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당 지도부 실언 등으로 국민의힘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여권 차기 대권 주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질타하고 나서는가 하면 유승민 전 의원의 비판은 당 지도부를 넘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향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위기의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이를 통해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 시장의 쓴소리는 12일에도 이어졌다. 홍 시장은 이날 태영호 최고위원을 겨냥 “집행부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한 사람으로서 논란의 당사자가 됐으면 자숙해야 하거늘 화살을 어디다 겨누고 있는지 참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태 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우리 당 원외에 계시는 중진 분들이 김기현 대표를 뜬금없이 아무런 구체적 근거 없이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 시장을 겨눈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총선이 다가오니 별사람이 다 나서서 대표에게 아부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의 쓴소리는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실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최고위원의 ‘제명’을 요구했던 홍 시장은 김 대표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당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새 지도부가 들어섰음에도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이 비판의 근거가 됐다. 그는 지난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지도부도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다”며 “용산 눈치나 보고 하명만 기다리는 식으로 당이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자연스레 김 대표와의 ‘신경전’도 펼쳐졌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홍 시장을 향해 “지자체 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전념하면 좋겠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전날(11일)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소극적 부인만 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는 홍 시장의 발언을 겨냥해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홍 시장의 쓴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는 “말 몇 마디로 흐지부지하지 말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며 “그래야 당 대표로서의 영(令)이 살아난다”고 꼬집었다.

◇ 당에 쓴소리로 존재감 높이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이렇다 보니 당내 일각에서 ‘지도부 흔들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 미치는 발언의 영향력이 당내에 상당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홍 시장이 국면마다 ‘쓴소리 맨’을 자처해왔다는 점도 이번 발언에 무게감을 더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홍 시장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해왔다”며 “홍 시장의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 못지않게 유 전 의원의 당을 향한 쓴소리도 매섭다. 그간 줄곧 여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최근 복합적인 위기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홍 시장과는 달리 당내 윤핵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비판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전날(1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당이 이 모양이 된 거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할 수 있는 걸 다 해서 윤 대통령 마음을 고쳐먹으라고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국면에 대해 “피해자가 왜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나”라며 직격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여권의 주된 반응과는 결을 달리했다. 유 전 의원은 앞선 라디오에서도 “미국은 다 그런다는 말로는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이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라는 점은 이번 행보가 ‘정치적 실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비판을 통해 존재감을 높임으로써 대권 주자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유리한 대선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홍 의원의 경우 강경 보수와는 선을 긋고 있는데, 강경 보수가 대통령 선거에서 필패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강경 보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자신의 대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과 충격이 만연할 경우 유 전 의원을 내세우지 않고선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차기 당 대선 후보를 향한 일종의 포석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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