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승헌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돌아왔다. / 넷플릭스
배우 송승헌이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로 돌아왔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아직까지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아요.” 올해 데뷔 28년 차를 맞은 배우 송승헌은 여전히 뜨거웠다. 오히려 “일 같던 연기가 재밌어졌다”면서 더 큰 열정을 드러내 더욱 다채롭게 채워질 그의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그 첫 시작은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다.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송승헌은 산소를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대표 류석을 연기했다. 류석은 목적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인물. 송승헌은 첫 SF 장르, 기존과 다른 결의 캐릭터에 도전하며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 ‘일단 뛰어’(2002) 이후 재회한 조의석 감독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송승헌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택배기사’를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엇갈리는 평가에 대한 생각까지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데뷔 30주년을 앞둔 소감과 함께, 배우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기도 했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기분이 어떤가.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너무나 감사드린다. 웹툰을 본 분과 국내 시청자, 해외 시청자의 성향이 다른 것 같다. 원작을 본 분들은 조금 더 다른 부분을 원한 것도 같고, 해외 시청자들은 시원시원함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살짝 온도차가 있구나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CG 작업이 많은 작품이었다. 완성된 결과물은 어떻게 봤나. 

“완성된 결과물은 최근 다 같이 봤는데 일단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후반 작업에서 감독, CG팀의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았고 그럴싸했다. 주변에서 시리즈를 보고 우리나라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말도 해줘서 되게 뿌듯했고, 우리가 어릴 때 봐왔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업들에 뒤지지 않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품들을 통해 하나하나 더 발전시키다 보면 세계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한국 콘텐츠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빌런 류석을 연기한 송승헌. / 넷플릭스​
빌런 류석을 연기한 송승헌. / 넷플릭스​

-그동안 주로 주인공으로 활약했는데 이번에는 5-8과 사월, 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면 참여하는 것을 주저했겠지. 내가 메인이어야 하는데? 하면서. 하지만 이 작품은 조의석 감독에 대한 믿음이 제일 컸고, 다시 한 번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어떤 캐릭터든 좋으니 같이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감독에 대한 믿음, 신뢰, 우정, 기대감이 더 컸다. 그래서 류석이 빌런이고 어떤 역할이고 이런 주저함은 없었다.” 

-류석은 어떤 인물이었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이 세상을 끌어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한정된 산소, 자신의 신념 등이 무겁게 다가왔던 것 같다. 모든 난민을 A구역으로 다 데리고 갈 순 없다고 자체 판단을 했지만 그 판단이 옳다는 생각은 나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희생을 요하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또 그런 판단을 하는 이 친구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선천적인 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 생명 연장에 대한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을 내비침에 있어서 선과 악으로 나누자면 악에 가깝지만 들여다 보면 연민이 가는 그런 캐릭터였다.”

-류석이 왜 저런 선택들을 하게 됐는지 인물의 전사나 설명이 자세히 담기지 않아 아쉽다는 평도 있는데. 

“처음 조의석 감독과 이야기하고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는 류석의 아버지 이야기부터 내려왔다. 행성이 지구로 다가오고 있고 곧 지구가 멸망한다는 설정부터 시작된다. 그러면서 류석이 태어나고 서사가 설명이 돼있는데, 아무래도 한정된 시리즈고 6편 안에 모든 세계관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배제하고 지구 멸망 이후 세계부터 담게 됐다. 류석을 연기한 나로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작품으로 봤을 때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SF는 첫 도전이었다. 

“평소에는 SF보다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물을 좋아한다. SF에 내가 나오면 어떨까 막연한 상상을 하긴 했다. 접할 기회가 많지 않잖나.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게 돼서 호기심이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잖나. 과거 사극도 할 수 있고 현대물도 할 수 있고 또 미래 세계를 살아볼 수 있잖나. 그런 점에서 근미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게 흥미롭고 재밌었다.”

송승헌이 ‘택배기사’ 글로벌 흥행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송승헌이 ‘택배기사’ 글로벌 흥행 소감을 전했다. / 넷플릭스

-블루스크린 촬영은 어땠나. 

“기존에도 해봤지만 전체적인 촬영을 블루스크린에서 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어색함이 있었다. 연기할 때 공간에서 주는 에너지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촬영하니 낯설더라. 감독님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이야기를 해줘서 그것을 상상하고 인지하면서 촬영했다. 현장 카메라나 장비, CG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구나 느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촬영하다 그 장면에 마이크가 들어오면 NG다. 뭐 하나 걸리는 것 때문에 다 옮기고 치우고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간다. 후반 작업에서 다 정리를 해준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참 편리하고 세상 좋아졌다 느끼면서 촬영하고 있다.” 

-조의석 감독과 영화 ‘일단 뛰어’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할 만큼 20년 된 친구다. 파릇파릇한 청춘 때 만나서 서로 신인 배우, 신인 감독으로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빨리 다음 작품에서 만나자고 한 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다. 첫 촬영을 앞두고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 평소에는 자주 보지만 촬영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게 너무 오랜만이니까, 묘하고 설레서 잠을 잘 못 잤다. 하나의 작품을 두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수고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되게 찡하더라. 그런데 그 찡함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창피해서 표현하진 않았다.(웃음)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이었다.”

-김우빈이 10년 전과 모습이 똑같아서 놀랐다고 하더라. 여전히 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그냥 하는 말이겠지.(웃음)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시간 날 때 운동하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예전 인터뷰에서 좋은 영화를 찍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굉장한 가치관을 이야기할 줄 알았더니 ‘내 몸이 건강해야지’라고 하더라.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나도 좋은 캐릭터,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몸이 재산이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려고 한다. 20년 전에 금연을 했고, 시간 나면 운동하고 비타민 챙겨 먹고 있다.”  

-김우빈은 어떤 배우였나. 

“인간미가 없다. 너무 완벽해서. 조의석 감독에게 ‘마스터’ 촬영 때 김우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괜찮다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성이 좋고 됨됨이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배우로서가 아니어도 사람이 살면서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기 쉽지 않잖나. 그런데 김우빈에 대해서는 나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고 나서 현장에서 만났는데 정말 남자답고 기본적으로 갖춘 게 멋진 사람인데, 거기에 성실하고 바르기까지 하니까 저 친구가 가식인가 할 정도로 정말 괜찮은 거다. 그게 또 너무 일관된다. 정말 괜찮은 친구구나 느꼈다. 대체 부족한 게 뭘까 하면서 촬영했다. 정말 괜찮은 배우고, 배우를 떠나서도 너무나 괜찮은 친구다. 그런 후배를 얻게 돼 정말 좋았다.”

송승헌이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했다. / 넷플릭스​
송승헌이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했다. / 넷플릭스​

-1995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데뷔한 뒤 어느덧 28년 차 배우가 됐다. 곧 데뷔 30주년이다.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 한 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팬클럽 회장도 하고 어렸을 때 교복 입고 촬영장에 달려온 친구인데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줬다. 지방에서 촬영 중이라 못 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촬영이 없어서 그 친구 몰래 결혼식에 갔다. 팬의 결혼식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그 친구가 날 보고 너무 놀라서 울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그 모습에 나도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너무 창피하더라. 내가 왔다고 하니까 하객들이 다 사진 찍고 하는데 내가 울면 너무 창피하잖나. 하하. 그래서 화제를 돌리면서 넘어갔는데 되게 묘한 감정이었다. 나도 배우로서 나이가 들고 이 친구도 결혼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응원해 주는 분들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 정말 고맙다.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나도 갑작스럽게 데뷔를 해서 20대 30대가 막 흘러갔다. 여전히 현장에 찾아와주는 오래된 팬들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반성하고 채찍질하게 되고 원동력이 된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게 좋고 고맙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40주년, 50주년은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어떤 작품이든 분석하고 노력해 보려고 한다. 아직까지도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이번 작품도 악역이지만 기존 내가 해온, 송승헌의 이미지와 다르잖나. 솔직히 말하면 20대, 30대에는 연기하는 게 재미없었다. 재미가 없었다기보다 그냥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캐스팅이 돼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때는 그냥 내가 하는 일인가 보다 했다. 그래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거짓말 같지만 한 10년 전부터 힘든 게 아니라 가고 싶은 현장이 되고 편해지고 하더라.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겠지.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이런 대화를 조금 더 많이 해볼 수 있게 돼서 어떤 작품을 하던 요즘에는 현장에 가는 게 재밌다. 이 생각을 어렸을 때 했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더 재밌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안했던 캐릭터도 더 해보고 싶다. 송승헌이 가진 이미지가 있잖나. 정형화되고 바르고 착하고, 송승헌이라는 사람의 색깔이나 이미지를 그렇게 봐주시더라. 그런 것들을 깨보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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