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로 한국 관객을 찾는 피터 손 감독(왼쪽)과 이채연 애니메이터. / 이영실 기자
‘엘리멘탈’로 한국 관객을 찾는 피터 손 감독(왼쪽)과 이채연 애니메이터. / 이영실 기자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인종의 다양성, 사람들의 다양함 등 자라면서 피부로 느낀 가치들을 ‘엘리멘탈’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어요.”

3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피터 손 감독과 이채현 애니메이터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엘리멘탈’은 불‧물‧공기‧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진이 총출동해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게 한다. 특히 ‘굿다이노’ 연출, ‘루카’ 기획뿐 아니라, ‘버즈 라이트이어’ 삭스를 비롯 다양한 캐릭터의 보이스 캐스트로 활약하며 다채로운 재능을 뽐내고 있는 픽사 최초 한국계 감독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더한다. 여기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버즈 라이트이어’에 참여한 이채연 애니메이터가 3D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민자의 삶을 담은 ‘엘리멘탈’을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하면서 작품을 향한 기대를 당부했다. 

-한국 방문 소감은.  

피터 손 감독 “영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우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두 분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분들이 모든 애정과 사랑을 보여줬고 그 덕에 이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다. 남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함께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이채연 애니메이터 “‘엘리멘탈’이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내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피터 손 감독과 함께 한국에 와있는 게 영광스럽고 마냥 설렌다.”

‘엘리멘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엘리멘탈’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속 캐릭터를 불과 물, 흙과 공기 등 4개의 원소로 구성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피터 손 감독 “학교 화학 시간에 봤던 주기율표에서 시작됐다. 그 주기율표를 보면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가족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수소’라는 원소를 두고 농담을 한다거나 웃기게 만들 수 없잖나.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소인 물‧불‧흙‧공기, 4가지로 결정했다. 거기서부터 가지치기를 해나갔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각 문화에 대한 크리커처를 그려나갈지 고민했다.” 

-다양한 문화권이 모여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어떻게 구현하고자 했나. 

피터 손 감독 “파이어타운은 이민자 구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릴 때 뉴욕에서 자란 경험을 반영했다. 당시 한국인, 이탈리안, 여러 이민자들이 각기 모여서 살았다. 그렇다고 어떤 하나의 특정 문화를 레퍼런스 삼은 것은 아니다. 그냥 ‘불’이 문화 그 자체였다. 외국인 혐오, 차별도 있다. 뉴욕에서 내가 경험한 것이 반영됐다. 내가 자라면서 여러 민족 공동체가 잘 섞이면서 살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잘 섞이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느꼈는데, 섞이지 못했을 때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담고자 했다.”

이채연 애니메이터 “이민자로서 앰버에게 감정 이입이 더 됐다. 다양한 인종을 만나고 문화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살 수 있는지 그것을 더 많이 경험을 통해서 많이 알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런 개인적인 감상을 녹여내고자 했다.”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피터 손 감독 “‘굿다이노’ 개봉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뉴욕에서 나고 자랐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뉴욕에서 초대를 해서 가족과 함께 갔었다. 무대 위에 올라서 앞을 바라봤는데 저희 가족들이 앉아있는 걸 보고 감정이 복받쳐서 울기 시작했다. 부모님에게 희생해 줘서 감사하다, 정말 고생했다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픽사에 돌아와서 그날 이야기를 했는데, 동료들이 ‘바로 그 이야기에 너의 영화가 있다’고 말해줬다.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부모님은 1960년대 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 많은 것들을 겪었다. 나도 여러 차별과 혐오를 겪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도와준 분들도 있었고, 나 역시 그렇다. 부모님이 식료품 가게를 했었는데 아버지가 영어를 하나도 못해도 다양한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다 도와주고 공감하고 이해했다. 그런 공감능력과 인종의 다양성, 사람들의 다양함 등 이런 가치들을 자라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싶었다.”

피터 손 감독의 상상력과 자전적 경험이 담긴 ‘엘리멘탈’.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피터 손 감독의 상상력과 자전적 경험이 담긴 ‘엘리멘탈’.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캐릭터 표현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피터 손 감독 “물과 불 등 원소 자체를 그려내는 게 까다로웠다. 효과를 사용해서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예를 들면, 웨이드의 팔이 불로 인해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닭살이 돋는 것처럼 해야 하나 하는 질문부터 불이 화가 났을 때 화염이 더 커진다던가, 어떤 식으로 그녀의 화를 표현할 것인가 등 어떻게 하면 효과를 사용해서 인간적인 공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최우선 과제였다. 그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해나갔다.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로 앰버의 내적인 갈등이나 감정을 표출하고자 했다.” 

이채연 애니메이터 “원소들의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특히 불의 경우 사람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람의 몸에 불이 붙은 게 아니라 앰버 그 자체가 불이 되도록 항상 감독님이 강조했다. 불의 일렁임을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연구했다. 웨이드는 물풍선이 레퍼런스였는데 너무 젤리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고 너무 탱탱볼처럼 보이지 않아야 하고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다. 또 모든 원소들이 가만히 멈춰있으면 안되고 항상 움직이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이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었다. 공기도 항상 둥둥 떠 있는 것을 추가해야 했다. 흙은 그나마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돼서 가장 편한 부분이었다.”

-동양적인 의상도 인상적이었는데. 

피터 손 감독 “불이 입어야 하는 옷이기 때문에 녹는데 오래 걸리거나 아예 녹지 않는 재질의 소재들을 처음부터 구상했다. 한국계 디자이너 마리아 이가 함께 했는데, 디자인을 할 때 체인모양의 드레스를 생각하고 있었고 불이 붙거나 하더라도 튼튼하게 내구성 있는 재질로 생각했다. 불의 나라에서만 찾을 수 있는 보석을 발견했다. 그것이 전통적이고 왕족스러운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활용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낯설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화권을 보고 여러 나라의 디자인을 참고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피터 손 감독 “영화를 재밌게 봐주길 바란다.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난다.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부모님이 너무나 그립다. 감사하다.”

이채연 애니메이터 “피터 손 감독과 이곳에 있는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영화를 재밌게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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