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접견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와 접견하고 있다. / 공동취재-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의 시작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24억달러(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대통령실은 넷플릭스의 투자에 김 여사의 역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곧바로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블레어하우스(영빈관)에서 방미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CEO(공동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대표는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수출 마케팅에 직접 나선 것도 넷플릭스 경영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서랜도스 대표가 만나는 자리에 김 여사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서랜도스 대표는 공동 언론발표에 앞서 야외 정원에 타원형으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기업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 영부인도 함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김건희 여사 역할 부각시킨 대통령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투자 유치 행사를 준비했던 한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같은날 밤 미국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3개월 정도 준비했다. 넷플릭스와 논의가 시작된 건 지난 1월 말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 콘텐츠 분야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김 여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중간중간에 (넷플릭스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대통령께 보고 드리고 콘텐츠와 관련해서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께도 보고 드린 적이 있었다”고 했다. 김 여사가 서랜도스 대표와의 접견에 함께한 것은 넷플릭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김 여사는 같은날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접견하고, 한국 콘텐츠 제작 및 한국 문화의 해외 홍보 활성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잠재력이 큰 한국의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 신인 작가가 더욱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 역시 김 여사가 넷플릭스 투자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자신의 SNS에 “김 여사의 국정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난했고, 박용진 의원도 “도대체 대통령실에서 왜 김건희 여사에게 넷플릭스 투자 진행 상황을 보고 하는가. 국민은 윤 대통령을 뽑았지 김건희 대통령을 뽑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출되지 않은 영부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다음날인 26일에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여사가 국정 전반에 (관여한다는) 오해가 있지 않나. 그런 오해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근무한 바 있는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은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 황당한 이야기다. ‘대통령이 2명이다’라고 걱정하는 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이를 옹호하는 반응이 나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그럼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 일정에 대해 깜깜이 아무것도 몰라야 하느냐. 김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에 공연·전시업계에서 대단한 신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윤 대통령의 외교 논란을 계속 지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련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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