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 ‘바비’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시사위크|광화문=이영실 기자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가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특별한,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한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영화의 주역들은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며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영화 ‘바비’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 감독과 배우 마고 로비‧아메리카 페레라가 참석했다. 당초 라이언 고슬링도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했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레타 거윅 감독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첫 연출작 ‘레이디 버드’로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데 이어 ‘작은 아씨들’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노미네이트되는 저력을 발휘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한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연출뿐 아니라 각본에도 참여,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감각적인 연출 실력으로 다시 한 번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에서 주인공 할리 퀸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후 ‘아이, 토냐’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바빌론’으로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인정받은 마고 로비가 제작자이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로 분해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뽐낸다. 

영화 ‘라라랜드’ ‘플레이드 러너 2049’ ‘퍼스트맨’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며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언 고슬링이 켄으로 변신,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청청패션과 백금발의 파격적인 비주얼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지 롤러스케이트를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켄만의 능청스러운 매력을 예고한다. 

여기에 대표작 ‘어글리 베티’를 비롯한 TV 시리즈와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아메리카 페레라가 바비인형을 제조하는 장난감 회사 마텔의 직원으로 분해 극의 몰입도를 더할 예정이다. 

한국을 찾은 영화 ‘바비’ 주역들. (왼쪽부터) 아메리카 페레라와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감독. / 이영실 기자
한국을 찾은 영화 ‘바비’ 주역들. (왼쪽부터) 아메리카 페레라와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감독. / 이영실 기자

이날 국내 취재진과 만난 그레타 거윅 감독과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레라는 첫 내한 소감부터 ‘바비’에 참여한 계기, 작품의 의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재밌는 오락영화면서도 생각할 만한 메시지가 담겼다”면서 기대를 당부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직접 연출 제안을 했다고.  

마고 로비 “배우로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품을 굉장히 오랫동안 봐왔다. 그는 나의 친구이기도 한데, 매력적이고 스마트하고 친절하고 카리스마도 있다. 배우로서 연기해온 캐릭터도 그런 면이 뛰어났고 감독으로서도 비전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대한 지식도 굉장히 많다. 영화와 영화의 역사, 연출과 제작, 기술에 대해 굉장히 박학다식하고 그것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있다. 그런 분과 작업하는 데 있어 머뭇거릴 이유가 전혀 없다. ‘바비’에서도 그런 면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연출 제의를 받고 어땠나. 

그레타 거윅 감독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마고 로비와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배우기도 하지만 제작자기도 하다. 그동안 제작자로서 참여한 작품들도 굉장히 뛰어났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됐다. 그리고 두 번째 든 감정은 두려움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와 캐릭터잖나. 바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했다. 시대를 앞설 때도 있었고 뒤처진 면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바비인형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이 있나. 

아메리카 페레라 “나는 어렸을 때 바비인형과 그렇게 많이 놀지 않았다.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바비’라는 영화에 참여하는 것이 스스로도 놀랍다. 지금은 굉장히 다양한 바비인형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오히려 더 잘 갖고 놀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면이 부각되고 강인한 여성의 면,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 많이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레타 거윅 감독 “나는 어릴 때 인형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동네 언니들에게 많이 물려받았다.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나이가 들 때까지 인형을 갖고 놀았다. 인형놀이 덕에 처음으로 스토리텔링을 했다. 인형을 갖고 놀면서 연기도 하고 이야기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덕에 지금 마고 로비라는 나의 인형과 함께 영화 ‘바비’를 만들 수 있었다. 

마고 로비 “나는 어렸을 때 바비인형보다는 진흙탕에서 노는 스타일의 여자아이였다. 주머니 안에 도마뱀을 넣어서 다니는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은 바비인형을 많이 가지고 놀았다. 인형은 자신을 반영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잖나.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한 게 인형이었던 것 같다.”

바비 그 자체로 분한 마고 로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바비 그 자체로 분한 마고 로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마고 로비 “이 배역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당연히 부담감도 있었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캐릭터뿐 아니라, ‘바비’라는 영화 자체에 팬들이 많고, 바비라는 인형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안다. 바비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과도 영화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타 거윅 감독 버전의 ‘바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어떤 질문이나 의구심이 있을 때 감독과 함께 대화를 통해 넘을 수 있었다.” 

-바비라고 하면 완벽한 몸매와 외모를 가진 서양인 여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영화 ‘바비’는 이러한 바비로 살아가던 한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고민을 했나. 

마고 로비 “내 배역은 전형적인 바비였다. 그 말은 처음 만들어졌던, 금발머리에 수영복을 입고 있는 이미지의 바비라는 거다. 이미 (인형)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전형적인 바비. 가상의 현실 안에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정형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바비가 현실로 나가 실제를 경험하게 되고 글로리아(인간 여성)와의 연결성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여성과 상상의 여성으로 대표되는 여성성이 완전히 연결되면서, 여성에게 바라는 모든 기대들을 완벽하게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거다. 글로리아 캐릭터는 그러한 기대들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보여준다. 또 그 과정에서 실제 여성이 아닌, 여성처럼 보이는 존재인 인형에게서 배우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싶었다. 감독이 만든 이야기 자체에 유머가 있으면서 좋은 사회적 메시지도 잘 담겨 있다.” 

-걸음걸이나 제스처 등 바비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한 과정이 궁금하다.  

마고 로비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대화를 많이 했다. 관객의 만족도를 위해 얼마큼 인형의 모습을 구현할 것인지, 웃음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활용할 것인지 고민했다. 너무 과하면 오히려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바비라는 캐릭터와 공감하면서 그의 여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형의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재밌는 작업이었다.”

-마고 로비를 통해 어떤 바비를 표현하고 싶었나.  

그레타 거윅 감독 “지금 현재 바비의 위치 즉 관념이나 콘셉트를 생각해 본다면 굉장히 다양하다. 모든 여성들이 바비고 모든 바비가 여성이라고 할 정도다. 바비의 정체성은 모든 사람들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보면 될 거다. 바비를 통해 이런 정체성이 분배가 된다는 게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출발하는 게 좋았다. 마고 로비가 말했던 그가 연기한 바비는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의 바로 그 바비다. 어릴 때 나의 어머니가 바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굉장히 정형화된 타입이기 때문이다. 영화 ‘바비’는 그 정형성을 너머 성장하게 하고 복잡한 많은 것들을 지니게 하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바비’ . / 워더브러더스 코리아 ​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바비’ . / 워더브러더스 코리아 ​

-‘바비월드’ 등 영화 속 세계를 구현하는데 가장 신경 쓴 점은.   

그레타 거윅 감독 “세트장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완성된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모두 감탄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함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트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야기를 했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산해야 했다. 인형의 세상이니 현실과는 다른 제약이 있잖나. 어떤 제약이 있는지, 그 제약들로 인해 소품들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여러 버전이 있었다. 바비의 드림하우스 역시 여러 버전이 나왔다. 또 비율을 활용해 장난감 세상인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 미니어처로 작업하고 촬영한 것도 많다. 세련되지만 예측할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려고 했고 1950년대 느낌을 주려고 했다. 바비의 역사가 64년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서 굉장히 다양한 에피소드를 차용할 수 있었다.”

-기존 문화 속에 있는 여성상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연출해 오고 있다. 할리우드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레타 거윅 감독 “할리우드가 내게 어떤 걸 기대할까. 하하. 사실 나는 좋았다.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고 내가 관심을 갖고 있고 흥미롭게 생각하는 작품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규모가 작든 크든 개인적인 주제를 다룰 수 있었다. 나는 여성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한다. 여성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지 호기심을 갖고 있던 게 커리어적으로 잘 발전된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머릿속에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이나 주제가 있다. 다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좋은 주제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

모든 여성을 대변할 ‘바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모든 여성을 대변할 ‘바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바비인형들 사이 인간 여성을 연기해야 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메리카 페레라 “인간으로서의 텐션을 계속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세트장도 그렇고 에너지 자체가 인형이었다. 그래서 ‘난 인간이야, 난 인형이 아니야’ 계속 되뇌었다.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톤을 잡는 게 힘들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레타 거윅 감독이 잘 가이드 해 줬다. 감독을 완전히 신뢰했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탐구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외모가 중요한 패션업계에서 외적인 것과 상관없이 성공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어글리 베티’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당시 소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됐다. ‘바비’ 역시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인데, 어떻게 전달되길 바라나.    

아메리카 페레라 “지금까지 내가 해온 작품을 보면 나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 그러니까 문화, 예술가로서 내가 원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져 있다. 그리고 운이 좋게 그런 기회의 문이 열려서 흥미로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바비는 굉장히 아름답고 희망차고 밝다. 하지만 바비는 인간 여성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레타 거윅이 성인 여성의 이야기를 ‘바비’를 통해 전하려고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과 마고 로비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영화가 될 거라는 보장이 되면서 이에 더해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영화가 될 거라고 믿었다. 영화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교훈은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가 우리의 가장 최고 버전이라는 것, 완벽하게 태어났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레타 거윅 감독 “한국에 와서 너무 신난다. 한국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데, ‘바비’라는 영화와 함께 이 도시에 왔다는 게 믿을 수 없다. 환대해 준 팬들도 내가 지금까지 본 것을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좋은 기억 갖고 돌아갈 수 있을 듯하다. 다시 한국에 와서 더 오랜 기간 여행하고 싶다.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겠다.” 

아메리카 페레라 “굉장히 열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한 환대에 감사하다. 정말 ‘대박’이었다. 한국에 온 것이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바비’는 글로벌하면서도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관객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고 로비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알려주지 못한 게 더 많다. 풋티지 영상을 통해 보여준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굉장히 위트 있고 스마트한 영화다. 캐스트도 뛰어나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잘 이끌어줬다. 극장에서 관람해 주면 좋겠다. 빨리 관객들에게 소개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