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위기감은 비윤계(비윤석열계) 뿐 아니라 친윤계(친윤석열계) 일부도 쓴소리를 하게 만든 원인으로 보인다. 총선이 1년 남은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현 지도부’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낸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 여당서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

최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를 겨냥한 쓴소리는 비윤계에서 먼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전광훈 목사 등을 연일 비판했다. 김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유승민 전 의원은 “당이 이 모양이 된 거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도청 의혹 대처를 비판하는 쓴소리도 쏟아냈다. 

이 쓴소리는 비윤계에서 멈추지 않고, 친윤계 중진까지 확산됐다. 지난 12일 국회 부의장인 정우택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에)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 자리에서 홍문표 의원은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고 압박했다. 정진석 의원도 “지도부로서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읍참마속으로 하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쓴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는 최근 지지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6.4%로 이전보다 0.3%p 낮아졌다. 리얼미터 이전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4주 동안 36% 선에서 횡보 중이다. 같은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이 37%, 더불어민주당이 45.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호 홈페이지 참조)

또 총선이 1년 남았다는 게 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1년 간 다양한 변수가 생기고 정당 지지율도 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당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은 출범한 지 한 달 지난 지도부의 최고위원들이 연이은 ‘실언 논란’에 휩싸이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 있다. 

리얼미터 4월 1주차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 45.9%, 국민의힘 37.0%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리얼미터 4월 1주차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 45.9%, 국민의힘 37.0%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 ‘홍준표 해촉’으로 칼 빼든 김기현

이 때문일까. 김 대표가 13일 칼을 뽑았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그간 홍 시장은 “나는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이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며 당 지도부에 쓴소리 ‘폭탄’을 날리고 있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 상임고문 해촉에 대해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이런 분은 안 계신 게 관례다. 그거에 맞춰서 정상화를 시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관례상 은퇴한 정치 원로의 자리인 ‘상임고문’직을 현직 광역단체장에게 맡길 순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상임고문’이라는 명분으로 더 이상 쓴소리를 못 하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홍 시장은 김 대표에게 ‘전광훈 손절’ 뿐 아니라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를 주장해온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연이은 ‘막말’로 공개 활동을 중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시장은 김 대표에게 ‘강단 있는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는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않는 김 대표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고, ‘지도부 흔들기’로도 보일 수 있는 상황이어서 김 대표가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홍 시장의 조치가 먼저 이뤄졌다는 점이다. 홍 시장은 해촉 소식이 들려온 직후 페이스북에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꼬집었고, 비윤계인 김웅 의원도 “차라리 막말을 하라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대표가 단시일 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홍준표 해촉’은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를 일으킨 인사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쓴소리를 한 인사만 징계한다는 인상이 고착될 수 있어서다. 다만 이날 국민의힘은 그간 공석이었던 당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당무감사위원장에 신의진 전 의원 선임을 의결했다. 이에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근거자료 및 출처
리얼미터 4월 1주 차 주간 동향
2023. 04. 10 리얼미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