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SKT, KT, LG U+)가 5G 서비스 속도를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SKT, KT, LG U+)가 5G 서비스 속도를 거짓과장 광고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이동통신3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5G 속도를 거짓·과장 광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통신3사가 실제 구현될 수 없는 이론상 속도를 광고에 명시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그러나 통신3사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광고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조치에 대해 통신3사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 소비자가 사용 불가한 5G속도 광고… 공정위 “부당광고 관행 근절”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통신3사(SKT, KT, LG U+)에 5G속도 거짓·과장 광고로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조치다. 과징금은 잠정금액으로 △SKT 168억2,900만원 △KT 139억3,100만원 △LG U+ 28억5,0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통신3사는 누리집과 유튜브 등에서 자사가 제공하는 5G에 대해 “LTE보다 20배 빠른 전송속도”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했다. 광고 밑에는 “이론상 최고속도이며, 사용환경과 기기에 따라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속도는 5G 28GHz 주파수를 이용했을 때 나오는 최대 속도(20Gbps)다.

28GHz 주파수에 대해 통신업계는 전파도달 범위가 작아 전국망을 구축하기에는 경제적이지 않다고 설명해왔다. 또한 해당 주파수가 필요한 B2C(소비자 대상)서비스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통신3사는 28GHz 주파수 기지국을 구축하는 것을 주저했고 최근 해당 주파수를 반납했다.

28GHz를 이용하는 휴대폰 단말기도 아직 갖춰지지 못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LTE보다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광고기간 동안 통신3사의 5G서비스 평균속도는 20Gbps의 3%에서 4% 수준인 656~801Mbps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5G 찾아 서울 한바퀴①] “5G, 이렇게 느렸어?!” (Feat. 구글 플러리시)   [5G 찾아 서울 한바퀴②] “5G가 체감상 느린 이유는?”(Feat. 구글 플러리시) )

공정위는 △‘거짓·과장성’ 부문에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서비스 속도를 부풀려 광고했다” △‘기만성’에선 “광고상 속도의 이용 가능성과 관련한 중요정보를 은폐·누락했다” △‘소비자오인성’에선 “이동통신 기술은 전문적이어서 소비자는 사업자가 제시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 저해성’에선 “5G 속도는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중요요소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시장에서 통신 기술세대 전환 시마다 반복돼온 부당광고 관행을 근절했다”면서 “통신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28GHz 주파수 도입에 대해 통신업계와 정부는 각각 상대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주파수를 할당하기 전에 통신3사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3사가 “28GHz도 공급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요청하는데 28GHz를 받고 싶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28GHz가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할당해준 것 같다. 28GHz 기지국을 구축하려고 했으나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결국에는 주파수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통신3사 “5G 속도 광고 행정지도 받아”… “부당광고 규제는 공정위 소관”

공정위의 과징금 판단에 통신3사는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송부 받으면 세부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향후 통신3사가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공정위 발표를 보면 통신3사가 5G속도를 광고하기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통신3사에게 관련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16년 가이드라인을 보면 통신 상품명, 최대 속도를 언급하고 필요시에 이론상 최대 속도이며 이용 지역, 이용자 수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 등과 같이 커버리지 정보의 제약 사항을 함께 표기하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이론상 최고 속도는 광고에 게재할 수 있다고 행정지도를 받은 만큼 통신사 입장에선 5G 속도 광고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행정지도 내용을 보면 ‘이론상 최고 속도를 광고에 기재할 때는 실제 속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행정지도에 따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광고 규제에 대한 소관은 공정위에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게 직접적인 규제 권한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측은 “통신3사는 이론상 최고속도이고 실제 속도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제한사항을 부기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행정지도에 따른 형식적 제한사항만 부기한 것으로는 소비자 오인성이 해소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5G 과장광고는 소비자 단체에서 계속 문제제기했던 것이었는데 정당한 요구였던 것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 사무총장은 과징금 부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소비자에 직접적으로 피해구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방안이 별도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전에 데이터를 제공한 사례들이 있다. 그런 실질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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