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대해 ‘국가 총력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출액은 7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2% 감소했고, 이런 추세가 무역적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과감한 규제 철폐를 당부하고,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비상경제민생회의는 거시경제와 금융 등을 중점으로 물가·금리 등 민생경제 해결에 주력한 반면, 국가전략회의는 첨단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책을 주로 논의한다. 이에 지난 4월 20일에는 이차전지 분야 국가전략회의를 한 바 있다. 

◇ 시스템반도체 분야 성장 절실

윤 대통령이 이차전지와 반도체 분야 등 첨단산업 관련 국가전략회의를 개최하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첨단산업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한국이 20여년 간 글로벌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과 미중 패권 경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아직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윤 대통령은 회의 석상에서 “우리의 첨단산업 경쟁력은 우리 경제를 지키는 버팀목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그야말로 근원같은 것”이라며 “거시경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산업전략이 바로 서야 거기에 기초해서 국민들의 삶이 밝아지고 편안해진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은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약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55%를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째 마이너스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 중에서 우리가 과연 메모리의 초격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또 이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려면 소부장과 기술인력을 어떻게 확보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오늘 전문가들의 고견도 듣고 논의를 하겠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윤 대통령과 반도체 산업계의 고민이 드러난다. 메모리반도체는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현재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스마트폰 등 IT 제품 판매 부진 등이 무역 적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 ‘첨단산업 강대국’이 목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의 초격차 확보를 통해 첨단산업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민간의 혁신과 정부의 선도적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K-칩스법 통과와 규제 완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발언에서도 규제 철폐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우리의 생활이고, 우리의 안보고, 우리의 산업경제 그 자체”라며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없애 달라”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오늘 금융위원장을 왜 회의에 참석하라고 했겠나, 첨단디지털기업에 대해서는 상장도 빨리 할 수 있게 해 주고 자금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금융지원제도를 잘 설계해 달라”고 주문했다. 자금이 부족해 ‘데스밸리’(스타트업 기업이 연구개발을 성공한 후에도 위기를 겪는 시기)를 겪는 기업들을 위한 지시로 보인다. 

이날 정부는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중점을 둔 반도체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PIM(지능형 반도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유망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에 1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간 협력 강화 지원, 2조8,000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 지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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