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시청자 앞에 섰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해 영화 ‘외계+인’으로 건강하게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배우 김우빈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다시 시청자 앞에 섰다. 복귀 후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현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택배기사’와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 ‘마스터’ ‘감시자들’ 등을 연출한 조의석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한 ‘택배기사’는 지난 17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전 세계 비영어권 톱 10 프로그램’ 주간차트에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3,122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기록,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우빈을 향한 반응도 뜨겁다. 극 중 전설의 택배기사 ‘5-8’을 연기했다. ‘5-8’은 막강한 전투 실력을 가진 인물이자, 낮에는 생존을 위한 산소와 생필품을 전달하고 밤에는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는 기사(Knight)로 변해 천명그룹의 비밀을 파고드는 캐릭터다. 김우빈은 완벽한 액션 소화력은 물론,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열연으로 ‘5-8’을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김우빈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액션 준비, 촬영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택배기사’를 통해 우리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길 바란다”는 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택배기사’에서 5-8을 연기한 김우빈 스틸. / 넷플릭스
‘택배기사’에서 5-8을 연기한 김우빈 스틸. / 넷플릭스

-CG 등 후반작업이 많은 작품이었다. 완성된 결과물은 어떻게 봤나. 

“촬영할 때 어떻게 구현될지 설명을 감독님이 충분히 잘 해주셨고, 상상한 것보다 진짜처럼 나온 게 많아서 놀랐다. 특히 흡연 장면은 CG였는데 담배 연기가 진짜처럼 느껴지더라. 또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했는데 배경이 다 심어져 있거나 그런 것들이 되게 놀라웠다. CG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 수많은 컷들을 하나하나 다 작업해 주신 거라 고생하신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전작 ‘외계+인’ 때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했던 경험이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무려 13개월 동안 ‘외계+인’을 촬영하면서 온갖 것을 다 해봤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하늘도 날고 빔도 쏘고. 그래서 이제 어떤 연기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어렵긴 어렵더라. 물론 처음보다 수월했지만,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면서 연기하는 것과 상상을 더하는 것은 달라 어려움이 있긴 했다. 감독님,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촬영할 수 있었다.”

-조의석 감독이 ‘5-8’에 멋진 것을 다 담고 싶었다고 했다. 연기한 배우가 보기에 ‘5-8’의 가장 멋진 점은 무엇이었나.  

“그의 생각이 아닐까.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잖나. 몸을 바쳐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멋있는 사람인 것 같다. 연기할 때 멋있는 건 스태프가 만들어주시는 거다. 내가 의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5-8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김우빈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언급했다. / 넷플릭스
김우빈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언급했다. / 넷플릭스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담기진 않았다. 어떻게 해석하고 구축해나갔나. 

“내가 만든 전사가 있다. 난민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세상이 이렇게 만들어져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만 했다. 첫 기억부터 부모님이 안 계셨다. 사람들은 ‘김정도’라고 불렀지만 부모에게 한 번도 불린 적 없는 이름이기 때문에 애정도 없고 이름도 싫어 했고 혼자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도 밝고 사람들과 잘 지냈는데 방금 전까지 동료였고 친구였던 사람들이 식량 앞에서 적이 되고 남이 되고 하면서 상처를 받고 아파하다 자신을 지키려면 나를 드러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감정을 숨기게 되고  그런 전사들을 만들어 놨다. 그러면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원작 웹툰을 참고하기도 했나.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원작을 확인했다. 너무 많이 사랑받은 작품이더라. 하지만 시리즈와는 차이가 많이 있었다. 내가 세운 전사도 원작에는 없다. 원작과 이름도 다르다. 일부러 다른 이름으로 설정했고 다른 인물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원작에서 참고한 부분은 외형이다. 원작 팬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웹툰 속 모습과 비슷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몸이 좋고 단단한 체격을 가진 인물이라서 체중을 증량하고 근육량을 늘리면서 접근했다.”

-액션 준비 과정은. 

“액션은 연습이 답이다. 무술팀이 짜준 합을 숙지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나타내는 게 숙제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하고 집중했다. 또 5-8의 과거와 현재 액션에 차이를 두고 싶었다. 현재는 잘 다듬어져 있고 능숙하고 숨소리도 거의 내지 않고 싸움을 하는 반면, 과거에는 다듬어지지 않고 날 것 같은 느낌이 났으면 했다. 그래서 호흡도 많이 쓰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감정 위주의 액션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 부분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나도 사실 걱정이 되긴 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생각조차 안 했을 텐데, (투병 후) 복귀하고 나서 ‘택배기사’ 전까지 계속 작품을 해서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내가 체력이 너무 좋더라. 병원에서도 예전보다 몸이 더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스태프들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덜 힘들게 스케줄도 짜주고 많은 장치들을 줬다. 무술팀도 많이 도와줬다.”

김우빈이 ‘택배기사’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김우빈이 ‘택배기사’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 넷플릭스

-산소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눈빛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신경 쓴 지점은.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지만 내가 진짜 그 감정을 느끼고 믿는다면 눈으로 표현될 거라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눈빛 연기에 더 힘을 주거나 초점을 맞추려고 하진 않았다. 그냥 그가 느끼는 감정을 더 느껴보려고 하고 그 상황을 바라보고 집중하고자 했다.”

-대사 전달력이 유독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발성이나 대사 톤 등에 차이를 둔 지점도 있을까.

“작품을 할 때 어떤 톤으로 해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캐릭터를 생각하고 그 인물로 지내다 보면 그에 맞는 톤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행동하는 이유와 존재의 이유, 어떤 감정인지에만 초점을 맞췄고, 거기에 맞는 톤이 나왔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마지막 사월과 같이 탱크트럭을 탔을 때 5-8이 ‘하늘이 맑아진 것 같지 않냐’고 하면서 처음으로 웃는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고 촬영날도 기억난다. 거의 촬영 막바지였고 마지막 세트촬영이었다. 내 임무를 다 하고 해결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기분 좋은 모습이 잘 담긴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배우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던 ‘택배기사’. / 넷플릭스
배우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던 ‘택배기사’. / 넷플릭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후배들이 더 많은 현장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 가면 동생들이 많더라. 어릴 때부터 형들 쫓아다니는 걸 좋아했고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어렵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좋고 행복하고 했는데 갑자기 둘러보니 띠동갑이 넘는 스태프도 있고 블랙나이트 멤버들 반 이상이 동생들이었다. 그래서 부담도 생기더라.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고 연기도 잘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동생들을 대하는 게 조금 더 어려웠다. 내 행동을 더 되돌아보기도 하고. 하하. 지갑을 열어야 한다. 맛있는 걸 사주는 게 최고다.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해 봤자.(웃음)”

-복귀 이후 쉼 없이 작품을 해오고 있다. 작품을 대할 때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나. 

“그때그때 좋은 작품이 왔고 운 좋게 타이밍도 맞았다. 제안을 많이 주셨고 체력도 따라주더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니까 안할 이유가 없었다. (투병 이후) 아무래도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인데 나도 사람인지라 힘들면 투정도 하고 그랬다. 물론 지금도 힘들면 힘들다고 하지만 자꾸 더 감사한 것들이 생각나고, 현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캐릭터가 있나. 

“싸움을 못하는 역할. 나는 싸움을 잘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교짱’을 한 여섯 번인가 했고 무리 중에 우두머리나 싸움을 잘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어떤 겉모습 때문에 그렇게 보고 맡겨주시는 것 같은데, 나 되게 지질하다.(웃음) 작품을 택할 때 캐릭터가 멋있어서 혹은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계산을 해 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그런 역할을 했을 때 사랑을 받은 작품이 많아서 더 제안을 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지질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고, 마음도 열려있다. 꼭 (기사에) 써 달라.” 

점점 더 깊어지는 김우빈. / 넷플릭스
점점 더 깊어지는 김우빈. / 넷플릭스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20대와 다른, 변화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일단 피부 재생이 확실히 느려졌다.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웃음) 열심히 팩도 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형들이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것을 느끼지 않으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여주기 위한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을 한다. 유산소도 많이 하고 스트레칭도 많이 한다. (체력적으로) 신경을 더 쓰고 있다. 또 예전에는 쉴 때 계획을 많이 세웠다. 누구를 만나고 뭐도 하고. 그래야 하루를 잘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요즘에는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날도 꽤 있다. 온전히 쉬기 위한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하며 보낸다.”

-‘택배기사’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5-8이라는 인물은 난민으로 태어난 이유만으로 버림받고 아파한다. 그런 세상에 분노가 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사랑받고 잘 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 역시 사람들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잠시 잊고 있던, 우리는 진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행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택배기사’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루하루 더 행복하고 사랑하며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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