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SKT가 5G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에 대한 할당취소 사전 통보를 받았다. 국내 이동통신3사(SKT, KT, LG U+)는 모두 5G 28GHz 주파수를 반납하게 됐다. / 뉴시스
지난 12일 SKT가 5G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에 대한 할당취소 사전 통보를 받았다. 국내 이동통신3사(SKT, KT, LG U+)는 모두 5G 28GHz 주파수를 반납하게 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통신3사가 모두 5G 28GHz 주파수를 반납했다. 통신업계는 전파도달 범위가 작고 해당 주파수에 맞는 단말기가 없어 B2C(소비자 대상)용도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8GHz 인기가 저조한 가운데 해당 주파수를 할당 받을 신규 사업자가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통신업계 “28GHz 단말기 없어”, 시민단체 “허위·과장 광고였던 것”

지난 12일 SKT가 5G 28GHz(기가헤르츠) 주파수에 대한 할당취소 사전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3사(SKT, KT, LG U+)는 모두 28GHz 주파수를 반납하게 됐다.

28GHz는 LTE보다 20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5G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18년부터 28GHz의 빠른 속도가 홍보되며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현재 통신3사는 28GHz 대신 다른 5G 주파수인 3.5GHz를 전국망을 구축한 상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3.5GHz 주파수는 28GHz보다 속도가 3분의 1 가량 느린 대신 도달범위가 넓다. 28GHz는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범위가 작아 3.5GHz보다 기지국 설치를 많이 해야 한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통신업계가 28GHz를 포기한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와 KT는 28GHz 할당조건인 기지국 1만5,000개를 확보하지 못해 할당 취소됐다. SKT는 오는 5월 31일까지 1만5,000개 기지국 할당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SKT가 구축한 28GHz 기지국은 1,650개다. SKT는 다른 통신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28GHz 망구축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통신3사가 28GHz를 포기한 것에 대해 통신업계는 해당 주파수를 이용해 서비스할 것을 찾지 못했고, 28GHz를 이용할 단말기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항변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GHz가 활용돼 사용될 만한 곳이 없다. 스포츠 경기장에도 28GHz 망을 구축했었지만 사실상 B2C(소비자 대상)로는 사용이 안 된다. 28GHz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없다”고 말했다.

주파수 할당 취소는 ‘세계최초 5G’라는 타이틀을 위한 과도한 경쟁의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28GHz 도입을 강요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각 통신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2016년과 2017년에 통신3사는 3.5GHz와 28GHz 주파수가 동시에 공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28GHz는 5G도입 초기에 특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활용됐던 주파수다. 그동안의 했던 광고가 허위·과장 광고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5G 속도 홍보를 보고 해당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결국 홍보한대로 서비스는 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줬다”고 지적했다.

◇ 정부 추진 B2B 이음5G… “올해 28GHz 신청 없어”

통신3사의 28GHz 주파수가 할당 취소된 가운데 정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5G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28GHz나 4.7GHz 등의 5G 주파수를 할당 받아 건물단위의 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주파수를 ‘이음5G’로 부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음5G가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돼 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음5G를 할당 받는 기업을 보면 28GHz가 아닌 4.7GHz를 할당신청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8GHz는 지난해 신청이 있었고, 올해에는 기업들이 4.7GHz만 신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4월 이음5G를 할당한 △현대오토에버 △LS ELECTRIC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위즈코어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의 5개사는 모두 4.7GHz를 선택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기준 전파인증을 받은 이음5G 기지국, 단말 제품은 모두 35개다. 이 가운데 4.7GHz 제품이 29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에 28GHz를 구축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신사업자들도 사용처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다른 사업자들이 28GHz의 사용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신3사는 처음부터 B2B(기업간 거래) 용도로 28GHz망을 구축하려 했지만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통신3사로부터 회수한 주파수 중 하나를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해 통신시장에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6월 주파수 할당 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3사도 주파수를 반납하는데 해당 주파수를 제4이동통신사가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4이동통신사는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유효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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