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워터홀컴퍼니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워터홀컴퍼니

시사위크|명동=이영실 기자  국내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가 탄생 40주년을 맞아 유일한 극장판의 리마스터링 버전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으로 관객을 찾는다. ‘둘리 아빠’ 김수정 감독은 “지금은 어른이 된 이들이 다시 한 번 추억여행을 떠나길 바란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1983년 4월 만화잡지 ‘보물섬’을 통해 처음 소개된 ‘아기공룡 둘리’는 초능력을 가진 아기공룡이란 신선한 캐릭터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았다. 주인공 둘리를 비롯해 안하무인 외계인 도우너와 자존감 높은 타조 또치, 방구석 슈퍼스타 마이콜, 고씨 집안 실세 희동이 그리고 국민 아버지 고길동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와 웃음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은 둘리 시리즈의 유일한 극장판으로, 1996년 개봉 당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둘리 신드롬’을 일으켰고, 오락성과 교육성 모두를 인정받아 문화체육부 주관 ‘좋은 만화영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27년 만에 돌아온 극장판은 디지털 복원을 통해 선명한 화질과 풍부한 색감, 원작에 어울리는 화면대비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새로운 재미,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원작자 겸 감독 김수정 작가는 8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 둘리 탄생 40주년 소감과  다시 관객과 만나는 소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김수정 감독은 “둘리가 태어난지 40년이 됐다”며 “짧은 시간이 아닌데 여전히 사랑해주고 많이 아껴주셔서 감사하다. 작가 그리고 둘리의 아빠 입장에서 둘리를 대하는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둘리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수정 감독. / 이영실 기자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수정 감독. / 이영실 기자

리마스터링돼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당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열정을 다해 만들었다. 그 열정을 다시 보는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수정 감독은 둘리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 구조가 황당무계하고 판타지도 있지만, 둘리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캐릭터나 이야기 자체가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사람들 사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며 “과거에는 만화가 그야말로 거짓말이고 비현실적이라고 폄하됐는데 나는 우리의 이야기,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로 폭을 넓혀가면서 삶과 밀착된 이야기를 해왔다”고 했다.

이어 “둘리도 마찬가지”라며 “만화의 배경이 되는 쌍문동도 내가 실제 자취했던 곳이고 그곳에서 만난 이웃들이 캐릭터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둘리도 7세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거다. 어떤 특수한 캐릭터가 아니라 보편적인 삶의 한 모습이 투영됐다고 보면 될 거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과 연계되면서 오랫동안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길동과 둘리. / 워터홀컴퍼니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길동과 둘리. / 워터홀컴퍼니

둘리를 구박하는 ‘악역’으로 그려졌던 고길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 공감 캐릭터로 재평가되며 과거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고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제작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수정 감독은 “고길동을 주인공으로 해서 독자적으로 꾸려봐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새로운 이야기로 극장판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무산되면서 선보이지 못했는데, 그때 준비했던 시나리오를 만화 출판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그 출판물에서 고길동의 역할이 조금 더 커질 거다.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과거 둘리를 지지하고 고길동을 적으로까지 생각했을 텐데, 시간이 흘렀다고 배신을 때리면 안 된다”면서 “둘리도 사랑해 달라”고 웃었다.

김수정 감독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부터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점령한 것을 두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수정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만화가, 애니메이션 제작자로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도 쓰리고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느꼈다”며 “그런데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이 사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음은 굴뚝인데 여러 여건이나 상황이 따라와 주지 못한 점도 있고, 내가 못난 것도 있다. 앞으로 기회가 생긴다면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강점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기발한 스토리텔링을 꼽으며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했다. 김수정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기술적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오히려 답보 상태”라며 “반면 한국의 웹툰을 보면 굉장히 자유롭고 기발하다. 웹툰의 강점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온다면 앞으로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수정 감독은 “둘리도 그렇고 고길동도 그렇고 캐릭터는 변하지 않았다”며 “단지 사람의 입장과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내가 둘리를 좋아했던, 추억을 같이 공유했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마냥 둘리가 돼서 천진난만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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