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정부는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에 대해 가격 인하 압박을 지속했다. 지난 26일에는 제분업체에도 가격 인하 요청을 한 가운데, 27일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에 대해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 뉴시스
지난주부터 정부는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식품업체에 대해 가격 인하 압박을 지속했다. 지난 26일에는 제분업체에도 가격 인하 요청을 한 가운데, 27일 농심이 신라면과 새우깡에 대해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27일 라면업계 1위 농심이 신라면에 대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농심에 밀가루를 납품하는 제분업체가 가격 인하를 결정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밀가루를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도 이같은 흐름에 힘을 싣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부, 제분업체에 “밀 수입가격 하락 반영해달라”

지난주 추경호 부총리가 밀을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소비자단체까지 가세했던 가운데, 이번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입을 열었다.

지난 26일 농식품부는 서울 에이티(aT)센터에서 주요 제분업체 7개사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밀가루 가격동향 및 전망, 업계 건의사항 등이 논의됐다. 특히 농식품부는 최근 밀 수입가격이 하락한 것을 밀가루 가격에 적극 반영해줄 것을 협조 요청했다. 밀 수입가격은 밀가루 가격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정부가 라면이나 과자 가격이 조정되기 위해선 제분업체의 납품가가 우선적으로 인하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면 및 제과‧제빵업체는 직접 밀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분업체로부터 밀가루를 공급받아 사용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간담회에 참석한 제분업계 측은 이날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선물가격과 수입가격의 시차, 부대비용과 환율상승 등 어려운 점이 있으나 밀 선물가격 하락과 물가안정을 위해 7월에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분업계 경영안정을 위해 밀 구매 자금 지원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농식품부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업계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정책에 반영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국민들의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지속 안정시키는 데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 농심, ‘신라면‧새우깡’ 가격 인하 결정… 다른 업체는?

농식품부와의 간담회 이후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 인하 검토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농심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을 내달부터 5% 가량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다만 직접적인 가격 인하라기 보다는 판매장려금 인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라고 알려진다.

판매장려금은 납품업체가 자신이 판매하는 재화를 대량 구매하는 업체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판매장려금을 인상했다는 것은 구매하는 업체에 돌아가는 금액이 올라가므로 결과적으로는 납품가격 인하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조동아원‧대한제분 등 다른 제분업체도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CJ제일제당으로부터 밀가루를 공급받는 농심은 27일 내달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받는 밀가루(소맥분)의 가격은 오는 7월부터 5% 인하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다. 이번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농심 관계자는 이날 “가격 인하 대상인 신라면(봉지면)과 새우깡은 국내에서 연간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국민라면과 국민스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며 “이번 가격인하로 경영에 부담은 있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라면 1위 기업이 주요 제품에 대해 가격을 내리자 다른 업체도 이를 따라가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7월 중으로 라면 주요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 중에 있다. 인하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양식품도 가격 인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품목 인하율은 조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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