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회장이 이끄는 에넥스가 적자행진을 좀처럼 끊지 못하고 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박진규 회장이 이끄는 에넥스가 적자행진을 좀처럼 끊지 못하고 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가구기업 에넥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적자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실적은 박진규 회장 취임 이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거듭된 흑자전환 강조에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박진규 회장이 올해는 해묵은 과제를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흑자전환’ 강조에도 수익성 악화일로

에넥스는 1970년대 국내 최초의 입식주방을 선보이며 주방가구 선도자 역할을 해온 중견 가구기업이다. 하지만 최근엔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에넥스는 2017~2018년 4,000억원대를 기록했던 연간 매출액이 2019년 3,636억원으로 감소하며 뚜렷한 실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연간 매출액 규모는 △2020년 2,336억원 △2021년 2,017억원으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2019년 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더니 △2020년 85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적자규모가 불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2019년 3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한데 이어 2020년에도 88억원의 적자를 남겼다. 2021년엔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했지만, 이는 사업적인 측면의 성과가 아닌 물류창고 매각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실적 역시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액은 2,059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은 235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당기순손익도 2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에넥스의 이러한 실적 악화는 오너 2세 박진규 회장의 행보와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201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2011년 최대주주에 오른 그는 2019년 회장으로 승진하며 2세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다. 당시 공동대표 및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2세 시대 돌입과 함께 실적 악화가 시작된 셈이다.

이에 박진규 회장은 그동안 줄곧 흑자전환과 실적 개선을 강조해왔다. 적자전환 직후인 2020년 신년사에선 “지금 에넥스가 사활을 걸어야 할 부분은 수익성”이라고 밝혔고,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안정적인 수익확보와 지속적인 흑자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명확하고 철저한 목표관리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신년사를 통해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과 강력한 원가 및 비용 절감을 포함한 4개 중점과제를 제시하는 한편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그는 신년사를 통해 “철저한 이익 중심의 경영으로 흑자구조로 반등해야 한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부서별 판매 목표를 철저히 관리해 이익 목표를 달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진규 회장이 줄곧 밝혀온 대로 에넥스의 실적 악화는 원가 부담 가중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박진규 회장의 강조가 무색하게 원가 절감 및 수익성 개선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5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가운데 매출원가가 2,046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이익부터 13억원에 그친 것이다. 여기에 판매비와 관리비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지면서 에넥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매출 회복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에 에넥스는 부동산경기를 감안해 B2C 비중을 늘리고, 각각의 수요 및 전략에 맞춰 신제품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실적 반등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강남에 체험형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에넥스 관계자는 “많은 변수가 있어 현재로선 올해 실적 전망은 어렵다”면서도 “흑자구조로 반등하기 위해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증설과 차별화된 제품 라인업 구축 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덧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박진규 에넥스 회장이 올해는 반등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에넥스 ‘2022사업연도 사업보고서’ 공시
2023. 3. 1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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