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조선3사 노조가 올해도 공동요구안을 마련하고 공동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 뉴시스
HD현대그룹 조선3사 노조가 올해도 공동요구안을 마련하고 공동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이 또 다시 임단협이란 까다로운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조선부문 3사 노조가 공동요구안을 마련하고, 공동교섭을 재차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조선3사 공동파업 위기를 딛고 모처럼 임단협 연내 타결에 성공했던 HD현대그룹이 올해 임단협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노조는 올해도 공동교섭 요구… 올해도 연내 타결 이룰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노조 등 HD현대그룹의 조선부문 3사 노조는 지난 29일 올해 단체교섭 공동요구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요구안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퇴직자 수만큼 신규 채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 노조 참여 보장 △창립기념일에 상품권 50만원 지급 △하청노동자 유급휴가 5일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HD현대그룹 조선3사 노조는 다음달 중 개별 교섭 요구안을 확정한 뒤 이 같은 공동요구안과 함께 각 사측에 전달하고, 5월부터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에 무산됐던 공동교섭을 다시 추진하는 한편, 신속한 진행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사측에 제안할 방침이다.

HD현대그룹 조선부문은 최근 수년간 임단협을 둘러싼 진통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규모가 가장 큰 HD현대중공업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2018년 임단협이 모두 해를 넘겨 타결됐고, 2019년과 2020년 임단협은 2021년 7월에 이르러서야 한꺼번에 타결됐다. 2021년 임단협 역시 해를 넘겨 지난해 5월 마무리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 등 극심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모처럼 조선3사 모두 임단협을 연내 마무리 지었으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선3사 노조는 공동요구안을 마련하고 공동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절했다. 이후 조선3사 모두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부분파업이 단행됐고, 사상 초유의 조선3사 공동파업 위기에 직면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조선3사 공동파업은 극적으로 모면했지만, 마지막까지 진통은 계속됐다. 조선3사 공동파업을 막은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첫 번째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이후 빠른 시일 내에 2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돼 최종 타결되고, 뒤이어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타결에 성공하면서 HD현대그룹 조선부문은 지난해 모처럼 임단협 연내 타결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의 경우 9년 만의 무분규, 7년 만의 연내 임단협 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을 낙관하긴 어렵다. 지난해 임단협이 연내 타결되긴 했지만 진통이 상당했고, 찬성률도 높은 편이 아니었다. 현대미포조선만 68.6%의 찬성률을 기록했고,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나란히 57%대에 그쳤다.

수주호황을 고려해 더 큰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노조와 실질적인 실적개선이 시급한 사측의 입장이 더욱 크게 벌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노조가 지난해에 이어 재차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HD현대그룹 조선부문의 올해 임단협은 노사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단협 연내 타결에 성공할 경우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이 본격화할 수 있다. 반면, 전면파업과 해를 넘기는 등의 진통이 재현될 경우 조금이나마 진전했던 노사관계는 다시 과거로 회귀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