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 미국 당국 사태 진화 총력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 전 지점을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1982년 설립된 SVB은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은 2,090억달러(약 276조원), 총예금 1,754억달러(약 232조원)에 달한다. SVB은 VC(벤처캐피털) 및 스타트업에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은행이다. 

이번 소식은 지난 8일 실버게이트가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 우려 끝에 청산을 결정한 지 이틀만에 전해졌다. 은행 파산은 미국 역사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SVB는 최근 대규모 채권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8일 증자계획을 발표한 이후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했고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실패했다.  

SVB 파산 소식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내 주요 금융주들은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진 후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웨스턴 얼라이언스, 팩웨스트, 시온스 등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폭락세를 보였다. 이 중 시그니처는 SVB 파산 이틀 만에 지점 폐쇄가 결정됐다. SVB 파산 여파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 당국은 시장 우려 차단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당국은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SVB, 시그니처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미국 재무부 등은 “우리는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며 “예금자들은 13일부터 모든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SVB와 관련된 손실은 납세자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사태 진화에 직접 나섰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번 당국의 조치를 언급하면서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SVB 파산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선 대체적으로 SVB 사태가 미국의 시스템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SVB 사태가 미국의 시스템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SVB는 리먼 브라더스 보다 총 자산 규모가 작고, 개인 리테일 고객 비중이 낮으며, 미국 지역은행 중에서도 예금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자본 요건이 강화되며 대형 은행들의 재무 건정성이 개선된 점도 과거와는 상이하다”고 진단했다.  

◇ “국내 영향 제한적이지만 시장 불확실성 우려 높아져”

다만 시장 내 불확실성이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SVB 사태로 촉발된 신용위기가 확산될지 혹은 진정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미 정부와 연준이 선제적 긴급조치로 다행히 신용위기 확산을 막고 있는 분위기지만 뱅크런 현상이 진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SVB 사태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미 연준 등 글로벌 주요국의 긴축기조전환, 즉 금리인상 중단 혹은 금리 인하 등의 정책기조 전환의 확인을 금융시장이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배경 중 하나로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꼽고 있다.

SVB 사태가 국내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향후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SVB 사태와 관련해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폐쇄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자 각국 정부가 신속히 시장안정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이번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실리콘밸리 은행과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 4대 공적연금, 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 등의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현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추 부총리는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시스템 불안요인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면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Joint Statement by the Department of the Treasury, Federal Reserve, and FDIC
2023. 03. 13 FDIC
‘That’s how capitalism works,’ Biden says of SVB, Signature Bank investors who lost money in failed banks
2023. 03. 13 CNBC
SVB 사태가 불러올 위기와 기회
2023. 03. 13 한국투자증권

SVB 여진으로 흔들리는 미 연준

2023. 03. 14 하이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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