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이 조현범 회장의 구속과 대형화재 발생으로 잇단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이 조현범 회장의 구속과 대형화재 발생으로 잇단 악재를 마주하게 됐다. /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이 연이은 초대형 악재를 마주하고 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룹을 장악한 조현범 회장이 또 다시 구속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까지 발생했다. 가뜩이나 사업 여건 전반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기본 동력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 갈 길 바쁜 와중에 최악의 ‘겹악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9일 조현범 회장이 구속되면서 총수 공백 사태에 직면했다. 가족 간의 갈등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룹을 장악했던 조현범 회장이 3년 4개월여 만에 또 다시 구속된 것이다.

검찰은 조현범 회장의 죄질이 나쁠 뿐 아니라 증거인멸 정황도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계열사 부당지원, 그리고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는 자신과 형이 49.9%의 지분을 보유 중인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의 타이어몰드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제값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은 조현범 회장이 이를 통해 배당금 등 사익을 취했을 뿐 아니라, 승계에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범 회장은 또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부실한 지인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도록 해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와 개인 집수리와 슈퍼카 구입 등에 회삿돈을 유용한 횡령 혐의도 받는다.

이로써 조현범 회장은 3년 4개월 만에, 그것도 집행유예 기간 중에 또 다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게 됐다. 그는 2019년 11월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과정에서 거듭 밝힌 반성의 뜻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그룹은 총수 공백 사태를 마주하게 됐다. 조현범 회장의 존재감을 고려하면 더욱 타격이 커 보인다. 조현범 회장은 앞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부친으로부터 그룹 지주사 지분을 넘겨받았으며, 이후 형제들과 갈등을 겪은 끝에 그룹을 장악해 2021년 12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한국타이어그룹이 직면한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일 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전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한 가운데 경부고속도로가 통제되고, 인근 주민이 대피하기까지 한 이번 화재는 이튿날인 13일 정오 무렵에 이르러서야 13시간 만에 초진이 완료됐다. 다행히 사망자 등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2공장과 타이어 40만개가 전소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생산 중단 등 추후 드러날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총수 구속과 대형화재라는 겹악재에 직면한 한국타이어그룹은 그렇지 않아도 사업 여건 전반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방산업인 자동차 시장에 드리운 여러 변수, 각종 비용 부담 가중,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고조, 노사갈등 등으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한국타이어그룹이 초유의 위기 상황을 무사히 타개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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