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부 처음으로 2년 연속 참석… ‘5·18 헌법 수록’은 언급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 열린 기념식에 당정청을 모두 이끌고 참석한 이후 두 번째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이래, 보수정부 대통령이 재임 중 연이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최근 화두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현직 대통령의 첫 참석은 2000년부터 

일단 현직 대통령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김 전 대통령은 제20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1997년 법정기념일이 된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엔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이어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5년간 매년 5·18 기념식을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에 참석한 이후 임기를 마치는 2012년까지 기념식에 조화만 보내고 불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취임 첫해만 참석하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기념식에는 불참했다. 

보수정부 하에서 5·18 기념식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오월 단체·유족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인 2009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순에서 제외하고 식전 행사에서 합창을 하도록 했고, 2010년에는 경기도 민요인 ‘방아타령’을 연주하기로 하면서 “잔칫집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가 입장할 때 연주곡으로 ‘금강산’과 ‘방아타령’을 연주하기로 돼 있었던 것이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외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거센 비판을 받자 국가보훈처는 ‘방아타령’을 ‘마른 잎 다시 살아나’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한동안 제창이 불허됐다. 

탄핵정국 이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취임 8일 만에 2017년 5·18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당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김소형 씨를 문 대통령이 따라가 포옹하며 위로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2018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했다. 특히 항쟁 40주년이었던 2020년 기념식은 사상 최초로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앞에서 거행됐다. 재임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방미 일정 준비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진 상황이라 기념식 참석자도 99명으로 축소됐다. 

◇ “매년 오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헌법 수록’은?

지난해 취임 8일 만에 5·18을 맞은 윤 대통령은 제42주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보수정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5·18 유족과 광주 북구 5·18국립민주묘지 정문(민주의 문)으로 입장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해 ‘통합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매년 오겠다”고 유족들에게 약속했다. 

이같은 약속을 기억해서인지 윤 대통령은 올해도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숨가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어 불참을 예상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옷도 입지 않고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민주의 문’ 앞에서 ‘오월 어머니’를 직접 맞이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관련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정략적 제안이라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비리정치인의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하지 않았으니, 야권과 5·18 관련 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국민들의 삶, 생명을 해치는 일에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하지 않는 한 모두 공염불”이라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시민이 오늘 듣고 싶은 말은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수록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이었다”며 “기념사에서는 이 말씀이 빠져 있어 광주시민은 허탈한 마음”이라고 비판했다. 

‘오월 정신 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 역시 기념식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념사를 차마 논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라며 “5·18 역사와 정신에 대한 몰이해와 저급한 인식을 드러낸 역대 최악의 기념사로 기억될 것이다. 5·18 기념과 정신 계승이라는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으로 일관했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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