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재계 절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 사진=각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재계 절친 사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 사진=각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의 후계자들이 거듭 묘하게 얽히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은 모처럼 호황기가 찾아온 국내 조선업계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절친에서 라이벌로… 1라운드는 ‘STX중공업 인수전’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1982년생인 정기선 현대HD 사장은 재계 내 ‘절친’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부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이 초등학교 동기동창 친구 사이인데, 대를 이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에 최근 큰 변화가 나타났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으면서 조선업계 라이벌로 맞붙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수소나 태양광 같은 미래사업 부문에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력 업종이 서로 달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당초 정기선 사장의 HD현대그룹이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HD현대그룹은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전격 발표했으나 이후 3년여의 지지부진한 절차 끝에 유럽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후 과거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노렸던 한화그룹이 지난 9월 재차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고, 최근 본계약이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아직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동종업계였던 HD현대그룹과는 달리 무난한 마무리가 예상된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한 것은 다름 아닌 김동관 부회장이다.

이로써 절친에서 동종업계 라이벌 관계가 된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은 곧장 맞부딪혔다. 두 그룹이 STX중공업 인수전에 나란히 참전한 것이다.

선박엔진 전문업체인 STX중공업을 두 그룹이 나란히 노리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어 STX중공업까지 품으며 조선부문을 확고히 다지는 한편, 기존의 방산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HD현대그룹 역시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엔진부문 강화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

이번 인수전이 무엇보다 주목되는 이유는 두 그룹, 그리고 절친 사이인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재계 순위에서 앞서는 한화그룹도, 조선업계를 선도해온 HD현대그룹도 양보할 수 없는 맞대결이다. 특히 이미 대우조선해양으로 큰 아쉬움을 남긴 HD현대그룹 입장에선 STX중공업까지 내줄 경우 자존심에 더 큰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주요 3사가 2년 연속 나란히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실적 측면에서도 개선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등 수년간의 불황을 딛고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계자로서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경쟁구도는 업계 전반에 또 하나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대우조선해양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
2022. 12. 1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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