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 창업주 박진규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모두 증여했다. / 에넥스
에넥스 창업주 박진규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모두 증여했다. / 에넥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주방가구 시장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며 입지를 다져온 에넥스가 세대전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정치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모두 정리한 것이다. 

◇ 지분 모두 증여한 박유재 명예회장… ‘창업주 시대’ 마침표

지난 9일, 에넥스 창업주인 박유재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에넥스 주식 225만8,666주를 장남인 박진규 에넥스 회장 등 친인척 5명에게 증여했다. 박진규 회장이 가장 많은 75만여주를 증여받았고, 증손주로 추정되는 2017년생·2022년생 아이들이 각각 50만주씩 증여받았다. 또한 손주며느리로 알려진 두 사람도 각각 25만주씩 증여받았다. 이로써 박진규 회장을 제외한 4명은 처음으로 에넥스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1934년생인 박유재 명예회장은 1970년대 초 에넥스의 전신인 서일공업사를 설립한 이래 국내 최초로 입식 주방문화를 선보이는 등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서일공업사는 1976년 오리표싱크로 상호를 바꿔 전국적 명성을 얻었으며, 1992년 지금의 에넥스로 상호를 다시 바꿨다. 

한때는 정치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정의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다만, 정치인으로서의 행보가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제1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1984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박유재 명예회장은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줄곧 어려움을 겪자 2012년 무렵 1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회사에 출연해 위기를 극복하게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30년 안팎에 걸쳐 회사와 함께 해온 두 임원 및 183명의 임직원에게 지분 일부를 증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박유재 명예회장이 지분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에넥스는 ‘창업주 시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박유재 명예회장의 부인 역시 2019년 8월을 기해 지분을 모두 정리한 바 있다. 

에넥스는 현재 박유재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진규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10년부터 대표를 맡고, 2011년 최대주주에 오른 그는 2019년 부친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된 박진규 회장은 실적 개선이란 뚜렷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에넥스는 2018년까지만 해도 4,0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19년 3,636억 △2020년 2,336억원 △2021년 2,017억원에 △2022년 2,059억으로 급감했다. 또한 2019년 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더니 △2020년 85억원 △2021년 123억원 △2022년 235억원으로 적자규모가 거듭 불어났다. 올해 1분기 역시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실적 악화를 마주한 박진규 회장은 그동안 줄곧 흑자전환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에넥스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09800122
2023. 6. 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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