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뉴시스
검찰이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여곡절 끝에 한국타이어그룹 3세 수장 자리에 올랐던 조현범 회장이 중대기로를 마주하게 됐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등을 포착해 수사를 이어오던 검찰이 조현범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앞서 경영상 비위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집행유예 기간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구속 위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6일, 배임·횡령·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현범 회장의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을 접수해 한국타이어그룹 및 조현범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포착해 시정명령 및 80억원의 과징금 등의 제재를 내리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 건 뿐 아니라 조현범 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도 포착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소환조사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법인과 임원 등을 먼저 기소했다. 이어 조현범 회장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갔고, 지난달 27일엔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조사 하기도 했다. 이후 약 열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조현범 회장의 혐의는 계열사 부당지원과 개인 비위 성격의 배임·횡령 등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의 구체적 내용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몰드를 다른 업체보다 비싼 값에 매입해줌으로써 조현범 회장 등이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50.1%, 조현범 회장이 29.9%, 그의 형인 조현식 고문이 2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현범 회장은 또한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지인 회사에 한국프리시전웍스가 130억원을 빌려주도록 해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와 회삿돈을 유용한 횡령 혐의도 받는다. 특히 검찰은 조현범 회장이 개인 집수리와 슈퍼카 구입에 회삿돈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조현범 회장은 또 다시 ‘사법리스크’를 마주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수사 뿐 아니라 구속영장 청구도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긴 점에 비춰보면, 설사 구속은 피하더라도 기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현범 회장은 구속을 경험한지 아직 4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는 3년 4개월여 전인 2019년 11월,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이후 2020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된 바 있다. 집행유예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구속 및 기소 위기를 맞은 것이다.

4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그 사이 조현범 회장의 존재감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엔 형과 함께 후계구도를 형성하고 있었고 직함도 사장이었지만, 이제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회장이다. 조현범 회장은 재판을 받는 와중에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주사 지분을 넘겨받았으며, 부친에 대해 한정후견심판이 청구되는 등 가족과 갈등을 겪은 끝에 그룹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은 2021년 12월이다.

이는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그룹 전반에 미칠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한국타이어그룹은 최근 업계에 드리운 여러 악재와 노사갈등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조현범 회장과 한국타이어그룹은 대내외 신뢰가 또 다시 크게 흔들리게 됐다. 앞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 조현범 회장은 “과거를 거울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호소하는 등 통렬한 반성의 뜻과 개선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또 다시 구속위기를 마주한 모습은 그 진정성을 향한 물음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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