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가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가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40년 전 혜성 충돌로 인해 한반도는 사막화됐다.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계급화는 더욱 견고해졌고 생존자는 난민‧일반‧특별‧코어 구역에 분류돼 생활한다. 산소와 생필품마저 배송받아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지만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QR코드가 있는 주민만 이를 받을 수 있어 QR코드가 없는 난민들은 인력 시장을 떠돌거나 헌터가 돼 택배 물품을 노린다.

택배기사 랭킹 1위 ‘5-8’(김우빈 분)은 낮에는 천명그룹 소속의 택배기사로, 밤에는 난민들을 돕는 블랙 나이트로 활동한다. 생존자들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A구역을 건설 중인 천명그룹의 대표 류석(송승헌 분)은 난민들을 대량 동원해 완공을 서두르면서도 이주 계획과 관련해 정부와 마찰을 빚고, 5-8은 그런 천명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주시한다. 

5-8을 선망하는 난민 사월(강유석 분)은 군 정보사 소령인 설아(이솜 분)의 보호 아래 난민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반구역에서 설아, 슬아(노윤서 분) 자매와 함께 몰래 살아간다. 보급품을 걸고 난민들과 대결하며 스스로 단련하는 사월의 목표는 택배기사가 돼 정식으로 QR코드를 부여받고 신분을 보장받는 것. 마침내 천명이 주최하는 택배기사 선발대회가 시작되자 사월은 5-8을 찾아가고, 천명은 어두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과 난민 사월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2018년 아시아필름마켓에서 E-IP피칭 어워드를 수상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 ‘마스터’ ‘감시자들’ 등을 통해 탄탄한 연출력을 입증한 조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흥미로운 세계관을 완성한 ‘택배기사’. / 넷플릭스
흥미로운 세계관을 완성한 ‘택배기사’. / 넷플릭스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은 독창적이면서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세계관이다. 사막화가 진행된 한반도, 산소마스크가 일상이 된 세상은 코로나19,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돼버린 지금의 현실과 닮아있어 몰입을 높인다. 숨 쉴 권리조차 계급에 따라 차별되고, 이익만을 좇는 대기업과 그들의 횡포로 고통받는 서민의 모습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러한 원작의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더해 차별화를 꾀한 점도 좋다. 특히 ‘5-8’과 슬아의 역할이 확장됐다. 원작이 난민 사월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시리즈 ‘택배기사’는 그의 조력자 ‘5-8’을 내세워 원작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막강한 힘과 능력을 자랑하는 ‘5-8’의 모습은 히어로 무비를 보는 듯한 통쾌함을 안긴다. 또 원작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슬아는 시리즈에서 자매 캐릭터로 나뉘는데, 언니 설아는 군 정보사 소령으로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등 보다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로 활약한다.  

‘택배기사’로 시청자를 찾은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우빈 강유석 송승헌 이솜. / 넷플릭스​
‘택배기사’로 시청자를 찾은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우빈‧강유석‧송승헌‧이솜. / 넷플릭스​

볼거리도 화려하다. 사막화돼 오염된 대기로 가득 찬 지상과 이를 피해 선택받은 자들만이 입성할 수 있는 지하 세상 등 황폐화된 한반도의 모습을 실감 나게 구현한 프로덕션과 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펼쳐지는 속도감 넘치는 카 체이싱 장면이나 맨몸 액션부터 총격 액션, 추격전 등 모든 액션의 집합체인 택배기사 선발전은 장르적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김우빈의 매력 집합체이기도 하다. 전설적인 택배기사 5-8로 분한 그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완벽한 액션 소화력은 물론, 대사 전달력까지 흠잡을 데 없다. 거칠지만 깊고, 차갑지만 따뜻한 눈빛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얼마나 멋진 배우였는지 새삼 또 깨닫게 한다. 

설아를 연기한 이솜과 사월로 분한 강유석도 제 몫을 해내고, 슬아 역을 맡은 노윤서 역시 짧은 등장에도 존재감을 뽐내며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한다. 아쉬운 건 류석을 연기한 송승헌이다. 시리즈의 가장 큰 ‘빌런’이지만,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한다. 캐릭터 자체도 평면적인데, 연기에도 강약 조절이 없다. 총 6부작, 지난 12일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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