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C40은 볼보의 전기차이면서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모델 중에서 유일한 쿠페형 SUV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은 볼보의 전기차이면서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모델 중에서 유일한 쿠페형 SUV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가 약 1년전 ‘프리미엄’과 ‘무공해(제로 이미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C40 리차지(이하 C40)는 당시 ‘가성비’ 수입 전기차로 각광을 받았다. 해외 주요 판매국가 대비 한국 시장 판매 가격이 저렴해서다.

그러나 세간의 호평과 달리 지난 1년간 볼보 C40의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비슷한 가격의 경쟁 모델들에 비해 판매량이 저조하다. 지난해 2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C40은 올해 1월까지 1년 동안 810대가 판매됐다. 월 평균 약 67∼68대가 판매된 셈이다. 형제 모델인 볼보 XC40 리차지(207대)를 합치더라도 1017대로, 월 평균 약 85대다.

반면 이보다 늦게 출시된 아우디 Q4 e-트론(스포트백 포함, 이하 Q4) 및 폭스바겐 ID.4 모델이 지난해 각각 1,987대, 1,276대 판매됐다. 두 모델의 월 평균 판매대수는 각각 아우디 Q4가 약 497대, 폭스바겐 ID.4는 319대로 볼보의 전기차 모델 월 평균 판매실적을 크게 웃돈다.

물론 볼보 C40 등 볼보의 전기차 생산물량이 적고 한국에 배정되는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문제도 일부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들이 볼보의 전기차가 아니라 더 늦게 출시된 경쟁 모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쿠페형 볼보 C40은 1열 대비 2열의 루프 높이가 낮게 디자인됐다. / 제갈민 기자
쿠페형 볼보 C40은 1열 대비 2열의 루프 높이가 낮게 디자인됐다. / 제갈민 기자

◇ 쿠페형 유려한 디자인 호평… 쿠페형 디자인과 내연기관 플랫폼의 불편함

먼저 외관 디자인 부분에서는 호평이 쏟아진다. 전면부는 기본적인 볼보의 패밀리룩을 따르면서 볼보의 아이덴티티인 ‘토르의 망치’ 형상의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후면 테일램프도 황소뿔 같은 볼보만의 수직형 LED램프가 그대로 적용돼 후방 운전자 입장에서는 시인성이 높다.

볼보 C40은 쿠페형으로 설계가 됨에 따라 차량을 측면에서 보면 캐빈룸(승객석) 중앙인 B필러 부분의 루프(천장)부터 테일게이트(트렁크도어)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루프 디자인 덕에 차량이 날렵하고 길어 보인다. 이러한 설계 덕에 수직형 테일램프가 완만한 트렁크도어 라인을 따라 누워있도록 디자인돼 기존의 황소뿔 같은 후면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꼈던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여기에 20인치 타이어 휠을 적용한 점도 차량이 크게 보이고 다부져 보이는 효과를 주는 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겉보기에 예쁘게 보이는 쿠페형 디자인은 치명적인 단점을 만들고 말았다.

볼보 C40의 루프라인이 완만하게 떨어져 곡선미가 부각된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의 루프라인이 완만하게 떨어져 곡선미가 부각된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은 경쟁 모델 대비 2열 공간이 상당히 협소하게 느껴졌다. 개별 시승 간 2열에 탑승한 동승자들 중 180㎝ 내외의 남성은 루프(천장)가 상당히 낮아 허리와 목을 펴고 앉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엉덩이를 시트 뒤쪽에 밀착하지 못하고 시트 중간 부분에 두고 앉아야 해 허벅지가 시트에 전부 걸쳐지지 않게 되고 결국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야 한다. 이는 쿠페형으로 디자인된 볼보 C40의 구조적 문제다. 2열에는 신장 170㎝ 미만의 승객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여기에 볼보 C40 2열 바닥에는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있어 5명 탑승은 쉽지 않다. 볼보 C40에 센터터널이 남아있는 이유는 내연기관 모델인 볼보 소형 SUV XC40에 쓰인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요즘 전기차가 대부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점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일반 내연기관 모델의 플랫폼을 사용해 생산한 전기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 대비 실내 공간이 좁다는 단점이 볼보 C40에서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다.

볼보 C40 헤드램프는 야간 시인성이 뛰어나다. 다만 야간 주행 또는 주간 주행 중 터널 진입 시 헤드램프 전조등이 작동되면서 ‘지이잉’ 같은 알 수 없는 전자파음이 들린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 헤드램프는 야간 시인성이 뛰어나다. 다만 야간 주행 또는 주간 주행 중 터널 진입 시 헤드램프 전조등이 작동되면서 ‘지이잉’ 같은 알 수 없는 전자파음이 들린다. / 제갈민 기자

그럼에도 국내 판매 가격은 6,483만원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경쟁 모델 대비 소폭 비싸게 책정됐다. 볼보 C40의 국내 판매 가격이 독일이나 영국, 미국에 비해 저렴한 것은 맞지만 국내 시장에서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높은 수준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결국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소비자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더 넓으면서 저렴한 아우디 Q4나 폭스바겐 ID.4에 관심을 보였고 볼보 C40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모습이다.

◇ 볼보 최고 장점은 ‘아리아’… 시티카, 고출력보다 주행거리 확대 우선

운전자 입장에서는 볼보 차량만큼 조작편의성이 뛰어난 차량도 찾기 힘들다. 이는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SKT와 함께 개발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덕이다.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차량용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으로 개발된 차세대 커넥티비티 서비스로,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기능에는 티맵(T맵)과 누구(NUGU), 플로(FLO) 3가지 기능을 연동한 점이 특징이다.

볼보 C40 실내에는 친환경 소재가 곳곳에 쓰인 것을 알수 있다. 또한 센터페시아 인테리어는 깔끔하며 디스플레이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내비게이션 등의 시인성이 뛰어나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 실내에는 친환경 소재가 곳곳에 쓰인 것을 알수 있다. 또한 센터페시아 인테리어는 깔끔하며 디스플레이가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내비게이션 등의 시인성이 뛰어나다. / 제갈민 기자

덕분에 ‘아리아’를 불러 음성으로 단순한 차량 공조기 및 열선 시트 조작부터 티맵 내비게이션과 음악 설정, 그리고 연동된 스마트폰 주소록에 저장된 상대방에게 전화·문자 발송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다.

볼보 C40도 해당 기능이 그대로 탑재돼 시승 간 상당히 편리했다. 1열의 경우는 2열처럼 루프 높이가 낮지 않아 불편함도 적었다.

다만 쿠페형의 단점이 운전석에서 일부 느껴진다. 루프 라인이 뒤로 갈수록 낮게 떨어지는 만큼 운전석에서 룸미러를 통해 보는 후방 시야가 상당히 좁다.

또한 통풍시트가 탑재되지 않은 점, 파노라믹 선루프가 아닌 파노라믹 루프 글라스를 탑재한 점과 루프 글라스 햇빛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은 점 등도 아쉬운 점이다.

볼보 C40은 쿠페형 디자인으로 인해 2열 헤드룸과 리어 글라스 면적이 좁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은 쿠페형 디자인으로 인해 2열 헤드룸과 리어 글라스 면적이 좁다. / 제갈민 기자

그마나 이러한 단점 속에서도 시원한 가속감과 민첩한 움직임은 만족스럽다. 볼보 C40에는 듀얼모터가 탑재돼 최고출력 300㎾(단순 환산치 402마력), 최대 토크 660Nm(67.3㎏·m) 등의 성능을 뿜어낸다. 1억원이 넘는 아우디 e-트론과 제원상 성능이 비슷하며, 슈퍼카 수준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그만큼 순간가속도나 꾸준하게 밀어주는 힘이 충분해 6,000만원대 차량에서 이만한 주행 성능을 내는 차량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만족스러운 점은 주행보조 기능 및 충돌방지 등 세이프티 기능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안전도평가(KNCAP)에서 볼보 C40의 형제 차량인 XC40 리차지가 ‘사고예방안전성’ 항목에서 11.2점(56%)을 획득하며 별 5개 중 별 3개로 3등급에 그쳤지만 실제 주행 간 차로이탈방지(LKAS) 및 차간 거리를 조절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이 외에도 주차를 하거나 도심 주행 간 적색신호에 정차를 하려 속도를 줄이는 경우 차량이 스스로 전후방의 물체와 추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급제동을 작동하며 사고를 방지한다. 센서가 민감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좋은 점이다.

주행 성능에 대해서 불만은 없지만 볼보 C40의 성격이 ‘시티카’인 점을 감안하면 듀얼모터는 사치라는 생각도 든다.

볼보 C40 전비는 준수하지만 배터리 1회 완전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체감되는 배터리 소모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 제갈민 기자
볼보 C40 전비는 준수하지만 배터리 1회 완전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체감되는 배터리 소모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 제갈민 기자

볼보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이러한 퍼포먼스보다 대체로 안정적인 주행감, 탑승자 안전보장 등에 초점을 맞춘다. 또 전기차는 출력이 높고 빨라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대중적인 전기차는 출력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배터리 완충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충전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차량을 수령할 당시 배터리 잔여량은 70% 수준이었으나 개별 시승 간 약 240㎞를 주행하는 동안 두 차례의 충전을 해야 했으며, 충전 속도도 다소 느리게 느껴졌다. 시승 간 평균 전비는 4.3㎞/㎾h로 준수하게 나타났다. 다만 전비와 달리 체감되는 전력 소모는 더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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