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생두 수입가격이 최근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에 지난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처럼 커피업계서도 제품 가격 인하가 가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관세청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생두 수입가격이 최근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에 지난 라면업계의 가격 인하처럼 커피업계서도 제품 가격 인하가 가능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달 말, 라면업계서 이례적인 가격 인하 발표가 있었다. 이는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수입 밀 가격이 하락한 데서 기인한다. 이런 가운데 다른 식품업계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는 커피가 그 대상이 됐다.

◇ 지난해부터 잇따른 가격 인상… ‘원두가격’ 내렸는데, 향후에는?

관세청 품목별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생두 수입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생두 가격은 지난해 7월 1톤당 5,472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년간 등락을 반복하던 생두값은 지난달 기준 1톤당 4,323달러를 기록하면서 작년 최고가 대비 21% 하락하게 됐다.

최근 라면 및 제과‧제빵업체의 제품 가격 인하는 이들의 주재료가 되는 밀 수입가가 하락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커피의 재료가 되는 생두 수입 가격이 내려가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및 인스턴트 커피업체 등의 커피 가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커피업계는 지난해 생두 가격 등 제반 비용이 치솟자 커피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작년 1월, 7년 6개월 만에 음료 전반에 대해 가격을 인상했다. 이후 매장에서 판매 중인 53종의 음료 중 아메리카노 등 46종 음료 가격이 100~400원 올랐다. 이를 필두로 투썸플레이스‧커피빈‧할리스‧탐앤탐스 등 커피전문점들이 줄줄이 커피류에 대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가성비를 내세우는 저가 브랜드도 가격 인상이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매머드 익스프레스가 올해 초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아메리카노 미디움 사이즈 등 커피류 가격이 200원 올랐다. 인스턴트 커피도 예외는 없었다. 인스턴트 스틱커피 분야에서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은 맥심과 카누 등 대표 제품에 대해 지난해 말 평균 9.8% 올렸다.

이에 따라 국내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 잔은 대략 4,000원에서 6,000원 수준이다. 이러자 소비자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직장인이나 학생이 밖에서 점심 한 끼에 커피 한 잔을 사먹으면 벌써 2만원 가깝게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소비자들은 원두값이 내린 만큼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서는 커피에서 원두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해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과 편의점 커피, 주스 등의 가격 인상이 예고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업계서는 커피에서 원두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해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과 편의점 커피, 주스 등의 가격 인상이 예고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 “커피에서 ‘원두값’ 비중 10%에 불과, 인하 어려워”

밀가루를 사용하는 업체에 이어 커피업계에도 가격 인하 압박이 시작되자 일각에선 커피는 필수재가 아닌 기호식품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조사 결과, 3개월 이내 커피 음용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중 87.8%가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고 응답할 정도로 커피는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하루에 커피를 2~3잔 정도 마신다는 비율이 47.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하루에 1잔 정도 마신다는 응답이 40.1%로 뒤따랐다. 이 외에는 △하루 4~5잔 정도(7.0%) △하루 6잔 이상(2.7%) △잘 모름(2.5%)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그러나 원두값이 하락하고 커피가 소비자 접점이 크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커피 한 잔 가격에서 원두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외를 구성하는 전기‧가스비 및 물류비, 인건비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원두값 하락만으로 커피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두가격이 2~3개월 전과 비교해서는 떨어진 상황이지만,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및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한 수입가 상승 이전만큼 완전히 회복된 수준도 아니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는 제품가를 인하하기 전 라면업계의 상황과 비슷한 모양새다. 차이가 있다면 라면업계에는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박이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비자단체와 여론까지 가세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밀을 사용하는 식품제조업체들이 한꺼번에 가격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커피가격은 이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과 관련해서 일일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도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커피업계 등 다른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등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반면 오히려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번 하반기에도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예정돼있다. 편의점업계서는 내달부터 수입 캔맥주 가격을 7~15% 인상한다. 4캔 묶음 할인가도 1만2,000원으로 오른다. 이는 제조사의 가격을 반영한 것으로 이 외에도 아이스크림‧커피‧주스 등의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식품시장 뉴스레터] 커피
2023. 03. 10.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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