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가 유동성 위기가 부상한 직후 초고속 파산한 배경에 스마트폰 뱅크런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가 유동성 위기가 부상한 직후 초고속 파산한 배경에 스마트폰 뱅크런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모바일뱅킹거래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점을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통해 몇 번의 터치만 거치면 자금 송금과 이체가 단 몇 초 만에 이뤄지는 시스템은 높은 편리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를 계기로 모바일뱅킹의 편리한 자금이체 구조가 급속한 ‘뱅크런(대량자금이체)’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SVB 초고속 파산과 스마트폰 뱅크런 

SVB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지 단 이틀 만인 지난 10일(현지시각) 초고속 파산했다. 

SVB는 1983년도에 설립된 미국 자산 규모 16위 은행으로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예금조달비용이 늘고 채권 평가손실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자금 위기로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지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대규모 뱅크런(대량자금인출)이 발생하면서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유동성 위기가 부상한 직후 초고속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그 배경엔 스마트폰을 이용해 클릭 몇 번이면 빠르게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은행의 주요 고객인 거래 은행의 유동성 위기설을 접한 직후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빼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후 SVB 예금주들이 모바일로 인출하려 시도한 금액은 약 55조6,000억원(42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디지털뱅크런’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초고속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이틀 사이에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며 “우리 금융당국이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판 SVB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 뱅크런이 일어날 당시 금융당국에 인출금지 명령 등 시장 조치를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스마트폰과 인터넷뱅킹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은행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기간에 대규모의 예금이 인출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구조”라며 “금융소비자의 이용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응해 금융당국은 단기간 공포의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보완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내는 안전할까… “시스템 점검 계기돼야”

고객 기준 국내 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1회 이체 한도는 최대 1억원, 1일 이체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IT 강국인 한국은 모바일뱅킹 거래가 널리 확산된 국가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후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 빈도는 더욱 늘어난 추세다. 

이처럼 모바일 금융거래가 보편적으로 확산된 구조라는 점에서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을 시 디지털 뱅크런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던 바 있다. 과거와 비교해 모바일 금융거래가 보편화된 현 시점에선 위기 발생 시 뱅크런 사태가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국내 인터넷은행의 뱅크런 위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자금조달이 소액·소매자금(예금자보호대상)으로 이루어져 단기간 내 자금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은행의 1인당 평균 예금액은 약 200만원대로 집계됐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면밀한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업게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자본구조가 다르고 유동성 부문에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SVB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다 세밀하게 점검하고 유동성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예금자보호는 1인당 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2001년도 1인당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SVB 사태를 계기로 예금자보호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How Silicon Valley Turned on Silicon Valley Bank
2023. 03. 12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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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은행 #뱅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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