전국 12만8,553가구 집계
전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미… 계획 물량 분양되도 공급 부족”

올해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12.8만 가구인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 뉴시스
올해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12.8만 가구인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올해 분양 계획된 전체 아파트 물량이 작년 대비 줄어든 반면, 총 분양 계획 물량에서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 물량‧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현실화된다면 지난 2000년 이후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최대 물량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는 빙하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조금이라도 훈풍이 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 증가가 당장 시장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섣부른 기대감은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올해 전국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12.8만호… 전년 실적 대비 71.7%↑

최근 ‘부동산R114’가 국내 각 건설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3년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전국 12만8,55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재개발‧재건축 분양 실적인 7만4,867호 대비 71.7% 증가한 규모며 올해 전체 분양계획 물량(임대 제외 총가구수) 27만390가구 중 47.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만약 계획된 물량이 올해 전부 소화된다면 지난 2000년 이후 최다 물량이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사례로 남게 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의 경우 올해 분양 계획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물량은 7만5,114가구로 전체 재개발‧재건축 분양 예정 아파트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56.0%)을 차지했다. 

경기는 올해 광명, 성남시 등 대규모 재개발 단지들이 분양을 실시하면서 4만1,33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경기에서 분양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1만7,810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은 2만9,480가구가 연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작년 서울은 2만1,432가구를 분양한 바 있다. 

다만 수도권 지역 중 인천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 물량이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22년 9,443가구를 분양한 인천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4,302건으로 1년 전 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방은 전년 대비 두 배 규모인 5만3,439가구(39.2%)가 올해 분양될 계획이다. 지방의 경우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2만6,182가구가 분양됐다.

재개발 및 재건축 아파트 분양 물량‧비중 현황 / 부동산R114
재개발 및 재건축 아파트 분양 물량‧비중 현황 / 부동산R114

◇ 전문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 증가… 공급 기반 다지기에 불과”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이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설사 계획된 물량이 전부 분양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현재까지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만약 추후 금리가 인하된다면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은 반등할 수 있다”며 “단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주변 인프라가 거의 구축된 지역에 공급이 되는 것으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 때문에 분양 계획 물량 대부분은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재개발‧재건축 분양 계획 물량 증가가 시장 회복 보다는 공급 기반 조성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반 분양 물량은 시장 동향에 예민해 침체기일 경우 분양 시기를 미루기도 한다”며 “허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주택 가격 상승 국면에는 기름을 붓는 것과 같아 민감하지만 지금과 같은 하향기나 안정기에는 정부가 행정적 부분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므로 공급 성향이나 시기가 일반 분양 물량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개발·재건축 분양 계획 물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보다는 미래를 대비해 주택 공급의 바닥을 다지는 기초 단계로 보면 된다”며 “최근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입주 가격 하락 추세 등으로 봤을 때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 증가가 시장에 영향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이 늘더라도 분양가격이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증권사 소속 선임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조합원들의 수익성 확보로 인해 대부분 높게 책정된다”며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마당에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까지 단행한다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성공률은 더욱 저조해진다”고 전했다.

또 “둔촌주공과 같은 곳은 대단지 및 주변 입지 여건, 정부 규제완화 등의 장점이 맞물려 시세 차익의 기대감이 컷기에 분양가가 다소 높아도 전용 59㎡‧84㎡ 등이 완판됐다”며 “따라서 예상 시세 차익이 불확실한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은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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